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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삶에 지친 분들에게 추천하는 힐링 드라마

by 썬도그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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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매달 볼만한 드라마나 영화를 1편 이상 내놓지만 최근 들어서 대박을 내는 드라마가 딱히 없네요. <피지컬100>이 대박이 났다고 하지만 제 취향과 맞지 않아서 1편도 안 봤습니다. 2022년 하반기는 <웬즈데이>로 버텼고 2023년 1월은 <더 글로리>로 버텼지만 그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그래서 해지할까 고민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영화 1편 가격으로 다양한 드라마 영화를 볼 수 있는 가성비 때문에 끊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구독을 유지하게 하려면 오리지널 드라마를 더 많이 잘 만들거나 좋은 드라마를 잘 사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KT 스카이라이프가 이름을 바꾼 ENA 엔터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넷플릭스와 함께 제공한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우영우는 여러모로 참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넷플릭스 드라마 특히 한국 드라마는 좀비와 폭력물이 참 많습니다. 넷플릭스 자체가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 위주로 킬링 타임용 드라마 위주로 만들다 보니 자극이 기본인 드라마와 영화가 너무 많습니다. 좀 지칩니다. 

그때 한국에 매운맛 드라마만 있는 게 아닌 달콤하면서도 장애인의 세상을 담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국 드라마 중에는 이런 착한 드라마(?)도 있다는 걸 잘 보여줬습니다. 그 우영우의 느낌을 이어받은 드라마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입니다. 

웹툰 원작의 ENA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네이버 웹툰 <아우것도 하고 싶지 않아>가 원작입니다. 요즘 한국 드라마의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은 카카오 웹툰과 네이버 웹툰이 담당한다고 할 정도로 이쪽에서 제공하는 원소스가 참 많네요. 덕분에 천편일률적인 소재의 한국 드라마라는 오명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2022년 11월 21일부터 방영해서 방영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 드라마를 모르고 저도 몰랐습니다. 지니 TV에서 스트리밍 한 웹 드라마라서 시청률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는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에 올라와야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월 중순에 넷플릭스에 올라왔는데 볼까 말까 했습니다. 

배우들을 보면 김설현과 임시완이 주인공입니다. 볼까 말까 하다가 1화 한 장면에 꽂혀서 지금 6화까지 봤네요. 총 12부작인데 6부까지 본 제 느낌은 인생드라마까지는 아니지만 올해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좋았던 드라마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여름이 시골에서 봄과 대범을 만나는 힐링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이여름(김설현 분)은 20대 직장인으로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매일 깨집니다. 꼰대 상사 밑에서 갖은 폭언으로 인해 하루 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6년 사귄 오빠에게 말하지만 오빠는 갈수록 꼰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여름과 헤어지자고 하죠. 

고생하시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여름은 모든 것을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둡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 빠지게 한 1화의 한 장면이 있는데 전철을 타고 가던 여름이 이어폰 줄이 다른 사람 가방에 끼이게 되자 얼떨결에 전철에서 내립니다. 20분 지각이 확정되는 순간이죠. 회사에 늦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폭언이 들려옵니다. 

그때 여름 앞에 벚꽃잎이 떨어집니다. 제가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매일 같이 오후 9시에 퇴근하던 때 거래처로 가다가 안양천에 핀 하얀 벚꽃을 봤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안양천에 핀 하얀 벚꽃을 보면서 그만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저 아름다운 꽃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삶. 주말에는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내 삶이 너무 싫었습니다. 사람도 태워집니다. 번아웃 증후군에 허덕이다가 그냥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벚꽃을 보며 들었고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여름은 배낭을 메고 집 보증금을 빼서 무작정 벚꽃이 가득 핀 곳으로 떠납니다. 목적지도 없고 목표도 사라진 여름은 그렇게 시골인 안곡에 도착합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안곡, 도서관이 너무 예뻐서 이 마을에 정착할 생각을 합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바닷가와 벚꽃이 아름다운 안곡. 촬영지를 보니 벚꽃길 예쁜 구례시와 남해시에서 촬영을 했네요. 이 공간 자체는 가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수중에 돈이 500만 원 정도 밖에 없는 여름은 저렴한 집을 찾다가 20년 동안 폐건물로 방치되어 있는 2층 당구장에 머물게 됩니다. 월세는 단돈 5만 원.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건물의 건물주 할아버지가 허락을 했지만 아들인 잡화상을 운영하는 배성민(곽민규 분)은 노발대발합니다. 

