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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통해 본 엔니오 모리꼬네의 몰랐던 이야기

by 썬도그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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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개봉하네요. 전 지난주에 장항준, 윤종신, 김세윤과 함께 한 GV로 봤습니다. 개봉 전 시사회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가 영화음악을 배경음악이 아닌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할 수 있고 음악 자체가 또 하나의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음악을 조연에서 주연으로 끌어올린 선율의 제왕인 '엔니오 모리꼬네'  전 생애를 담은 다큐가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입니다. 

내 청춘의 1할을 차지하는 엔니오 모리꼬네를 담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제가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가장 큰 2관에서 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장항준, 윤종신, 김세윤 작가의 GV를 보기 위함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이 다큐가 오늘 개봉 소개되지만 많은 곳에서 상영하지 않고 큰 인기를 끌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은 상영관에서 상영을 하겠죠. 그런데 이 다큐는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합니다. 또한 사운드가 좋은 상영관에서 봐야 하고요. 그래서 GV도 하기에 냉큼 봤습니다. 

올해 했던 일 중 가장 잘한일이었습니다. 이걸 작은 스크린에서 봤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황야의 무법자>, <미션>,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대형 스크린과 엔니오의 음악이 깔리면서 들으니 그냥 그 자체로 감동의 바다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큐의 감동이 가득하네요. 

전 자칭 타칭 영화광입니다. 제가 영화에 푹 빠지게 한 영화가 있는데 1990년 개봉한 <시네마천국>입니다. 학생 시절이라서 돈이 없고 시간도 없어서 종로 개봉관이 아닌 집 근처 동시상영관에서 봤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어떻게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특히 음악이 너무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참 아름다운 영화이고 지금까지도 이 영화는 제 인생의 영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인생 영화 1편만 꼽으라고 하면 <시네마 천국>을 꼽을 겁니다. 

<시네마 천국>으로 '엔니오 모리꼬네'를 처음 알게 되었고 <미션>,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등 FM 영화음악을 통해서 다양한 엔니오의 음악을 알게 되었네요. 아! 강렬한 추억 하나가 있는데 고2 때였나 노량진 학원에서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들어와서 씻고 TV를 켰는데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듣고 천상의 소리인가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것도 엔니오가? 이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들을 찾아 듣게 되었고 모든 영화음악들의 특징을 알게 되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선율의 제왕입니다. 가수 신해철이 선율(멜로디)을 참 잘 만드는 가수였는데 영화음악계에서는 엔니오가 최고입니다. 아니 선율을 떠나서 영화음악을 배경음악으로만 알던 것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음악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엔니오 모리꼬네'입니다. 천국에 작곡가가 있다면  아마도 엔니오가 아닐까 할 정도로 멜로디를 기가 막히게 뽑아냅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테고 엔니오의 음악을 들으면 고양감이 들 정도입니다. 

나이 들수록 이 노래가 점점 더 좋아지더라고요. 영화가 시각매체가 아니고 종합 매체라는 걸을 아주 잘 알게 해 준 '엔니오 모리꼬네'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죠. 

가난한 유년 시절 밤무대에서 트럼펫을 불었던 '엔니오 모리꼬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다큐의 감독은 <시네마천국>을 연출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입니다. <엔니오 : 더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살아생전에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돌아가셨을 때 전 세계에서 추모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엔니오를 좋아하지만 엔니오의 전 생애를 잘 아는 건 아닙니다. 또한 엔니오의 음악 중에 70~90년대 음악만 주로 알죠. 

제가 궁금했던 건 1960년대의 이탈리아 프랑스 영화의 O.S.T를 담당했던 그 시절이 참 궁금했고 어떻게 음악을 접했는지 궁금했는데 이 이야기가 전반에 가득 나옵니다. 너무 많이 나와서 장항준 감독은 이탈리아 영화 음악 시절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하네요. 네 그런 면이 있지만 저는 이 초반과 중반까지 이탈리아 영화음악 시절 이야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저도 생전 처음 듣는 음악들이 대부분이지만 처음 들어도 좋은 음악이 엔니오의 음악입니다. 

