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만 관객 반응은 좋았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에 꽤 많은 관객들이 <범죄도시 3>를 관람했습니다. 중간중간 웃음도 나오고 다 보고 나서 만족의 웃음도 있었습니다. 대중성은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전 가끔 영화보지 않고 거의 매주 1편 이상 영화를 보기 때문에 수많은 영화를 봐서 그런지 전체적인 이야기가 아쉽고 예측 가능한 스토리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실 <범죄도시2>를 보면서 재미는 있는데 점점 1편의 핵심 재미를 재탕하는 느낌이 들어서 물리겠구나 했습니다. 3편은 보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3편은 건너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유튜버들이 워낙 극찬을 하고 폼 미쳤다를 외치기에 속는 셈 치고 앞으로 볼 분들을 위해서 체험을 해봤습니다.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올라간 전국구 마석도 형사
<범죄도시> 1편은 실화 2개를 엮어서 만든 실화 바탕 영화로 실존 인물인 금천경찰서 형사를 모델로 한 마석도 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석도 형사의 이야기라고 하긴 어렵고 그냥 금천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조선족 조폭들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추석에 개봉해서 기대 이상의 엄청난 흥행에 영화계가 깜짝 놀랐을 정도입니다. 지금봐도 <범죄도시>는 유머, 액션. 캐릭터와 살벌함 등등 꽤 잘 만든 영화입니다. 특히 장첸과 마 형사의 대결은 액션 영화의 매력을 아주 잘았습니다. 문제는 2 편부터입니다. 2편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했지만 문제는 마석도 형사의 독특한 캐릭터를 너무 우려먹는 것이 좀 물린다 싶긴 했습니다만 쓴소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마석도 형사는 원펀맨입니다. 거의 한대도 맞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무시무시한 펀치와 액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죠. 또한 조선족을 조폭으로만 그리지 않고 조선족 소년을 투입해서 조선족이 문제가 아닌 악인을 때려잡아서 동포 사회도 지키는 열혈 형사로 잘 담고 있습니다.
2편까지는 금천경찰서 형사로 활약하던 마 형사는 3편에서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바꿉니다. 이에 2편까지 나오던 배우들이 싹다 물갈이가 됩니다. 아마도 비슷한 캐릭터들이 계속 나오면 차별성이 없기에 광수대 형사로 위치 변경을 했나 봅니다.
마석도 형사만 빛나는 형사 캐릭터. 캐미도 없고 병풍으로만 존재
광수대로 옮기면서 새로운 형사들과 함께 사건 수사를 합니다. 그런데 전작과 달리 동료 형사와의 소개나 캐릭터나 형사 일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담는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작의 반장과 함께 티키타카를 하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베테랑 배우 이범수가 반장 역할을 하지만 딱히 큰 활약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는 병원에 누워 있어서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유일하게 마 형사와 함께 다니는 형사는 김만재(김민재 분) 형사입니다. 그러나 두 형사가 역할을 분담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마 형사가 원펀치로 다 때려눕히면 뒤늦게 들어오는 등등 별 역할이 없습니다.
다른 형사들은 다 병풍 느낌입니다. 형사들에 대한 서사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마석도 형사만 보면 되니까요. 문제는 빌런도 전작처럼 서사가 없습니다. 그냥 20kg 마약 쟁탈전을 하는 모습만 보입니다.
마석도 형사를 위한 마석도 형사를 위한 마석도 형사의 영화인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마석도 형사 쏠림 현상에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그럼에도 마블 영화도 조력자와 협업 플레이를 통해서 팀플레이의 재미를 주는데 <범죄도시 3>는 이게 전혀 없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빌런 2명을 동시 투입한 <범죄도시 3>
시리즈 영화는 1편의 세계관을 이어가기 때문에 신선미는 많이 떨어집니다. 1편에서 마석도 형사의 무시무시한 펀치로 다 때려 잡는 무시무시하게 강한 캐릭터에 사람들은 크게 놀랐고 신선했습니다. 때리고 맞고 하는 것이 아닌 그냥 때리기만 하는 액션 스타일에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2편에서도 동일하게 보여주다 보니 어차피 한 대도 안 맞을 거라고 알고 보기에 액션의 재미는 반감됩니다.
