수많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어 봤지만 그 집단의 악습을 따라가 보면 꼭 군대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20대 초반의 젊은 여 담임선생님이 어디서 배웠는지 얼차려를 아무 지게 주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여 선생님은 군대도 안 갔을 텐데 어디서 저 군대 문화를 배웠을까?
군대 문화라는 걸 한 마디로 정리하면 "까라면 까" 입니다. 그냥 닥치고 따르라는 명령 지상주의입니다. 명령이 전투 시에는 필요로 하지만 모든 명령이 옳은 판단이지도 올바른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령을 어기기도 하죠. 하지만 명령을 어기면 큰 처벌을 받습니다. 모든 명령이 옳지 않을 수 있지만 옳다는 전재로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군대는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건 전시 상황이고 평시 상황에서는 좀 더 올바른 명령, 합리적인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소속원들인 군인들이 상처 입거나 죽지 않거나 다치지 않으니까요. 그럼 2023년 군대는 합리적인 군대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군인이 없어서요. 그러나 최근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월 홍수 피해에 해병대가 투입되었습니다. 상륙 장갑차를 강에 띄워서 수색하겠다는 모습에 여전히 쇼잉에 목마른 높은 사람이 있나보다 했네요. 포항 물난리일 때는 그게 맞습니다만 비가 내리고 있고 급류에 장갑차를 강에 띄우는 게 맞는 행동인가요? 결국 30분 만에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고 해병대 병사들을 잘 보이라고 붉은 티로 통일하고 구명조끼도 없이 강변 수색을 하게 합니다. 그러다 한 병사가 물에 떠내려가 사망했습니다. 외동아들이라면서 울먹이는 부모님 인터뷰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누가 저런 무식한 명령을 내렸는지 최소 그 사람을 군복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해병대 조사 결과 아무도 문책을 안 받고 끝났습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군대를 담은 D.P2
좋은 사람은 반성에서 시작합니다.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평생 실수나 잘못 안하고 살기도 어렵죠. 잘못을 알고도 했든 모르고 했든 잘못을 했으면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반성 속에서 성장이 이루어집니다. 임지섭 대위처럼요. 성장은 어린 나이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우리의 한국 군대는 성장을 하고 있을까요? 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성장이 무기의 성장이지 내부 시스템의 성장은 아닙니다. 여전히 온갖 비리가 가득한 곳이죠. 물론 30년 전보다는 좋아지고 달라졌지만 그 변화는 이미 사회는 더 많이 변화되고 성장했습니다. 80년대 회사 분위기와 풍경과 2023년 풍경이 엄청 달라진 것에 비하면 한국 군대는 여전합니다 여전해요. 이런 변하지 않은 군대를 고발한 드라마가 D.P입니다.
D.P가 세상에 나온 후에 국방부에서는 다 과거 이야기라고 애둘러서 말했을 정도로 국방부도 꽤 긴장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예전과 달리 D.P를 군인들도 군대에서 볼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군대가 변하면 군대겠냐는 자조 섞인 소리는 몇 세대를 지나도 변하지 않네요. 최근 16첩 반상을 요구한 사단장이 있는 곳이 한국 군대입니다. 얼마나 자기 개혁을 못하니 '군인권센터'같은 곳이 감시를 하는 집단이 군대입니다.
이는 군 특유의 폐쇄성 때문입니다. 군대가 크게 변한 이유 탈영도 군대내 폭력이 확 줄어든 이유가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제공해서 저녁에 갈구거나 패지 말고 이거 가지고 놀라고 하니 많이 변했다고 하죠. 저도 군대 자체는 고생을 크게 하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 특유의 외부와 단절된 삶이 마치 교도소 같았습니다. 죄도 안 지었는데 교도소에 간 느낌이랄까요. 이런 군대의 폐쇄적이고 상명하복 및 비리와 사건 사고를 숨기는 걸 까발린 드라마가 D.P입니다.
D.P2 군대 변화에 초점을 맞추다
D.P는 헌병대 소속의 탈영병 체포조를 말합니다. 시즌1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면서 넷플릭스는 바로 D.P2를 제작합니다. D.P 시즌2는 시즌1과 스타일과 스토리가 좀 달라졌습니다. 먼저 강렬한 구교환의 구강액션과 발랄함이 좀 줄었습니다. 시즌1이 안준호, 한호열 2명이 복식 탁구였다면 시즌2는 안준호 단식 탁구를 한호열 병장이 옆에서 코치를 하는 느낌입니다. 이러다 보니 두 배우의 케미는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 드라마가 하나의 이야기를 결말을 내야 하는데 그런 결말을 내려면 안준호 역할이 무척 큽니다.
에피소드도 좀 줄였습니다. 3화까지는 시즌 1에서 부대 총기 난사를 한 김루리 일병(문상훈 분)가 3화까지 진행되고 게이 병사인 장성민 그리고 G.P 신아휘 병장과 안준호 일병 본인까지 에피소드에 등장합니다. 에피소드를 줄이고 군대 내 사건 사고를 은폐하려는 구자운 준장(지진희 분)과 이를 까발리려는 안준호 일병(정해인 분)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가득한 D.P2
칭찬부터 하자면 배우들의 연기가 어마어마하게 좋네요. 김루리 일병을 연기한 문상훈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유튜버로 더 유명합니다. 빠더너스 채널에서 지리 1타강사 문쌤으로 열연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보고 지리강사가 대따 웃기네라고 했다가 개그맨인가 했다가 알고 보니 배우였더라고요. 최근 본 유튜브 채널 중에 경영이들과 함께 가장 웃으면서 보는 채널입니다.
