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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의 비밀을 찾는 다큐 팀스 버미어 추천 다큐

by 썬도그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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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는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 바로크 그림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이 당시 그림을 보면 이게 그림인가 사진인가 할 정도로 엄청나게 디테일한 묘사에 사진 이상의 느낌을 줍니다. 기존의 그림들은 빛을 담기보다는 세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림과 사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림에서는 빛의 광원이 따로 없거나 여러 광원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그림은 다릅니다. 

진주 귀걸이를 단 소녀
진주 귀걸이를 단 소녀 / 요하네스 베르메르

세계적인 명화이자 그림 역사를 공부하면 꼭 보게 되는 그림이 이 '진주 귀걸이를 단 소녀'입니다. 이 그림은 이전 그림과 크게 다른 점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엄청난 디테일입니다. 이 그림보다 밑에 소개할 그림은 정말 엄청난 디테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리고 진주 귀걸이나 눈동자의 흰자에 올려진 빛망울을 보면 이 그림이 한 방향의 빛을 받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사진처럼요. 사진은 낮의 야외에서는 태양이라는 광원이 1개이고 실내에서는 조명이 있어서 여러 개가 될 수 있지만 창가에서는 광원이 1개입니다. 게다가 이 17세기는 전구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흔했다고 해도 이 그림은 딱 봐도 강력한 광원인 태양 빛을 이용해서 담은 듯합니다. 

음악 교습 / 요하네스 베르메르
음악 교습 / 요하네스 베르메르

특히 이 그림은 사진 그 잡채입니다. 창가의 확산광이 은은하게 음악 교습소를 포근하게 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팀스 버미어>는 2013년에 만들어진 미술 다큐입니다. 먼저 이 17세기 네덜란드와 여러 나라의 화가들의 그림이 갑자기 퀀덤 점프를 해서 놀라운 디테일의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 지금도 명화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화가들의 그림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을까요?  시속 90km를 던지던 야구 선수가 갑자기 150km 강속구를 던진다면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했겠지 보다는 약을 먹었나?부터 생각하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 가장 인기 높은 영국 현대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입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화가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2003년 '명화의 비밀(호크니가 파헤친 거장들의 비법)'이라는 책을 내놓습니다. 이 책은 전 세계에 큰 파문을 일으킵니다. 호크니는 책에서 비잔틴 시대부터 르네상스를 지나 19세기까지 그림이 갑자기 묘사력의 엄청난 발전을 화가들의 실력이 아닌 화가들이 렌즈와 거울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죠.

이 주장에 전 세계 미술 사학자들은 명화를 그린 화가들의 아우라를 깨뜨린 주장에 분노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호크니는 차분한 어조로 책과 다큐에서 렌즈와 거울을 이용한 흔적을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림에서 렌즈 왜곡과 색수차 등등 사진를 찍는 카메라 렌즈에서 발생하는 렌즈의 결점을 그림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죠. 

카메라 옵스큐라
카메라 옵스큐라

그래서 호크니는 카메라의 시조새인 카메라 옵스큐라로 외부 풍경을 어두운 상자 안에 가두어 놓고 거름종이로 테두리를 따서 그렸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더 간편한 카메라 루시다라는 도구도 있고요. 그러나 그 주장에도 설명할 수 없는 그림들도 있었습니다. 먼저 이런 카메라 옵스큐라나 카메라 루시다는 테두리를 따서 밑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인데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로 유화를 바른 그림들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색이 너무나도 정확한 점도 이상했죠. 카메라는 화이트 밸런스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문을 품은 텍사스의 발명가 '팀 제니슨'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의 비밀을 찾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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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제조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팀스 버미어>

팀스 버미어

'팀 제니슨'은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입니다. 2003년 '명화의 비밀'이 다 풀지 못한 중세시대의 유명화가의 그림의 비밀을 추적합니다. 먼저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렌즈가 달린 어두운 방을 이용해서는 그려질 수 없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직접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중에 가장 복잡한 그림이자 빛의 느낌이 아주 좋은 '음악 교습'을 직접 그리겠다고 선언을 하죠. 