이에 1편보다 코믹적인 대사와 액션을 넣어서 웃음의 윤활유를 넣었습니다. 3편은 2편까지 나온 전일만 팀장, 장이수 등등 전작의 출연진을 끌어들였지만 3편은 식상함을 배제하기 위해서 팀 갈이를 합니다. 여기에 빌런도 기존의 1명이던 것을 2명으로 늘렸습니다.
먼저 주성철입니다. 주성철은 영화 초반에 무시무시하게 등장합니다. 경찰임을 알고도 경찰이 뭐 대단한 인물이냐는 듯 바로 죽입니다. 경찰을 죽인다? 뭐지 이 캐릭터는? 궁금증은 바로 풀립니다. 어차피 중요한 설정이 아니기에 밝히자면 주성철은 현직 마약 수사반 팀장입니다. 현직 경찰이 마약 유통을 눈감아 주는 것을 넘어서 직접 유통을 합니다. 이 설정은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비슷한 설정을 봤으니까요.
그런데 주성철에 대한 서사가 전혀 없습니다. 이 주성철이 어쩌다 마약 수사가 아닌 밀매를 하게 되었는지 그의 과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눈을 희번덕 거리면서 마약 밀매를 합니다. 그리고 잔혹하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총이 있으면 총으로 해결하면 될 텐데 주먹질을 더 많이 합니다. 전체적으로 무시무시하지만 장첸처럼 매력적이거나 엄청 무섭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흑화 된 경찰이라는 점을 마석도 형사가 모르고 돕거나 하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아야 하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들통납니다.
주성철이 상당히 영리한 경찰이었다면 마석도와 으르렁 거릴 것이 아닌 너무나도 친절하게 협조하고 그냥 형사처럼 행동하다가 마석도 뒤통수를 야무지게 때려야 하는데 상당히 멍청한 캐릭터입니다.
주성철 형사가 마약을 중간에 삥땅친다는 걸 알게 된 일본 보스가 살수인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를 한국으로 보냅니다. 리키는 칼을 쓰는 캐릭터입니다. 지금까지 주먹질로만 싸우던 마석도와 칼을 든 빌런과 대결은 흥미롭게 보입니다. 꽤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후반 리키와 마석도 액션은 그렇게 매력적이다라고 느껴지지 않네요.
이유는 액션 디자인이 너무 단조롭습니다. 칼을 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칼로 여러 사물을 한 칼레 자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인서트 장면들이 있어야 저 칼에 걸리면 죽겠구나 느끼는데 이런 장면들이 없이 그냥 칼을 든 육박전 느낌 밖에 안 드네요.
리키는 무시무시한 무술 실력이 있고 마약을 찾으러 한국에 옵니다. 리키와 주성철을 동시에 마석도가 상대해야 할 듯 합니다. 그러면 2배나 더 무시무시해지니까요. 긴장감도 2배 올라가고요. 양쪽에서 동시에 마 형사를 죽이려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영화 <범죄도시 3>는 이상하게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악당끼리 싸우는 이상한 그림의 <범죄도시3>
<범죄도시 3>의 영화 초반은 평이합니다. 마석도 형사가 막무가내로 마약 사범들을 다 잡아들입니다. 통쾌하죠. 그냥 직진하다가 걸리적거리면 다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미약 유통책과 일본 야쿠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2명의 빌런 집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리고 두 빌런 집단끼리 추격전을 합니다. 이유는 20kg짜리 마약 때문입니다. 서로 마약을 차지하려고 대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걸 마석도 형사팀이 잘 압니다. 브리핑까지 하면서 관계와 두 집단이 서로 대결을 준비하는 것도 알죠. 그럼 둘 다 싸우다 지칠 때 검거하면 개꿀일 듯합니다. 그냥 쌈 구경하고 있다가 둘 다 잡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반대입니다. 마석도 형사는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공개해서 양쪽에게 공격받게 됩니다.
