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념 전쟁의 시대입니다. 그나마 냉전 시절의 소련 진영, 미국 진영으로 나눠서 서로 지구 멸망각을 재던 시절은 지났고 평화의 시대가 오는 것 같지만 또다시 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그 신냉전 시대의 최전선에 선봉장으로 나선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오늘도 열심히 좌 우로 갈라서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게 아닌 혐오가 기본인 시대가 되었죠. 이런 비슷한 나라가 또 있는데 바로 미국입니다. 여러모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이어받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런데 살면서 좌파나 우파를 직접 만나보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정치 이야기를 잘 안 하니까요. 그럼에서 술자리에서 친한 친구 사이에서 정치 이야기를 가끔 하게 되고 그때 나와 다른 이념 성향을 가진 친구라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솔직히 좋지 않습니다. 영화 평이 나의 감상과 다르다고 화를 내는 세상인데 기분이 좋을 리 없죠. 다만 친구의 생각을 고칠 생각보다는 그냥 받아들이면 싸움 날 일이 없습니다.
SNS도 똑같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보세요. 온통 자기 정치 성향과 동조하는 이웃들만 가득하고 진보와 보수가 다 많은 분은 정치인이나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 밖에 없을 겁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서는 일은 더 비일비재해질 겁니다. 하다 못해 포털 다음과 네이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수는 네이버, 진보는 다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진보는 다음, 보수는 네이버입니다. 같은 뉴스인데 네이버에 올라간 뉴스 댓글에는 온통 우파 그것도 극우들의 댓글들이 많고 추천댓글이 됩니다. 반면 다음은 진보 성향의 댓글이 베스트 댓글에 올라갑니다. 그래서 진보 성향 분들은 다음에서 뉴스를 섭취하고 보수는 네이버 뉴스를 즐겨 봅니다. 이런 룰이 생긴 것은 꽤 오래되었습니다만 애초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제 기억으로는 2005년 이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으로 뉴스 보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능숙한 당시 10~30 지금의 30~50대들입니다. 특히 2005년 당시의 20~30대들인 현 40~50대들은 디지털 시대를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로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참 궁금했던 것이 나도 나이가 50대가 되면 보수가 되는 줄 알았는데 50대가 되어보니 알았습니다. 10년 전 30,40대 진보층이 그냥 나이만 더 먹어가는 것을요. 물론 약간의 진보적인 성향이 퇴색되는 건 있지만 주류 생각이 바뀌지는 않네요. 그러고 보면 현재 20,30대들이 40,50대보다 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좀 놀랍기만 하네요. 젊은 보수, 늙은 보수층 사이에서 살아갈지 상상도 못 했네요.
2005년 전후로 블로그와 뉴스 댓글이 늘고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이 확산하면서 서서히 댓글들이 늘고 보수적인 성향의 댓글러들이 늘기 시작합니다. 이는 2005년 전후로 당시 40대 이상의 보수층 분들이 대거 포털 뉴스 댓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그 이전에는 디씨도 진보 성향 커뮤니티였다는 것이 지금은 믿기지 않습니다.
이때 네이버는 블로그 서비스 2000년대 초에 블로그 서비스, 카페 서비스 등을 시작하면서 유저들이 직접 시간 들이서 올리는 콘텐츠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네이버는 초기부터 노골적으로 생활, 미용, 관광, 연예, 영화 등등의 연성 콘텐츠를 우선시 했고 정치, 시사, 이슈 같은 시끌시끌한 주제는 배척했습니다.
반면 다음은 다양한 소리라는 뜻 답게 세상의 다양한 주제 특히 정치, 시사, 이슈를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걸 후원했습니다. 그 아이콘이 바로 아고라입니다.
2005년 게시판 형태의 다양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서비스였던 아고라는 다음의 아이덴티티였다고 할 정도로 인기도 높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이 아고라에서 많은 진보 논객들이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미디어 다음도 진보 성향 뉴스들을 많이 발굴 소개했죠. 특히 다음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2008년 광우병 사태에 진보 성향 댓글러들이 다음 뉴스에 상주하기 시작합니다. 이전에도 진보 성향이었지만 이 2008년 광우병 사태가 네이버는 보수, 다음은 진보라는 낙인을 찍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당시 네이버는 광우병 사태와 촛불 시위 관련 내용 뉴스를 일부러 노출 안 하는 등등의 적극적으로 정치 성향이 짙은 글과 뉴스를 배척했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의 스탠스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그 스탠스인 시끌 복잡한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글을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있습니다.
2015년 다음을 인수한 카카오 아고라를 폐쇄하다
한국 IT 인수 합병 중 최악의 인수 합병인 다음을 카카오가 인수한 건 2023년 현재 철저하게 실패를 한 인수 합병이었스빈다.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줄 알았지만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한 후 우회상장의 목적을 달성하자 다음의 수많은 서비스를 돈을 못 번다는 이유로 종료합니다. 다음 tv팟, 다음 키즈, 다음 뮤직, 다음 클라우드, 다음 마이피플 등등 몇몇 서비스는 네이버보다 더 인기 높은 서비스도 있었지만 다 종료합니다.
카카오는 다음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걸 인수하자마자 노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뒤돌아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후 다음이 검색의 변화가 크게 있었나요? 전혀 없습니다. 다음 검색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 전혀 없었습니다. 네이버를 따라 잡기 위한 노력은 전혀 안 하고 오로지 카카오 택시 같은 모빌리티에 올인했습니다.
