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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대쪽 같은 주인공이 좀 아쉬웠던 영화 경관의 피

by 썬도그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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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일본 원작의 영화가 국내에 참 많이 개봉을 했습니다. 그때가 2010년 전후였습니다. <백야행>이나 <방황하는 칼날> 등이 이때 참 많이 개봉했습니다. 한 때 일본 원작 소설 판권을 한국 영화사들이 서로 사려고 경쟁을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일본 원작들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독특한 소재도 소재지만 한 소재를 아주 깊고 깊게 파는 세밀함이 아주 좋습니다. 

<경관의 피>도 일본 인기 소설이 원작입니다. '사사키 조'의 장편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사사키 조'는 1950년 생으로 나이 많은 작가로 주로 경찰 소재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경찰의 아들인 주인공이 내부 비리 수사를 하는 영화 <경관의 피>

경관의 피

최민재(최우식 분)은 열혈 경찰관이자 젊은 경찰관답게 융통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하면 안 되는 폭력으로 용의자를 까고 패고 하는 걸 용납 못합니다. 그날도 검거 후에 자백을 하지 않자 용의자를 패는 선배 형사를 막아섭니다. 용의자는 이 폭력을 휘두른 경찰을 고소하게 되고 이 장소에 함께 있었던 최민재 형사는 재판장에서 놀랍게도 선배 형사에게 불리한 진실을 그대로 말합니다. 

이 일로 최민재 형사는 찍히게 됩니다. 융통성이 없는 최민재 형사. 이 형사를 눈여겨본 서울청 감찰계장(박희순 분)이 최민재 형사를 부릅니다. 최민재 형사에게 조폭과 연루된 비리 경찰이 동료 경찰을 죽인 것 같다면서 언더커버로 활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최민재 형사는 단박에 거절합니다. 

경관의 피

그러나 감찰계장은 아버지 카드를 꺼냅니다. 최민재 형사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호루라기는 아버지의 유품입니다. 형사였던 아버지는 마약범을 검거하다가 사망을 합니다. 아버지는 경찰이 되지 말라고 했지만 아들 최민재는 경찰이 됩니다. 누구보다 경찰의 사명을 잘 따르는 강직한 경찰입니다. 

왜 제목이 <경관의 피>인가 했는데 초반에 너무 쉽게 밝혀지네요. 전 경관이라는 단어도 좀 어색했습니다. 누가 경관이라고 합니까? 경찰이라고 하죠.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 표기인데 원작이 '경관의 피'이다 보니 그대로 표기했네요. 경관의 피에서 피는  경찰의 피가 흐른다라는 그 피네요. 이게 참 좀 고리타분해요. 한국은 일본과 다르거든요. 일본은 가업의 나라라고 하잖아요. 정치를 세습하는 걸 보면서 이게 민주주의 국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경찰이라고 아들이 경찰인 것도 전형적인 일본스러운 풍경입니다. 다만 한국도 대를 이어서 군인을 하고 경찰이 되기도 해서 뜬금없이 '니 아버지 경찰이시잖아' 말고는 일본 티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벤츠 타고 다니는 박강윤 형사 뒤를 조사하는 최민재 형사

경관의 피

영화 <경관의 피>는 흥행 성적이 아주 안 좋은 영화입니다. 이런 규모의 유명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최소 관객 동원수가 150만 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최종스코어는 68만 명으로 저조했습니다. 2022년 1월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영향도 큽니다만 <경관의 피>라는 영화가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2022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 졸작들이 많아서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초반은 꽤 좋았습니다. 강직한 최민재 형사는 비리 경찰로 의심대는 박강윤 형사(조진웅 분) 팀으로 발령 받습니다. 최민재 형사의 임무는 박강윤 형사 뒤를 조사하면서 비리 내용을 보고하는 감찰입니다. 박강윤 형사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지 형사가 벤츠를 타고 다니고 각종 명품으로 도배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감찰 대상이 되고 특정 조폭 세력과 결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찰계장은 박강윤 형사가 비리 형사라고 찍어 놓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증거가 없습니다. 이에 강직한 최민재 형사를 붙여서 감시를 시킵니다. 놀랍게도 박강윤 형사는 최민재 형사를 보자마자 자신의 파트너로 배정하고 함께 다닙니다. 최민재 형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경관의 피

박강윤 형사는 마약범을 찾아가서는 수사 자금을 빌립니다. 마약범인 것을 발견한 최민재 형사는 바로 잡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박강윤 형사는 큰 그림을 위해서는 잔챙이를 잡지 않는게 낫다고 말합니다. 이게 박강윤 형사의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비리 혐의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보고하던 최민재 형사. 박강윤 형사 집에서 각종 조사를 하지만 비리가 전혀 없었습니다. 마약범에게 빌린 돈도 다 갚았습니다. 

<경관의 피>의 핵심 주제는 과정과 결과의 딜레마 

경관의 피

<경관의 피>가 담고 있는 핵심 주제는 과정과 결과의 딜레마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 누구나 한 번은 이 딜레마에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정과 결과의 딜레마죠. 