이 배성민은 아내가 없는 유부남으로 곽민규라는 배우가 연기를 합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최근에 본 독립영화 <창밖은 겨울>에서 시골 버스 운전기사로 나왔는데 너무 연기를 잘해서 이 배우 누구지?라고 관심 있게 봤는데 여기서 또 보네요.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동네의 감초이자 츤데레로 나오는데 여기서도 연기를 엄청 맛깔나게 합니다. 이 배우 앞으로 대성할 배우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외지인인 여름은 오자마자 낮술을 마시고 엄청난 실수를 하고 다닙니다. 동네 입소문은 아주 안 좋아졌습니다. 여기에 까칠한 여고생 봄(신은수 분)은 건물주 아들 성민의 계략에 의해서 여러가지 훼방을 놓습니다. 

신은수라는 배우를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는데 맞네요. 2016년 독특한 갬성 영화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에서 나온 배우네요. 여기서 또 만나게 되네요. 주인공 이름은 여름, 고등학생인 봄 뭔가 매치가 맞는 이름이죠. 봄은 술주정뱅이 아빠를 두고 있습니다. 아빠를 아주 아주 극혐 하죠. 

그런 아빠가 낮에 술을 마시고 좀비 상태가 된 것을 여름 언니가 도와주자 봄은 무장해제가 됩니다. 그리고 따를 만한 어른이 없던 마을에서 봄은 여름 언니를 따릅니다. 마을 주민들이 여름을 다 싫어하는 것 같지만 봄빛처럼 포근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천재 안대범(임시완 분)을 만납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대범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네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참고로 이 도서관이 주는 감흥이 너무 좋습니다. 저도 지방에서 살려고 기웃거리는데 이 드라마에서처럼 지역 텃새가 좀 두렵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도서관 좋은 동네를 찾고 있습니다. 

대범은 초반에 말을 안 하고 종이로만 말을 전달해서 말을 못하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숙맥입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좀 있네요. 대범은 동네에서 도서관 사서 일을 하지만 뛰어난 머리를 가진 천재입니다. 대범에 대한 서사는 중간중간 나오는데  여름처럼 큰 상처를 가진 인물입니다. 

술 주정뱅이 아빠를 둔 봄, 회사 폭력과 주변 사람들이 준 상처로 도피하듯 시골로 내려온 여름, 그리고 어린 시절 큰 상처를 안고 있어서 문을 꼭 닫고 사는 대범과 깍쟁이 같은 도서관 사서 조지영(박예영 분)과 봄의 호위무사 같은 봄의 학교 친구 재훈(방재민 분)과 동네 감초인 건물주 아들인 성민, 강아지 겨울이가 만드는 이야기가 따뜻합니다. 

처음에는 농촌 드라마인가 했습니다. 서사도 술주정 에피소드가 꽤 많이 나와서 12부까지 술주정하는 컨셉으로 끝나나? 했는데 아닙니다. 한 5화부터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봄 같은 여름의 마음씨와 좋은 어른 옆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봄, 그런 여름 옆에서 온기를 쬐고 있는 대범과 대범한 마음씨 등등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따사로움이 가득 묻어 나옵니다. 5화 보다가 이 드라마 참 좋다!라는 감탄사와 함께 SNS에 수시로 올리고 있네요. 

배우 설현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는데 이 드라마 속 김설현은 점점 배우의 티가 많이 나네요. 임시완이 최근 빌런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임시완의 최적 캐릭터는 이런 범생이 캐릭터입니다. 맑은 얼굴의 임시완의 매력이 가득 담기네요. 임시완 필모에 꼭 들어가야 할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연기도 이미지도 참 좋습니다. 유명 배우들이 많지 않아서 재미있을까 했는데 오히려 배우의 힘으로 드라마 중반부터 치 달리네요. 심지어 겨울이라는 개도 사랑스럽습니다. 