엔니오가 음악에 접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 영향이 큽니다. 아버지가 트럼펫 연주자였고 여러 공연 수익으로 집안을 먹여 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엔니오는 아버지에게 트럼펫을 배운 것을 넘어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 대신 트럼펫을 들고 공연을 했습니다. 밤에는 공연을 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던 어떻게 보면 꽤 고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입학해서 평생의 스승이자 애증의 관계가 된 페트라시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페트라시 교수 덕분에 엔니오는 클래식 음악 연주가 아닌 작곡을 하게 되었고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접하고 작곡, 편곡하게 됩니다. 제가 애증의 관계라고 한 이유는 페트라시 교수가 자신을 키워줬지만 페트라시 교수가 영화음악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당연히 제자 엔니오의 영화음악도 못 마땅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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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까지 접목한 엔니오 모리꼬네 편곡자로 명성을 얻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클래식 기반이고 주요 노래들은 클래식 음악에 여자 가수도 악기로 넣을 정도로 아리아가 좋은 노래들이 많지만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에서 보면 다양하고 놀라운 소리와 악기를 넣는 파격도 선보입니다. 엔니오는 클래식 음악도 잘 하지만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현대음악 같은 음악도 많이 작곡합니다. 어떤 음악은 즉흥 합주라서 똑같이 연주할 수 없는 영화음악도 있다고 하네요. 

엔니오는 50년대 이탈리아 유명 가수의 노래를 편곡하면서 명성을 쌓아 올립니다. 가수 윤종신도 말했지만 작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편곡은 음악 공부를 한 음악도가 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엔니오의 편곡 실력은 영화 음악 전체에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시네마 천국>에서 보면 같은 음악이지만 다양한 악기 변주와 구성으로 다른 음악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잖아요. 

엔니오는 음악원에서 배운 클래식 작곡 실력과 함께 당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존 케이지의 음악 퍼포먼스를 보면서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이지만 다양한 재료에서 나는 소리를 집어넣는 파격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엔니오를 전 세계에 알린 <황야의 무법자>의 음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를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엔니오고 초등학교에서 같은 반에 있었던 친구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여러 영화에서 함께 했습니다만 이 세르지오와도 애증의 관계가 됩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영화 음악을 엔니오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세르지오가 그 친구 바쁠걸이라는 한 마디에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고 하죠. 

당시 엔니오는 편곡 마무리를 하고 있어서 안 바빴는데요. 엔니오가 애증을 갖는 사람이 꽤 많은데 공통점은 이 엔니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엔니오는 평생 소년처럼 살았습니다.

평생 소년의 감성으로 살았던 열정가 '엔니오 모리꼬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를 보고 좀 놀랬던 것이 노인인데오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마치 10대 소년의 눈빛입니다. 아! 저거구나 저거야. 저런 눈빛을 가졌으니 그런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영화음악 작곡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니오는 1960년대에 한 해에 무려 21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합니다. 엄청난 숫자입니다. 

1달에 1편 하기도 어려운데 한 달에 2편의 영화음악을 맡았다. 지금처럼 음악이 거의 없는 영화도 많은 시절도 아니고 음악이 꽤 많았던 시절인데도 한달에 2편? 그래서 한때 조수를 기용해서 작곡한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엔니오는 말했지만 꽁한 구석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이 다큐는 작년에 출간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을 기반으로 하는데 책에는 세계적인 테너인 파바로티가 농담으로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을 내면서 나도 음악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지나가면서 했는데 이걸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인터뷰에 "당신은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쏫아냅니다. 

윤종신은 이런 꽁함이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가장 활발하게 애정을 쏟고 열정을 쏫은 것이 애정도 있지만 증오도 있습니다. 누굴 이기고 싶다는 바탕에는 증오심도 있고 이런 강한 감정이 창작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이별의 노래가 사랑을 찬양하는 노래보다 더 많고 더 깊게 울리는 건 아닐까 합니다. 

엔니오는 클래식 음악가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순수 음악이 아닌 딴따라라고 하는 대중 음악가로 변신을 했습니다. 당시 시선 특히 스승인 페트라시 교수로 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이 평생 한이었습니다. 이에 엔니오는 내가 보여주겠어. 영화음악이 배경음이 아닌 영화의 또 하나의 주연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결국은 그걸 이루어냅니다. 

결국은 본국인 이탈리아 클래식 음악가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음악인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O.S.T를 듣고서는 드디어 클래식 음악가들도 엔니오를 인정합니다. 아마 엔니오 인생 중 엔니오가 가장 기뻐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해요. 