이 문상훈 배우가 3화까지 하드캐리를 한다고 할 정도로 강렬한 여기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초반 스타트를 문상훈 배우가 했다면 이 D.P2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나라 배우의 게이 병사 연기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런 배우가 있었나? 할 정도로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합니다. 필모를 보니 뮤지컬 배우였군요. 어쩐지 노래도 연기도 뛰어나네요. 특히 여장 연기인 드래그 퀸 장면은 압도적입니다.
D.P2의 핵심 인물은 안준호와 임지섭 대위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감독이 말하고자 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으려면 변화하는 인물을 찾아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는 변화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만 주인공 주변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D.P2에서는 안준호 일병이 변합니다. 아니 변하기 보다는 속에 있던 정의를 여러 병사의 사고를 보면서 혼자 십자가를 짊어집니다. 어떻게든 변하지 않는 군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불속으로 뛰어듭니다.
이러 안준호를 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한호열입니다. 한호열 병장은 전작에서도 정의감과 융통성이 겸비된 캐릭터였고 이들의 상관인 박범구 중사(김성균 분)은 원래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지만 놀랍게도 박범구 중사와 티격태격하던 줄만 잘 타려고 하던 속물인 임지섭 대위(손석구 분)가 G.P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믿던 세계가 붕괴됩니다. 자신이 신뢰하던 세계가 무너지고 여러 사건을 보면서 서서히 또는 급격하게 변합니다.
이 변화가 이 D.P2의 메시지입니다. 마지막 장면 중 하나로 박범구 중사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많이 배웠다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보통 상관이 부하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죠. 그러나 그건 경례이지 목례는 할 수 있습니다. 연장자 및 선배에 대한 예우일 수 있으니까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먼저 G.P 에피소드는 임지섭 대위의 변화를 이끈 에피소드이지만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임지섭 대위의 변화를 이끄려면 이 정도의 충격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CG로 구현한 G.P는 좀 아쉽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D.P 시리즈는 국방부가 협조 절대 안 했을 겁니다. 군대 까는 드라마에 무슨 협조를 하겠어요. 국뽕 영화에나 협조하죠. 그럼에도 너무 실내 촬영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극장의 피사계 심도를 이용해서 배경을 너무 날리고 인스타그램 필터 느낌의 톤은 이 드라마와 어울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상당히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에 맞는 어두운 톤으로 했으면 했는데 구교환, 정해인의 캐미를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어울리기도 합니다만 전체적인 CG나 톤은 좀 아쉽네요. 무슨 몽환적인 드라마 담는 줄 알았어요.
인상 깊었던 마지막 장면
인상적인 장면이 6화에 많네요. 스포라서 모두 소개하긴 어렵고 한 장면만 소개하겠습니다. 스포라고 해도 이 장면은 내용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저에게는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안준호 일병이 부대 복귀를 하기 위해서 고속버스를 타고 복귀하는데 버스가 어느 대학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자신을 갈구고 폭력을 행사했던 부대 선임병과 눈이 마추칩니다.
그런 말들이 있죠. 사회에서는 그냥 아저씨인데 여기 군대에서는 상관이라고 벌벌떨어야 하는 사단장이라고요. 저도 군시절 그 편하다던 공군에 입대해서 각종 편의시설과 전체적으로 좋은 기억을 많이 간직했지만 사람에 대한 고통이 참 많습니다. 특히 바로 윗 기수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으면 군 생활 내내 괴롭습니다. 그리고 폭력배들이 그렇지만 학폭이든 군복이든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이 화가 많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특정 인물에게만 폭력을 휘두르죠. 집에서는 모범생이지만 학교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도 갈수록 늘고요.
그 선임도 군대에서는 정글의 왕처럼 살다가 전역 후에 마음씨 좋은 복학생으로 살아갈 수 있고 동기와 후배들과 잘 지내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안준호 일병은 그 대학생이 된 선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2년 또는 3년이라는 시간이 뭔 세상 전부라고 그렇게 서로 갈구고 패고 지냈는지 모르겠네요.
선진 군대라는 미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상관 살해 사건이 너무 많아서 철저히 조사를 했고 그 결과 권위적인 문화가 큰 원인라는 말에 큰 반성을 하고 대대적인 개선을 합니다. 오로지 군 전력의 상승만 신경 쓰고 군대내 하극상과 상관 살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 군대는 반성을 하고 있습니까? 똥별들은 반성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 해병대원 사망하게 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한국 군대의 현주소를 보면서 D.P2가 말하는 변하지 않는 군대를 떠올려 보네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안준호 일병이 아닌 사단장이 참모총장이 국방부 장관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드라마 오프닝 장면에서 돌잡이를 하는 남자 아이를 지나서 사춘기를 지나서 청년이 되어가는 수많은 한국에서 태어난 남자들을 위해서라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임을 간과하고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면서 군대는 책임이 없고 국가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오늘도 과거도 미래도 똑같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직접적인 사건에 연관이 없다고 해도 그 장소인 군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군대이자 국가의 책임이죠. 박 중사의 말처럼 내 자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군대가 되길 바라지만 기대는 안 합니다. 원래 한국 군대는 그래왔고 그래갈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