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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마니아를 위한 영화 바빌론 대중성은 별로

by 썬도그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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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면 오히려 영화가 재미없어서 안 보는 대중들이 많죠. 반대로 평론가들이 혹평을 했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높아서 천만 영화가 되기도 하니다. 두 마리의 토끼라고 할 수 있지만 아주 가끔은 평론과 흥행 모두 잡은 영화들이 아주 가끔 나옵니다. 이런 괴리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사진도 그렇지만 영화는 예술의 도구이자 쾌락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예술혼을 담기 위한 순수 예술 영화가 있는가 하면 예술적 가치나 노력보다는 오로지 관객들이 2시간 즐기고 볼 수 있는 대중만을 생각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걸 무 자르듯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예술 영화라고 해도 흥행을 염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흥행에 신경 안 쓰면 그냥 유튜브에 광고 없이 푸는 게 맞겠죠. 

흥행과 예술은 동시에 충족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흥행을 생각하면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두면 개성만 넘치고 대중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제작사나 돈을 대준 자본가들의 입김이 어느 정도 들어갑니다. 반대로 감독은 허수아비 감독이라고 할 정도로 제작사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감독을 세워서 돈이 벌릴만한 소재와 줄거리와 볼거리를 잔뜩 넣어서 만든 기획 영화는 흥행을 염두한 영화입니다. 

영화 <바빌론>은 감독이 하고 싶은대로 만든 전형적인 감독이 주인공인 영화로 흥행에는 큰 신경을 쓴 느낌이 없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제작비가 무려 1200억 원이나 들어간 대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큰 흥행 성공을 할 영화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영화 역사를 담은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영화 격동기를 담은 영화 <바빌론>

영화 바빌론

데미안 셔젤에 브래드피트 마고 로비인데 이렇게 적게 개봉한다고? 이번 주에 개봉한 <바빌론>은 <라라랜드>로 유명한 '데미안 셔젤' 감독이 야심을 넣어서 만든 꽤 규모가 큰 영화입니다. 그런데 개봉 첫 주에 흥행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봉관이 적다면 적지만 흥행 2위인 <교섭>의 783개관과 흥행 3위인 <아바타 물의 길> 666개관보다 더 많은 842개관에서 오픈했지만 흥행 4위입니다. 한 마디로 좌석점유율이 낮습니다. 흥행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영화 혹평과 호평이 갈린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이 영화 혹평과 호평이 갈린다기보다는 그냥 영화 마니아와 영화 역사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영화이지 대중성 높은 영화는 아닙니다. 따라서 영화를 2시간짜리 쾌락제로 보는 흥행 영화만 골라서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 외면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저같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꽤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영화 바빌론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로 무성영화의 끝무렵이자 전성기에서 시작해서 중후반에는 유성영화의 등장을 보여줍니다. 이 한 줄로도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2012년 개봉한 <아티스트>입니다. <아티스트>는 무성 영화 시절 대스타였던 주인공이 유성 영화 시대가 되자 퇴물이 되어서 몰락하는 과정과 자신이 키워준 배우가 스타가 되어서 자신을 다시 찾는다는 감동 드라마였습니다. 

<바빌론>은 그 <아티스트>의 화려한 컬러 유성 영화 작품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소재가 참 비슷합니다. 따라서 소재 자체는 좀 식상합니다. 하지만 <바빌론>은 드라마 보다는 영화의 역사와 당시 영화 환경에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갑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코끼리를 실은 트럭이 언덕을 오릅니다. 트럭 기사는 절대로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분)은 언덕 위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언덕 위 집은 연일 할리우드 유명스타를 포함 돈 있는 사람들이 광란의 파티를 벌입니다. 아주 화려하고 노출 장면도 심해서 바로 청불 딱지 먹은 영화임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 공간이 바벨탑 같은 곳입니다. 인간 욕망으로 만든 거대한 탑이자 쾌락제인 영화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바빌론인가 봅니다. 

체계적이지 못했지만 낭만이 있었던 무성 영화 제작 현장

영화 바빌론

<바빌론>은 영화의 초창기 시절의 영화 제작 환경에 관심이 많거나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허들이 있습니다. 이 허들을 영화 마니아들은 쉽게 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로 영화 전체에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무성 영화의 인기 스타인 잭 콘레드(브래드 피트 분)와 유명 배우가 되고 싶은 무명 배우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분)'와 그 넬리를 무명에서 유명 배우로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준 영화인이 되고 싶어 하는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분)가 주인공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1920년대 무성 영화를 제작하는 광경을 역동적이고 화려하고 직설적으로 담습니다. 

