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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스즈메의 문단속 재난 3부작의 훌륭한 마무리 강추 애니

by 썬도그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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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감수성의 성주이자 끝판왕인 '신카이 마코토'의 광팬입니다. 2002년 <별의 목소리>로부터 <초속 5센치미터>를 통해서 입덕을 했습니다. 일본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세밀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담은 영화들이 꽤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슴슴하고 담백해서 외면 받은 영화들도 많지만 전 그 슴슴하면서도 담백하지만 놀라운 감수성의 영화들을 참 좋아합니다. 그 감수성을 애니에 접목한 애니 감독이 '신카이 마코토'입니다. 

풍경의 제왕이지만 인물 작화는 좀 떨어져 보였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가 2013년 개봉한 <언어의 정원>을 통해서 풍경을 넘어서 인물 작화까지 뛰어난 애니 감독으로 인기를 끌었고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그리고 2023년 3월 8일 오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했습니다.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은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 2019년에 개봉한 <날씨의 아이>, 2022년에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 모두 1천만 관객을 넘은 3연속 천만 영화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너의 이름은>이 380만 명, <날씨의 아이>가 74만 명으로 일본에 비하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너의 이름은>은 일본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기록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같은 명작이 300만 명 동원했으니 얼마나 뛰어난 기록인지 알 수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역대 흥행 순위 15위로 14위 <날씨의 아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참고로 <너의 이름은>이 5위입니다. 순위로만 보면 일본에서 재난 3부작 중 가장 흥행이 낮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본 <스즈메의 문단속>은 액션이 많이 가미되면서 볼거리나 화려함은더 커졌습니다. 다만 초반 서사가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 좀 아쉽게 다가오지만 후반 다양한 메시지와 초반 궁굼증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참 좋네요. 그래서 전 강력 추천합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날씨의 아이 중 한 장면>

재난 3부작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3개의 영화가 모두 일본의 재난을 소재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의 이름은>은 지구로 날아오는 혜성 충돌을 통해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고 <날씨의 아이>는 우울한 일본의 20,30대 청춘들에게 날씨가 그렇듯 너희들 때문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기후 변화로 도쿄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좀 과거와 미래의 재난을 연결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지진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합니다. 특히 도쿄 대지진이 임박했다는 뉴스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일본인들이 재난을 소재로 한 이 재난 3부작에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지닌에 대한 공포는 덜하지만 전쟁에 대한 공포는 그 어떤 시기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른점은 일본은 막을 수 없지만 우리는 막을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러모로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만 서사는 좀 더 단순합니다. 먼저 풍경 좋은 바닷가 마을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여고생 스즈메입니다. 스즈메는 한국어로는 참새라는 뜻입니다. 스즈메는 어린 시절 엄마를 떠나 보냅니다. 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데 이 엄마의 죽음이 후반 강력한 이야기 폭풍을 이끕니다. 

