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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by 썬도그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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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장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웃음소리만 들어도 대충 30대인지 50대인지 알 수 있는데 웃음의 스펙트럼이 다양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박장대소를 합니다. 웃기는 장면이긴 합니다만 엄청나게 웃기는 장면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웃음이 말라가던 저도 몇몇 장면은 미소 짓게 했습니다. 

제가 요즘 우울증은 아닌데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한숨만 깊게 내쉬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잘 웃지를 않습니다. 웃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서 안 웃었습니다. 그런데 후반 몇몇 장면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영화가 너무 아름다워서도 슬퍼서 그런 것도 약간 있지만 그것보다 1984년, 1985년, 1986년을 함께 보낸 아랫집에 살던 나보다 1살 어린 동네 동생이 너무 생각나서 눈물이 저절로 흐르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그 동생이 보고 싶어서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었네요. 연락하고 싶지만 어디 사는지 저도 모릅니다.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50대가 되니 떠나는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갑자기 떠난 동네 동생 소식에 하늘만 바라 봤네요. 

제가 싫어하는 게 뒤를 돌아보는 겁니다. 앞으로 나가가도 어려운데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하강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자 뒤를 자주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뭐가 중헌지 안 중헌지도 점점 잘 구별하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지난주에 오랜만에 롯데시네마 건대에서 영화 시사회를 봤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시사회 일정만 봐도 재미있는 영화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흥행에 자신이 있고 재미있는 영화는 개봉 1달 전부터 전국 단위 시사회를 해요. 그런데 영화제작사도 인정할 정도로 재미가 없으면 시사회를 안 하거나 개봉 바로 전날 시사회를 합니다. 

개봉이 7월인데 6월 초에 시사회를 한다? 꽤 자신감이 있나 봅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일본에서 1년 전에 개봉했는데 지금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곳이 꽤 있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가 높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흥행 몰이를 하는 대작 영화는 아니고 엄청난 이야기의 기복이 있는 대작 드라마도 아닙니다. 규모로 보면 저예산 영화죠. 그러나 규모가 작다고 영화의 감동이나 재미가 적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눈높이가 우리의 삶과 비슷해서 공감 형성이 쉽게 될 수 있습니다. 

쿠사나기 츠요시가 출연하는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지한파인 초난강으로 더 유명한 '쿠사나기 츠요시'가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조만간 작년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미드나잇 스완>도 개봉한다고 하니 오랜만에 츠요시의 영화를 2편이나 볼 수 있게 되겠네요. 

다만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주연은 아니고 이야기를 소개하는 역할이라서 조연입니다. 주연은 2명의 아역 배우입니다.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의 일본 제목은 Sabakan입니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사바칸은 고등어 된장 조림 캔의 이름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 높은 고등어 통조림인가 봅니다. 감독은 이 영화가 입봉작이자 첫 각본을 쓴 '가나자와 치키'입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초보 감독은 아니고 이미 TBS 드라마인 <한자와 나오키> 등의 주로 TV에서 각본 연출을 했던 경력은 있는 감독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줄거리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40대가 된 히사 다카아키(쿠사나기 츠요시 분)는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지만 현실은 대필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고 있지만 대필 청탁을 하는 분이 무슨 되도 않는 소설이냐며 1천만 원을 줄 테니 유명인 대필 자서전을 써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히사는 대필 청탁을 받고 털레털레 집으로 향합니다. 

히사는 결혼 후에 딸이 있지만 이혼을 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도 꼬박꼬박 양육비를 보내고 가끔 딸을 봅니다. 어떻게 보면 삶에 큰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혼자 살면 더더욱 뒤를 자주 보게 되죠. 자녀라는 미래가 당장 눈에 안 보이니까요. 그렇게 헛헛한 마음으로 대필 청탁 대신 자신의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이후 영화는 1986년 초등학생 시절의 히사가 나옵니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1986년 나가사키가 배경입니다. 나가사키는 제주도나 부산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영화에서 바닷가로 떠내려온 오성 사이다라는 한글 캔에 깜짝 놀라서 오성 사이다? 그런 게 있었나 했는데 칠성 사이다인데 저작권 때문인지 오성사이다로 나오네요. 

나가사키 어촌 마을에서 다정한 가정에서 사는 초등학생 히사의 같은 반에는 타케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타케는 1년 내내 민소매 티를 입고 다니는데 딱 2벌밖에 없는지 같은 옷만 입고 다닙니다. 아이들은 직설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죠. 단순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타케의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오히려 동생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의젓한 장남이면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타케에게 집을 보여달라고 하자 타케는 같은 길을 계속 돕니다. 집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죠. 제 유년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형편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낙후된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아이들이 놀리곤 했죠. 그래서 교회는 좋은 아이들만 있는 줄 알았다가 똑같은 아이들이 교회를 다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만 다녔습니다. 

타케의 집은 방수포를 얼기설기 씌운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이에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습니다. 이 무리에는 히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 공부를 하던 히사에게 타케가 불쑥 찾아옵니다. 타케는 탄탄바위 너머 부메랑섬이 있는데 거기 돌고래가 왔다면서 돌고래 보러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히사는 별로 내키지가 않습니다. 이에 타케는 니가 100엔 짜리 동전을 줍는 것을 봤다면서 안 가면 그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반 협박을 합니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그렇게 히사와 타케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부메랑 섬으로 향다가 아버지에게 걸립니다. 아버지는 어디 가냐고 묻지만 아이들은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계획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뒷좌석에 쿠션을 달아주고 용돈까지 찔러주면서 잘 갔다 오라고 합니다. 이게 어른이죠. 이게 어른이에요. 뭔 그리 반대만 해요. 