참고로 버미어는 베르메르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팀은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구를 이용하면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스 버미어

그렇게 팀은 직접 거울을 이용한 포터블 그림 제작 도구를 만듭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유화를 잡고 자신의 할아버지 흑백 사진을 완벽하게 그리죠. 이걸 다른 화가들에게 보여주자 놀랍다면서 이렇게 그렸을 수 있다면서 용기를 불어줍니다. 이 도구를 이용하면 밑그림을 그릴 필요 없이 유화를 칠하면서 실제와 비슷한 색이 나올 때까지 칠해주면 됩니다. 사진과 그림이 일치하게 되면 거울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마치 라이카 M시리즈 카메라 초점 맞추듯이요. 

팀스 버미어

이렇게 간단한 거울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고 이걸 이 의문의 발화점인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찾아가서 설명하고 보여줍니다. 호크니는 놀랍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업그레이드 시켜준 팀에게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죠. 

팀은 직접 '음악 교습'이라는 그림을 그대로 그릴 생각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음악 교습'의 원화가 걸려 있는 영국 버킹검 궁 앞에서 쇼를 하면서 이목을 끌었고 30분 동안 '음악 교습'을 알현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본 것보다 실제가 더 정교하다는 점에 신음 소리를 냅니다. 엄청난 그림이라는 것을 목격한 후에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팀은 놀라운 열정으로 그림을 그대로 그리기로 합니다. 

팀스 버미어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베르메르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심지어 당시 사용한 유화 안료까지 직접 만들어서 제작에 들어갑니다. 방을 꾸미고 딸과 친구를 이용해서 얼굴을 그립니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는데 초기에는 어두운 방에서 시작했지만 오목거울을 이용하면 어두운 방이 필요 없다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렌즈 왜곡 현상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점점 자신감이 붙습니다. 실제로 베르메르가 팀이 만든 장치처럼 생긴 것을 이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걸 증명합니다. 

그림은 기술인가 예술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팀스 버미어>

그림은 예술일까요 기술일까요? 우리는 화가를 예술가라고 하지 기술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림 그리는 행위는 영적인 영역의 일이니까요. 어떤 것을 그대로 모사한다고 그걸 예술이라고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대의 이야기이고 중세시대의 화가는 기술자가 아니었을까요? 돈을 받으면 똑같이 찍어주는 사진가처럼요. 우리가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예술 사진으로 하지도 않고 사진가를 예술가라고 하지 않듯이요. 

어떻게 보면 '데이비드 호크니'는 예술가들이라고 칭송하던 유명 화가들을 기술자로 추락시켰습니다. 그리고 팀은 이 다큐를 통해서 도구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직접 증명합니다. 그러면 이 다큐가 우리가 칭송하던 그 유명한 화가들을 예술가가 아닌 기술자라고 증명하면서 끝이 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큐 후반에 팀은 눈물을 흘립니다. 

팀스 버미어

베르메르의 '음악 교습'을 그리는데 무려 130일이 걸립니다. 초보라고 감안해도 4개월 넘게 그렸습니다. 다큐는 이 그림 그리는 과정을 꼼꼼히 담습니다. 좀 지루한 면도 있지만 팀이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새로운 발견과 느끼는 점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30일 되는 날 그림 앞에 섭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립니다.

이해가 갑니다. 이해가 가요. 저도 뭉클하더라고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림 기술자인 베르메르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저 기나긴 시간을 견디는 그 자체가 예술 아닐까 하고요. 도구를 사용했던 안했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 긴 시간을 인내했다는 자체가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도 각종 도구를 이용해서 극사실주의화를 그리는 화가가 있고 그들을 예술가로 부르는 걸 보면 세상 사람들은 도구를 이용했던 안 했던 결과물이 아름답다면 그게 예술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타인에게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주관적 사실이다" - 헤겔-

제 주관으로는 베르메르는 예술가로 느껴지네요. 좀 허탈할 수 있습니다. 유명 화가들이 밑그림도 없이 눈으로 보고 척척 그려낸 줄 알았더니 렌즈와 거울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요. 비밀을 알았으니  몰랐을 때보다는 평가 절하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사랑받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왜 이 비밀을 수세기 동안 문서 한 장 없었을까요? 이에 호크니는 말합니다. 그림 자체가 문서야!  그림을 통해서 말해고 있고 그걸 읽어내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하죠. 

예술과 기술에 관한 고민을 아주 잘 담고 있는 다큐 <팀스 버미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고 다운로드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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