이모와 함께 사는 스즈메는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는 꿈을 꾸다가 깹니다. 그날도 여느날처럼 자건거를 타고 등교하는데 꽃미남 소타를 만납니다. 소타는 지나가는 스즈메에게 이 근처에 폐허가 된 마을이 어디있냐고 묻습니다. 스즈메는 산 너머에 온천 마을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소타는 온천 마을로 향하는데 소타가 자꾸 떠오릅니다. 등교하다 말고 스즈메는 소타에게 안내한 사람이 안 사는 온천 마을에 갔다가 이상한 문을 발견합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이상한 문을 발견한 스즈메는 호기심에 문을 열어 봅니다. 문 안쪽은 저승의 세계인데 스즈메는 이걸 알지 못합니다.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때 요석이 발에 걸리는데 이 요석을 뽑아 버립니다. 요석은 고양이로 변하더니 어디론가 도망갑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그렇게 문을 열어둔채 등교를 한 스즈메, 쉬는 시간에 창 밖을 보니 아까 갔던 온천 마을 쪽에서 붉은 연기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는 이게 보이지 않습니다. 스즈메는 소타 생각도 나고해서 다시 온천 마을에 도착합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그리고 문을 닫고 있는 소타를 만납니다. 소타와 함께 문을 닫은 스즈메. 소타에게서 자초지종을 듣습니다. 소타는 토지시로 일본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막기 위해서 재난의 문을 닫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업을 받아서 하는 일이라서 공부도 하면서 이 일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도 알아봐주지도 알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스즈메가 요석을 뽑아 버렸고 그 요석이 재난의 강한 기운을 막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스즈메는 자기가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지진까지 발생했다고 자책을 하지만 소타는 스즈메 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소타는 스즈메 집에서 문을 닫다 생긴 상처를 치료하다가 창가에 있던 말하는 고양이 다이진의 저주에 걸려서 스즈메의 보물이자 엄마의 유품인 작은 의자로 변합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전반부는 요석이었던 다이진을 잡으려는 의자로 변한 소타와 소타와 함께 다이진을 찾으러 다니면서 재난의 문을 닫고 다니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유치한 스토리입니다. 10대들이나 좋아할만한 마법 드라마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야기가 좀 부실하죠. 그러나 이 부실함을 메꾸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엄청난 영상입니다. 

초반의 빈약한 서사를 채우는 엄청난 작화의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의 장점은 감수성 높은 스토리와 배경입니다. 특히 밤하늘, 해질녘 노을 묘사는 세계 최고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 풍광에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다만 인물 작화가 아쉬웠는데 대형 자본을 만나면서 단점이 싹 사라졌습니다. <너의 이름>과 <날씨의 아이>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작화 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보다 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저절로 내릴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좀 작화력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카메라 플레어를더 많이 사용하네요. 마코토 감독의 애니들의 특징은 먼저 카메라를 이용해서 영상으로 촬영하고 그걸 다시 애니로 변환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카메라 렌즈로 촬영한 듯한 모습들이 많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렌즈 플레어입니다. 애니에서 별이나 태양, 달을 담을 때 렌즈 플레어를 담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니까요. 그러나 신기하게도 일반 영화처럼 렌즈 플레어를 엄청나게 이용하네요. 

스즈메의 문단속

위 이미지를 보면 태양빛이 가로로 길게 쭉 가는데 이게 강한 광원을 이미지센서가 받으면 발생하는 렌즈 플레어의 일종입니다. 이걸 적극적으로 사용하네요. 그런데 이걸 일부러 넣다 보니 실제 영화라는 느낌을 넘어서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는 느낌을 쉽게 전달하네요. 이 아름다운 작화가 후반 이야기와 섞이면서 눈물을 흐르게 만드네요. 

슬픔의 눈물과 아름다운 것을 볼때의 눈물과 여러 감정이 섞이면서 감정의 무지개가 펼쳐집니다. 여기에 또 무시 못하는 것이 O.S.T입니다. 초반 액션 장면이 마무리 되면서 암전이 되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제목이 뜨면서 루루루루루라는 허밍이 나오면서 나오는 주제곡인 '스즈메'의 노래가 사람 마음을 휘집어 놓습니다. 

초반 빈약한 서사를 매꾸는 작화와 액션 그리고 음악

스즈메의 문단속

재난 3부작 중 가장 마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너의 이름은>은 시간 여행과 몸이 바뀌는 2개의 쾌락 요소를 이용했고 <날씨의 아이>는 날씨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가 나왔다면 3부인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진의 기운을 형상화하고 이걸 막는 토지시와 말하는 고양이와 움직이는 의자 등을 이용해서 좀 더 판타지 성향이 강합니다. 이런 요소가 다소 유치하고 서사가 약해보일 수 있어서 살짝 지루한감도 있었습니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지진 재난을 막고 다니는 패턴이 익숙해 지려고 할 때 도쿄 대지진을 막는 액션이 나옵니다. 액션이 엄청나게 긴장감이 넘치는 것은 아닙니다. 액션 규모는 큰데 연출면에서는 단순한 편입니다. 그렇게 도쿄 재난이 마무리 되기에 이렇게 끝나나? 이게 다야?라고 시계를 들여다 보니 무려 1시간이나 더 남은 겁니다. 어? 그럼 이게 전반부고 후반부가 또 있구나? 했는데 후반부에 모든 이야기가 다 펼쳐지네요. 