위험해도 안전장치 마련해주고 보내줘야죠. 그렇게 히사와 타케는 돌고래를 보러 갑니다. 이때만 해도 히사는 타케와 동행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여정 속에서 두 초등학생은 친구가 됩니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부메랑 섬에서 돌고래를 봤냐고요? 이 영화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는 영화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두 아이가 하루의 모험을 통해서 친구가 되었다는 겁니다. 스포라서 더 자세히 말을 못 하겠지만 영화는 좋은 사람 판별법을 잘 보여줍니다. 

좋은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또한 동정심과 배려심을 가진 사람이죠. 타케는 친구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놀려대는데 친구가 있을리 없죠. 뭐 지금은 더 심해졌지만요. 개인보다 집단에 소속되어서 폭력을 피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순진하다고만 할 수 없는 폭력적인 성향이 시작되는 시기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아닐까 합니다. 나도 피해받을 수 있기에 같이 몰려다닐 수는 있지만 그들의 행동에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타케는 히사를 친구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히사도 타케를 친구로 삼고 여름 방학 내내 산과 들과 바다로 쏘다니면서 우정을 키워갑니다. 

생각보다 꽤 웃기는 장면이 많았던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40,50대 중년들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지만 20,30대들도 유년 시절이 있었고 주변의 건물과 물질문화는 달라졌지만 삶의 형태는 같기에 20,30대 분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는 수시로 빵빵 터지는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가장 웃기는 캐릭터는 히사의 엄마입니다. 사타구니를 벅벅 긁고 다녀서 수시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히사의 엄마와 히사 가족들 전체가 개그 캐릭터입니다. 여기에 구멍가게 아줌마도 웃깁니다. 감독이 개그를 압니다. 같은 장면을 이용해서 간단하면서도 풉하고 터지게 하는 요령을 잘 압니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웃깁니다. 코믹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웃음 구간이 꽤 많습니다. 추억만 팔면 지루할 수 있지만 웃음 구간이 꽤 많네요. 그럼에도 드라마의 서사가 엄청나게 크고 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 추억과 연결되면서 추억의 친구들을 호출하는 힘이 아주 큽니다. 

나를 올바르게 자라게 만들어준 우리 주변의 선한 사람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시니컬한 시선을 기본 시선으로 달고 사는 저이지만 저를 웃게 하고 올바르게 자라게 만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부모님이 가장 큰 영향을 줬습니다. 부모님이 가장 가깝고 큰 어른이죠. 그러나 부모님에게서만 세상을 배우는 건 아닙니다. 선한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영화에서 이웃 동네에 사는 고등학생 누나와 형은 어린 히사와 타케에게 큰 도움을 주고 영향을 줬습니다. 
히사가 물에 빠져서 죽어가는 걸 살려준 것도 누나이고 고장 난 자전거를 트럭에 태우고 집까지 바래다준 것도 이 형과 누나입니다. 이런 선량한 사람들이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들이죠. 선한 사람이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딱 1명이라도 주변에 있으면 내가 악의 세계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친구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영화 내내 팬플룻 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영화 후반 비극이 일어나는데 그 모습 속에서 동네에서 함께 뛰어놀던 동생이 너무 생각났습니다. 동일하지 않지만 비슷한 모습의 동네 동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랬나 지금도 이 리뷰를 쓰면서도 마음이 아프네요. 뭐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고 그게 또 삶이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불행이 너무 어린 나이에 찾아옵니다. 

1986 그 여름&#44;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웃음 감동이 가득한 추천 영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40대 히사가 고등어통조림을 가득 들고 내립니다. 왜 고등어통조림이 영화 제목인지는 영화 중반에 나옵니다. 가난한 집에서 4명의 동생과 함께 사는 타케. 엄마는 동네 마트에서 근무를 합니다만 엄마 혼자 버는 돈으로 풍족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히사가 초밥이 먹고 싶은데 먹을 수가 없는 것을 알자 타케는 히사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집을 보여주는 행위는 가난한 아이에게는 아주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렇게 히사는 타케에게 고등어 통조림으로 만든 초밥을 만들어줍니다. 

오랜만에 참 맑은 영화를 봤습니다. 고향을 찾은 히사의 모습부터 뭉클해지더라고요. 왜 우리는 추억을 아름답다고 할까요. 아마도 그 추억에는 현재가 가진 불안과 희망이라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화 환희가 없고 오로지 결과만 담고 있는 변동 없는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반 이상이 과거의 결과물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자랄 때 영향을 받은 친구나 책, 영화들에게 감사해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걸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친구입니다. 

고등어 통조림

1000권의 좋은책, 100편의 좋은 영화보다 단 1명의 평생을 가져가는 친구가 나에게 더 이롭습니다. 특히 히사 같이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는 더 중요하죠.  

<1986 그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추억과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주 맑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드라마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영화와 추억이 만나서 흐르는 많은 감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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