삶이 목표가 없어도 삶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울컥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어려서부터 뭐가 될래? 장래의 꿈이 뭐냐고 참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제 기억에는 과학자가 꿈이라고 했던 것 같네요. 국민학생 시절 과학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으니까요. 세상 이치를 알아가는 과학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과도 같죠. 그런데 나이들수록 과학자는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었고 서울 안 4년제 대학도 100명 중 10명도 못 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현실이 그랬어요. 한반 70명 중에 서울 안 대학교는 5명도 못 갔습니다. 그럼 나머지 65명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그걸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잉여 인간 취급했죠. 그나마 고도 성장기라서 뭐라도 해서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삶에 목표가 있는 사람들이 참 많고 그게 정답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행복을 종착지로 여기는 분들도 많죠.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단어는 근대사회가 되면서 나온 해피니스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18세기 이전에는 없던 단어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문장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행복이 없던 시절에 무엇을 목표로 삼았을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에서는 경쟁의 삶을 사는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도서관 사서인 조지영입니다. 지영은 시골에서 탈출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래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결국 합격을 합니다. 축하 파티를 하는 식당에서 지영은 삶의 목표가 없는 봄에게 꼰대 같은 소리를 합니다. 

"내가 살아보니까"로 시작하는 지청구 같은 말이죠. 지영은 삶의 목표를 세우라고 다그치죠. "인생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에 여름이 봄의 손을 잡아주면서 지영에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저도 없거든요"

특별한 장면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이 드라마의 핵심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라떼 한잔 타보자면 삶의 목표가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33살 전후까지는 삶의 목표가 명확했죠. 더 좋은 직장 다니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노력을 했습니다만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였어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과 내 시간을 모두 회사에 팔아넘긴 삶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러다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삶의 목표가 고무풍선처럼 하늘로 올라가고 허망했습니다. 

몇 년 방황하다가 또 살아지더라고요. 살면 살아집니다. 그리고 목표가 아니였던 것이 절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삶은 참 알듯 모를 듯해요. 삶의 목표가 사라진 이후의 삶이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행복하자고 목표를 삶지 않자 오히려 행복해졌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돈은 어느새 생기더라고요. 그렇다고 저처럼 살라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삶이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운이 좋은 것이었죠. 

삶의 목표를 세우라고 수 많은 어른과 주변 사람과 책이 말합니다. 그런데 그 책들이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삶이 과연 날 죽이는 삶인지 살리는 삶인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 바라는 삶은 다르니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목적 없고 목표 없는 여름의 백수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여름의 삶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죠. 그냥 놀 수만은 없죠. 다른 드라마와 달리 이 드라마는 현실적인 삶도 잘 담고 있습니다. 돈에 쪼들리는 모습도 보여주니까요. 

여름에게 지영은 그래서 여기서 좀 재충전하고 다시 목표로 향해가야 하는 것이냐고 묻자 여름은 말합니다. 
"그건 아니고 그냥 놀아요"

제발 놀 때는 놀게 냅뒀으면 해요. 그냥 노는데 놀고 있다고 손가락질 안 했으면 해요. 20,30대들이 놀다가 큰 사고 나도 놀고 있었다고 손가락질하는 꼰대들이 이 드라마를 꼭 봤으면 하네요. 12화 중 6화까지만 봤습니다. 아껴봐야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놀기 참 좋아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오랜 노동시간을 가진 OECD 국가 중 하나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시간 단축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거 아세요?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것이 2000년대 초반인데 그 당시 노동자와 기업 합심을 해서 나라 망한다고 반대를 했어요. 신기한 건 노동자들도 밥줄 끊긴다면서 반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나라 망했습니까? 오히려 더 잘 살게 되었어요. 한국 사람들의 문제는 경박하고 경직된 사고방식이 너무 심하다는 겁니다. 잘 노니까 K문화가 전 세계에 퍼지는 건데요. 

잘 놀면 그게 돈이 되는 세상인데 일만 하라고 하네요. K드라마도 밤샘 촬영에 쪽대본 날리던 시절 보다 표준계약서 쓰고 정시 퇴근하고 출근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니 오히려 더 잘 팔리고 잘 만들잖아요. 드라마 하나 보고서 별 생각이 다 들게 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제 마음 속에 던진 반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어느 것도 하고 싶게 만드는 힐링 드라마입니다. 그렇다고 멋진 풍광만 담는 흔한 힐링 드라마가 아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여러 메시지를 뿜어내네요. 삶에 지치고 직장 생활에 지친 분들에게 추천하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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