<스즈메의 문단속>의 후반 서사와 작화 폭발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스즈메의 문단속

후반 이야기는 안 하겠습니다. 알면 재미없으니까요. 다만 후반에 엄마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애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나옵니다. 액션도 꽤 많고 감동스러운 장면도 많습니다. 

제가 느낀 메시지는 꽤 많습니다. 먼저 표면적으로는 지진의 기운을 형상화 한 괴수를 통해서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진에 대한 공포를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보면 다양한 재난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봤던 것은 폐허입니다. 재난으로 인해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이 살지 않은 마을과 운영되지 않은 놀이동산을 보면서 일본의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구가 줄어서 사라지고 있는 농촌 지역이 많은 일본, 이는 일본만의 모습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서울에서도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학생이 없어서 폐교를 했습니다. 지방은 어떨까요? 지방은 젊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도시로 이사로 가고 이사갈 수 없는 노인들만 있다가 서서히 소멸되고 있는 지역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겁니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던 놀이동산과 중학교가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자 재난의 문이 발생해서 어두운 기운이 쏟아져 나옵니다. 애니는 어두운 곳에 문을 설치한 것이 아닌 감독이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폐허가 된 공간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고 있네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저승과 이승의 세계를 문으로 들어가고 나갈 수 있게 표현헀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얻었다고 하네요. 평상시에는 열려 있으면 안 되는 문, 연결되어서도 안 되는 문이지만 저승에 있는 보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서 스즈메가 뛰어드는 장면은 감동스럽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그리고 가장 핵심이 되는 메시지는 "다녀오겠습니다"입니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포스터를 보니 오른쪽 끝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네요. 이 7글자는 흔하게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문 밖을 나간 가족과 이웃이 친구가 다시는 다녀오지 못하는 재난을 만나는 경우 우리는 이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됩니다. 다녀 와야 하는데 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 같은 애니가 <스즈메의 문단속>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목 자체가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내포하고 있네요. 우리는 항상 재난을 대비하라는 말로 문단속 잘하라고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재난, 내 행동의 결과가 아닌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일어나는 재난, 재난에는 인과응보도 옳고 그름도 없습니다. 그냥 일어납니다. 그런 재난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평생을 무슨 잘못을 해서? 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게 되죠.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고 마음 속으로 묻곤 합니다. 

지난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 남은 청년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는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살아 남은 사람에게 당신 옆에는 남아 있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회가 그렇게 성숙한 사회인가요? 왜 놀다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냐고 하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럴때마다 마음이 너무 많이 무너져서 세상 일과 담을 쌓고 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서 일어나서 걷다보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전 이 메시지가 너무나도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재난 3부작 중 가장 좋았습니다. <너의 이름은>이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위로를 해주는 영화였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서 우리와 함께 살자고 손을 내미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전 3부작 중 가장 추천하고 가장 마음이 아프고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네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자신의 어깨를 빌려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인류에게는 지금보다 더 강하고 높은 재난의 파도가 몰려 올 것이 확실합니다. 이미 지난 몇 년 간 그리고 올해도 기후 변화로 인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할 겁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 험난한 세상을 견뎌야 할 겁니다. 그 견디는 힘은 혐오와 증오가 아닌 포옹과 공감과 희생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교사가 꿈인 소타가 자신의 꿈이 아닌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과 스즈메의 용기가 참 마음 따뜻하게 해주네요. <스즈메의 문단속>이 혐오가 일상이 된 한국 사회를 몇 년 간 경험한 저에게는 빛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서 너무 좋았습니다. O.S.T도 좋고요. 추천하는 애니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기억이 있는 분들에게는 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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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
40자 평 : 재난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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