사회는 결과에 집중을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오라고 하죠. 이런 결과 지상주의는 문제점이 많습니다. 결과를 위해서 대기업이 납품업체 또는 협력업체라고 부르지만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고혈을 빠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갑질이 수시로 뉴스화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회사도 10~20년 전에는 갑질이 휑휑했습니다. 

지금은 과정도 공평하고 결과도 좋은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만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하청업체를 옥죄이고 있습니다. 반대는 어떨까요? 과정이 좋은데 결과가 안 좋은 경우도 많죠. 회사나 사회는 결과를 두고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해고시키거나 질책을 합니다. 가장 좋은 그림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으면 모두 해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이 나빠도 결과만 좋은 것과 결과는 나빠도 과정이 좋은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경관의 피>는 이걸 담고 있습니다. 

경관의 피

박강윤 형사는 형사는 회색이 되어야지 백색과 검은색이라는 원칙주의자가 되면 범인을 잡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융통성 있는 수사 관행을 최민재 형사에게 다 말합니다. 이렇게 원칙주의자 최민재와 융통성 만랩으로 수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박강윤 형사의 태도에서 나오는 재미가 꽤 재미가 좋습니다. 

허술한 연출과 너무 대쪽같은 박강윤 형사에 대한 반감이 커진 후반

경관의 피

<경관의 피>는 추천하긴 어려운 영화입니다. 초반 설정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롤 감독의 연출력이 아쉽고 특히 주연 캐릭터의 대쪽 같은 모습이 정도 안 가고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좋았던 점은 최우식이라는 샌님 같은 배우의 이미지와 달리 무술도 잘하고 제압도 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또한 박강윤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구분이 안가는 어슴푸레한 회색지대에 있는 정체 불불명이 주는 스릴도 좋습니다. 그러나 허술한 연출들이 계속 보이면서 아쉬움이 커져가네요. 예를 들어서 최민재가 박강윤을 감시하는데 너무 티를 내고 감시를 하는 것이 형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박강윤이 병원에서 자신의 폭력을 막으려는 동료 경찰인 최민재 머리를 의료 도구로 찢는 장면에서는 짜증이 확 나네요. 아무리 형사가 자기 스타일대로 수사를 하고 진행한다고 해도 동료 경찰에게 상해를 입힙니까? 나중에 모든 것이 설명되어질 때 이 장면은 설명되지가 않습니다. 

경관의 피

이외에도 마약 제조 현장 급습하는 장면 등등 전체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장면들이 꽤 보이면서 영화의 재미가 뚝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 박강윤 형사입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강직한 형사로 나오고 자신이 세운 원칙대로만 밀고만 갑니다. 이건 최민재 형사 스타일입니다. 스트레이트만 뻗는 스타일이죠. 

박강윤 형사는 다릅니다. 융통성 만랩이잖아요. 그럼 융통성 있게 수사를 해야 합니다. 융통성은 즉흥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응용력이 뛰어나고 허술한 면도 보여주면서 방심하게 하는 등등의 허술한 모습이나 밀고 당기고 하는 여우 같은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또 하나의 최민재 형사입니다. 오로지 수사 방식이 원리 원칙이 아닌 범죄자들을 이용해서 더 큰 범죄자를 잡는 융통성만 보이고 그냥 덩치 큰 최민재 형사입니다. 

두 캐릭터가 겹치다 보니 갈수록 재미가 뚝뚝떨어집니다. 결말도 그래요. 그 결말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스토리라면 사회에 물들어서 때 묻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겪는 그 일상과 뭐가 다를까요? 누가 뻔한 변화를 보고 싶어 하겠습니까?

경관의 피

연남회나 최민재 형사의 아버지와 박강윤 형사의 관계와 내부 감찰 등등 흥미로운 요소를 잔뜩 배치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네요. 초반에는 어? 이 영화가 왜 망했지라고 했는데 후반을 보니 이해가 가고 수긍이 가네요. 

주인공 캐릭터를 조금만 더 다듬었어도 좋았을 텐 데라는 아쉬움도 남네요. 그리고 애초에 이 영화 소재가 너무 올드합니다. 흥미롭긴 한데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들이 소재 고갈인지 모르겠지만 형사, 검사 없으면 영화나 드라마 못 만드는지 너무 막 사용하는 느낌까지 드네요. 

그런대로 볼만은 한데 추천은 못하겠네요.

 
경관의 피
경찰의 기준이 뒤집어진다!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 명품 수트, 외제차를 타며 범죄자들을 수사해온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의 팀에 어느 날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인 신입경찰 민재(최우식)가 투입된다. 강윤이 특별한 수사 방식을 오픈하며 점차 가까워진 두 사람이 함께 신종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강윤은 민재가 자신의 뒤를 파는 두더지, 즉 언더커버 경찰임을 알게 되고민재는 강윤을 둘러싼 숨겨진 경찰 조직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평점
6.5 (2022.01.05 개봉)
감독
이규만
출연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이얼, 이현욱, 백현진, 박정범, 원현준, 손인용, 연제욱, 차엽, 이도군, 윤진영, 김그림, 임철형, 곽민석, 남문철, 박상훈, 박재철, 김상욱, 정수용

별점 : ★★
40자 평 : 제목 만큼 올드한 내용과 아쉬운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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