뭐 이런 식으로 작전을 할까 했네요. 그렇게 멍청한 행동으로 수사가 엉망이 되고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빌런이 실수를 합니다. 왜 자신의 위치를 밝히고 마약을 자신이 가지고 갔는지 말합니까? 가만있으면 경찰이 가져간 줄 알 텐데요.
마치 결정적 실수 남발의 연속인 졸전을 보는 느낌입니다. 시나리오를 감독인 이상용 감독이 썼는데 좀 더 다듬었어야 합니다. 긴장감이 일도 없습니다. 양쪽에서 쪼아야 하는데 빌런과 형사팀이 스스로 자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웃음과 액션을 강화한 <범죄도시 3>
2명의 웃음 유발 캐릭터가 있습니다. 둘 다 중간 유통책으로 전작의 장이수 같은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장이수만큼은 못합니다. 나름 웃기긴 합니다. 그나마 볼만한 게 이 웃음입니다. 대중들의 반응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문은 역시 코미디 쪽입니다.
코믹 대사들이 늘었습니다만 웃음이 너무 단순하고 단조롭습니다. 예를 들어서 cyber를 씨버라고 읽는 건 너무 올드합니다. 또한 리키 부하 마하를 보고 마석도 형사가 나도 마 씨야라는 말도 식상합니다. 말장난이 1편에서는 통했죠.
"혼자 왔어? 응 아직 싱글이야"라는 대사는 마지막 결투의 긴장감의 에너지를 웃음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러나 마 형사의 말장난 개그가 잘 먹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익숙함입니다. 마 형사도 3번이나 보니 그의 개그 스타일이 익숙해지다 보니 웃음이 잘 나오지 않네요. 또한 1,2편의 자기 패러디도 하는데 이것도 잘 먹히지가 않네요.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배경이 되는 캐릭터도 싹 바꾸고 빌런도 2명이나 투입했는데도 재미가 전작들에 비해서 반까이 되었습니다. 액션은 증가했습니다. 전작에서는 액션 스타일이랄 것도 없이 그냥 원펀치였습니다만 이번엔 좀 다릅니다. 다리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상체와 주먹만 이용해서 싸우는 것이 누가 봐도 권투입니다.
권투 발놀림을 통해서 빠르고 강한 타격을 하는 모습은 전작에서 보지 못한 스타일로 꽤 쾌감이 좋습니다. 1초에 3번의 펀치를 날리고 펀치 한 방에 사람을 날리는 무시무시한 펀치도 보기 좋습니다. 또한 카메라 워크도 핸드헬드이면서 주먹의 방향으로 카메라가 움직이고 끊고 움직이고 끊는 스타일이 액션을 좀 더 풍성하게 보입니다. 액션 장면은 그런대로 볼만한데 뭔가 엄청나게 화려하고 놀라운 장면들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액션이 주로 실내에서만 이루어지다 보니 답답함도 많습니다.
그리고 마석도 형사도 기절하고 맞기도 합니다만 원펀치 액션에 대한 익숙함을 넘어서 질림까지 나옵니다. 좋은 것도 계속 보면 질리듯 나중에는 물리네요. 영화 다 보고 나오면서 4편은 못 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습니다.
서두에 말했지만 이건 제 생각이고 현장 관객 반응은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영화 가끔 보는 분들에게는 분명 쾌감이 높은 액션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전작들의 반복이고 오히려 전작보다 못한 시나리오와 너무 뻔하고 올드한 유머코드,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뻔함 때문에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겠네요.
넷플릭스에서 안 본 영화나 볼 걸이라면서 털레털레 나왔네요. 한국 영화 위기다 어쩐다 해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나서 투정 부렸으면 합니다. 재미가 없는데 1만 4천 원이라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들이 계속 나오다 보니 믿고 거르는 한국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좀 더 치열한 영화가 나왔으면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작년에 왔던 마석도 올해도 또 찾아왔네 이젠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