카카오 의장인 김범수가 포털 다음에 대해서 거론한 적이 있나요? 오로지 내새끼 카카오 우쭈쭈주만 했죠. 카카오는 다음에 관심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것은 카톡에 #검색을 넣었다는 것인데 #검색은 오히려 다음 검색 UI를 망치는 등 역효과가 일어납니다. 별로 인기도 없었고요.
그리고 카카오는 꾸준히 다음 서비스를 종로하기 시작하더니 운영비도 별로 들지 않는 다음의 정체성이자 상징적인 서비스인 아고라를 서비스 종료합니다. 이전부터 인기가 떨어진 것도 있지만 다음의 진보 색채의 진앙지라서 그런지 아고라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그렇게 카카오는 포털 다음까지 종로 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가 2023년 1분기 매출 발표에서 포털 다음의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음을 자회사로 분사시킨다고 합니다. 카카오는 빠른 결정을 위해서 자회사로 돌렸다고는 하는데 업계 사람들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털 사업이 무슨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빠른 결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매각을 위한 다지기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포털 다음은 매각되어서 싸이월드나 네이트처럼 좀비가 되거나 근 미래에 종료될 것이라는 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색 점유율 5%의 다음은 이미 검색 시장에서 존재감이 아주 약합니다. 2009년 경에는 30%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현재 5%를 차지하고 있네요. 이러다가 조만간 빙 검색에 밀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다음 검색은 자사의 서비스인 티스토리, 브런치, 카카오스토리보다 디씨나 루리웹 같은 대형 커뮤니티 글을 최상위에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티스토리는 한국에서 트랙픽 인기 순위 10위 안에 드는 인기 블로그 서비스인데 이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검색 알고리즘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걸 이해할 수 있으려면 단 한가지가 있는데 포털 다음이 다른 회사에 매각되어서 티스토리가 자사의 서비스가 아니게 되면 이게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조만간 포털 다음은 다른 회사에 매각되거나 전혀 상관없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카카오는 다음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40,50대 진보 세력을 떨구기 위해서인지 타임톡이라는 새로운 댓글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카카오가 선보인 다음 뉴스 댓글 서비스 타임톡
카카오가 최근 다음 뉴스 개편을 했습니다. 다음 뉴스 댓글을 싹 바꿨습니다. 먼저 이전에 단 댓글들은 싹 제거했습니다. 백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그걸 누가 백업받으려고 하겠습니까? 뉴스 링크와 함께 봐야 의미가 있지 꼴랑 뉴스 댓글만 저장할 가치가 있을까요?
이전 댓글을 바이든한 후 그 자리에 타임톡을 선보였습니다. 타임톡은 카톡처럼 채팅 스타일의 댓글 서비스로 추천, 비추천 버튼도 없고 아이디를 눌러도 이전에 쓴 댓글도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댓글들이 인스타 스토리처럼 하루가 지나면 댓글창이 폭파됩니다. 따라서 뉴스가 나온 지 23시 59분에 뉴스 댓글을 달면 단 1분 후에 댓글은 자동 삭제됩니다.
단 하루도 안 되어서 사라지는 뉴스 댓글. 이렇게 되면 내가 쓴 뉴스 댓글에 대한 반응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최신순 정렬과 비슷하지만 동시에 하루 후에 사라지기에 인스타 스토리 같기도 합니다. 이게 여론을 반영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 댓글을 봐도 댓글 안 답니다. 10%도 안 되는 사람이 댓글을 달고 이 댓글 중에 마음에 드는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서 내 의견을 반영하죠.
그러나 타임톡은 이런 여론 반영이 전혀 안 됩니다. 사람이 망치를 들면 세상 모든 것이 튀어 나온 것으로 보이고 문제 해결을 때러서 집어넣는 방식부터 생각을 하죠. 못은 망치로 때려 넣어야 하는 게 맞지만 비슷한 모양의 나사는 드라이버로 돌려야 합니다. 카카오는 카톡이라는 망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톡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바로 타임톡으로 구현되었네요.
타임톡은 신선한 댓글 방식이지만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현재 정부 여당인 국민의 힘이 포털 뉴스 댓글에 대한 엄포를 넣자 다음이 먼저 바싹 엎드린 결과가 타임톡으로 재현된 듯 합니다. 또한 진보 포털 다음의 색을 한 방에 바이든 할 수도 있고요.
이에 저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다음 뉴스를 안 보고 떠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댓글창 돌려 놓아라고 하지만 카카오는 고객 의견을 경청하는 회사가 아니고 불만이 많이 쌓어서 포털 다음 이용자가 적을수록 더 좋다고 생각을 하는 회사입니다. 어차피 매각 할 다음 서비스가 인기가 떨어지면 매각 명분이 더 커지고 좋죠. 카카오 입장에서는 포털 다음이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포털 다음 뉴스 보기를 중지하고 네이트에 정착했습니다. 네이버로 갈까 했지만 우파들의 놀이터에 일부러 놀러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신기한 건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 SKT는 왜 네이트 서비스를 종료 안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용자도 적어서 종료해도 될 것 같은데 아직도 운영하네요. 그리고 뉴스 댓글을 보니 사용자가 생각보다 꽤 많고 활발하네요. 포털 다음이 카카오가 떠나 주십사 하니 떠났습니다. 앞으로 다음 관련 서비스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을 듯 하네요. 망하려고 작정을 해도 이 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