넓은 야외 공간에서 연극 무대 같은 야외 스튜디오에서 동시에 여러 영화가 촬영됩니다. 
무성 영화는 소리를 녹음하지 않기에 대사가 없거나 있어도 대충 입만 벙긋거리면 됩니다. 또한 서사보다는 다소 과장된 행동과 표정 등의 춤이나 웃기는 행동을 주로 합니다. '찰리 채플린' 영화를 생각하면 됩니다. 또한 조명 도구가 발달하지 않아서 유일한 조명은 태양광이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대규모 전투를 하는 장면은 엉망진창입니다. 주인공이 쉬는 천막에 창이 날아오고 촬영하다 사람이 죽고 카메라도 깨먹는 등 엉망진창이지만 대규모 엑스트라를 달래고 어르면서 해지기 전에 모든 장면을 찍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참 흥미롭게 담기는데 술이 떡이 된 잭이 액션!이라는 소리에 멋지게 연기를 하고 어깨에 나비 한 마리 살포시 내리는 명 장면으로 담습니다. 마치 80년대 프로야구 시절 경기 전날까지 술을 마시던 국보급 투수가 술냄새 풍기면서도 척척 강속구를 던져서 승리를 했다는 야만의 시대의 전설과 비슷합니다. 뭐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개념 무식이라고 느껴지지만 또 그 시대만의 낭만이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배우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위해서 바로 옆에서 악단이나 오케스트라급의 대규모 연주단이 음악 연주를 하면 그 음악에 맞춰서 연기를 했습니다. 

영화 바빌론

넬리는 광란의 파티장에서 여주인공이 과도한 마약으로 사망을 하자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넬리를 눈여겨본 제작자가 주연 배우로 발탁합니다. 넬리는 멋진 춤 동작과 뛰어난 눈물 연기로 단박에 스크린을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섹시 심벌이 되어서 인기 배우에 바로 등극합니다 

멕시코에서 넘어온 매니 토레스는 이 넬리의 친구이자 넬리를 보다 높은 곳으로 향하게 도와준 친구입니다. 이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이 영화의 한 축이 되고 또 하나의 축은 '잭 콘레드'라는 무성 영화 스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927년 유성 영화 시대가 열리다 

영화 바빌론

<바빌론>은 전반부는 무성 영화 시대의 영화 시스템을 보여주다가 영화 중반 영화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인 유성 영화 시대를 보여줍니다. 유성 영화는 말 그대로 소리가 들어간 영화입니다. 무성 영화 시절에도 소리는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변사가 영화를 설명하고 옆에서 피아노 연주나 즉흥 연주를 하기도 했고 보통은 영화를 보기 편하게 피아노나 오케스트라 음악을 입혔습니다. 

대사는 영화 중간중간 갑자기 전체 화면으로 삽입했죠. 유성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를 자막이 아닌 직접 입으로 하고 음악도 현장에서 연주한 음악 그대로 녹음해서 상영합니다. 1927년 첫 유성 영화인 <재즈싱어>가 상영하자 사람들은 관객석에서 일어나서 춤을 추면서 영화를 관람합니다. <재즈싱어>는 노래하는 장면만 입과 음악의 싱크가 맞고 대사는 여전히 자막으로 처리하는 부분 유성영화였지만 사람들의 환호는 엄청났습니다. 이 획기적인 변화에 새로운 스타들이 나오지만 반대로 지는 별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장면은 유성영화 시스템이 도입되자 넬리가 실내에서 사운드와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되는 유성 영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영화에 소리가 들어간다는 것은 신경 쓸 일이 무척 많아졌다는 소리입니다. 시각이야 통제가 가능하지만 소음통제는 쉽지 않죠. 그래서 실내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문제는 에어컨 소음도 녹음되기에 찜통 같은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해야 합니다. 작은 재채기 소리에도 컷을 외쳐야 하는 유성 영화. 그렇게 별거 아닌 장면도 무려 7번의 NG를 내고 완성을 합니다. 