그러나 아카데미는 미션 O.S.T로 후보에 올랐지만 미국 음악가에게 음악감동상을 주는 등 횡포를 꽤 부립니다. 수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는 번번이 외면했죠. 텃세가 심했어요. 그러다 아카데미는 공로상이라는 사죄의 상을 수여합니다만 엔니오의 눈은 이글거렸습니다. 그래 내가 받아주는 주는데 이러는 거 아니다! 식으로 쏘아보았습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열혈팬 쿠엔틴 타난티노 결국 상을 받게 하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가 소년 같다고 한 이유는 다른 음악감독과 달리 모든 것은 감독이 더 많이 알지만 음악은 음악감독이 더 많이 안다고 할 정도로 단호하게 이건 내 영역이야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을의 위치라서 감독이 원하는 음악을 납품하는 정도로 위치가 추락하고 있지만 엔니오는 자신에게 샘플 음악을 들려주거나 자신의 과거 음악인 <황야의 무법자>와 톰과 제리 음악을 들려주면서 이런 음악 만들어 달라고 하면 화를 내거나 만들어 주면서 악담을 퍼붓습니다. 

음악은 내가 더 잘 알고 내 영역이라는 강단이 있었고 이게 꽤 맞았습니다. 한 번은 실험성 높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만든 음악 대신 엔니오의 다른 음악을 사용해서 상영했다가 엄청나게 욕을 먹자 나중에 엔니오 당신이 맞았다고 했습니다. 엔니오는 다작도 하지만 시나리오나 영상을 보고 음악을 뽑아내는 실력이 엄청 좋았습니다. 

엔니오를 추종하는 감독들이 많았지만 '쿠엔틴 타난티노' 감독도 그중 한 명입니다. 엔니오를 모시고 <헤이트풀 8>을 만들었는데 타난티노 감독이 원하는 서부영화 스타일이 아닌 장송곡 같은 클래식 음악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엔니오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타난티노 감독은 그걸 인정했고 결국은 엔니오에게 음악감독상을 쥐어주게 됩니다. 2016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엔니오. 대단한 열정가입니다. 공로상 받고 진짜 본상을 받은 패기 보세요.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원한 뮤즈인 아내 마리아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창작자들의 최대 난관은 나는 좋은데 너도 좋으니라고 물어볼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음악 전문가가 만든 음악이지만 대중이 소비해야 하는 영화음악이다 보니 대중의 시선으로 봐야 합니다. 아내 마리아가 그 역할을 해줬습니다. 엔니오가 영화음악으로 성공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아내 마리아였습니다. 마리아가 좋다고 하면 대중들도 좋아했고 그래서 두 사람은 만들고 체크해 주는 평생의 반려자가 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엔니오가 참여한 영화들이 내 생애 가장 빛났던 영화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이유에는 내 청춘의 시절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윤종신, 장항준, 김세윤 작가는 나이들이 비슷한 50대 초반 분들이고 세분 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라는 2000년대 초 윤종신의 2시의 데이트에서 만난 세 사람이 소개하는 GV는 따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무려 1시간짜리 GV인데 다 녹음을 했네요. 지하철 끊길까 봐 조마조마한 스릴도 제공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코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영화 초반 1960~70년대 이탈리아 영화음악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전 오히려 아니! 저렇게 멋진 영화들이 있었다고 어디서 볼 수 있지? 짧게 짧게 담기지만 그 짧은 순간을 보면서도 저런 영화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 중반부터 익숙한 <미션>, <시네마천국>이 흐르면서 아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만 전 전반부가 더 좋았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배에서 나고 자라서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느끼신 듯합니다. 1950년대부터 2017년까지 무려 60년 넘게 영화음악만 했던 위대한 영화음악의 마에스트로 엔니오. 엔니오 덕분에 영화에서 음악의 중요함과 영화음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줬다는 엔니오.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죠.” -한스 짐머-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헤이트풀8>…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그가 직접 들려주는 명작 탄생 비하인드그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
평점
10.0 (2023.07.05 개봉)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엔니오 모리꼬네, 클린트 이스트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왕가위, 브루스 스프링스틴, 퀸시 존스

별점 : ★★★★
40자 평 : 소년의 눈빛을 가진 열정가이자 혁명가였던 엔니오에 대한 헌정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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