뭐 후시녹음이라고 해서 일단 실외이건 실내이건 촬영한 후에 더빙을 통해서 다시 대사를 녹음하고 각종 사운드나 효과음은 실내에서 다시 녹음하는 방식이 있음에도 초기 유성영화는 실제 현장 녹음이었나 봅니다. 이 점도 참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문제는 '잭 콘레드'입니다. 실제 유명 무성 영화 스타를 차용한 듯한 '잭 콘레드'는 핸섬한 외모와 달리 영화배우 목소리가 아니라서 로맨틱한 장면에서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관객들이 목소리를 듣고 키득키득거립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잭은 점점 유성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때문에 점점 떨어지는 별이 됩니다. 이 모습을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통해서 잘 보입니다. 영화 <바빌론>은 영화 후반에 뛰어난 뮤지컬 영화이자 토키 영화인 1952년 작인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통해서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영화 초반에 1920년대 무성 영화 속에서 '잭 콘레드'의 실제 모델인 배우가 연기한 영화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도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시기를 담은 영화라서 두 영화는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라라랜드>도 '사랑은 비를 타고'의 오마주 장면이 많았는데 '데미안 셔젤' 감독이 '사랑은 비를 타고' 광팬인가 봅니다. 

<바빌론>은 이 유성 영화의 등장으로 인해 몰락해 가는 잭과 함께 유성 영화가 시작되자 꿈의 공장으로 명명된 할리우드가 대형 실내 스튜디오를 지으면서 영화가 돈이 된다는 소리에 상류층들이 자본을 투자하면서 상류층과 배우들의 접촉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잭이나 넬리나 매니나 이민자이거나 가난한 지역 출신으로 교양이 높은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이 교양이 높지 않음을 상류층들이 비꼬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장면에서 갈등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속에서 광란과 후련함 등의 주요 재미는 '마고 로비'가 다 뽑아내네요. 정말 대단한 배우입니다.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답게 대중성은 낮은 영화 <바빌론>

영화 바빌론

가수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돈이 되는 음악을 잘 조율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대중성이 높으면 좋은데 대중성이 낮으면 대중성이 높은 음악을 해서 큰돈을 벌고 그 큰돈을 바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만 예상대로 판매량은 확 줍니다. 

영화 바빌론

그래서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성 높은 음악을 적절히 잘 섞어야 합니다. 
영화 <바빌론>은 대중성보다는 감독이 영화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은 연애편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 연애편지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의 편지지만 영화의 역사에 관심도 없고 무성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것이 무슨 큰일인지도 잘 모르고 공감가지 않은 분들에게는 영화가 너무 자극적이고 화려하지만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지 몰라서 허우적거릴 것으로 예상되네요. 그나마 잭의 몰락이 눈길을 줄만하지만 넬리와 매니에 대한 감정이입이 쉽지 않습니다. 

영화 바빌론

영화 후반에는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하는 제임스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지하에 거대한 쇼를 하는 곳으로 만들어 놓고는 기이한 쇼를 감상합니다. 이게 영화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기이하고 놀라운 장면,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장면과 스토리를 보고 우리는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합니다. 이런 장면이나 여러 장면들이 영화의 본질과 역사를 잘 담고 있지만 추천하기는 어려운 영화입니다. 

영화 바빌론

그냥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만 느껴지네요.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고 있고 <아티스트>와 <사랑은 비를 타고>를 적극 활용해서 영화사의 큰 변화를 담은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를 보냈는데 아카데미는 놀랍게도 

영화 바빌론

무려 10편의 작품상 후보를 선정했음에도 이 <바빌론>을 작품상 후보에 올리지는 않았네요. 음악이나 전체적으로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이 <라라랜드>의 느낌도 나지만 너무 어깨에 힘을 들인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전 영화 마니아지만 차라리 <사랑은 비를 타고>가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라고 느껴지네요. 

 
바빌론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는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당대 최고의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  누구나 ‘잭’과 같은 성공을 꿈꾸지만 아무나 이룰 수 없던 그 때,  화려한 데뷔를 위해 당차게 야망을 좇는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와  열정적인 청년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가 영화 같은 삶을 꿈꾸며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기존 영화 산업의 틀을 깬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그 격변의 한가운데에서 ‘잭’과 ‘넬리’, 그리고 ‘매니’는 살아남아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모든 순간이 영화가 되는 곳뜨겁게 꿈꾸고, 거칠게 폭발한다!
평점
6.9 (2023.02.01 개봉)
감독
데미안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리 준 리, 토비 맥과이어, 올리비아 와일드, 사마라 위빙, 캐서린 워터스톤, 에단 서플리, 에릭 로버츠, 맥스 밍겔라, 포이베 톤킨, 루카스 하스, 제니퍼 그랜트, 스파이크 존즈, 패트릭 후짓, P.J. 바이른, 루이스 탄, 사라 라모스, 플리, 제프 갈린, 클로이 파인먼, 프레드릭 콜러, 카롤리나 스짐차크, 토드 기에벤하인

별점 : ★★★
40자 평 : 후배 영화감독이 영화 선배들을 향해 보내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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