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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느리고 올드하지만 재미있는 드라마 카지노

by 썬도그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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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월 9,900원인 디즈니플러스가 월 2,500원으로 반짝 할인세일을 할 때 1달 이용해 봤습니다.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만 잔뜩 있고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있긴 있는데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몇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해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넷플릭스를 끊었습니다. 넷플릭스가 볼게 없어서 잠시 해지했지만 OTT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볼만한 것이 많은 것이 넷플릭스라는 걸 떠나고 나서 알았습니다. 특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고 전 세계의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2022년에는 2억 500만 명이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멱살을 잡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했죠. 그러나 가입자는 많은데 넷플릭스는 1년에 1조 이상 수익을 내고 있는데 반해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 돈이 많아서 수조 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에 주가가 확 떨어졌습니다. 

디즈니플러스 특히 한국에서 볼 게 없다고 아우성인 나라에서 수익을 내려면 한국인을 위한 오리지널 드라마가 성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성공한 디즈니플러스가 나왔습니다. 

침몰하는 디즈니플러스를 살린 드라마 '카지노'

드라마 카지노

2023년 1월 넷플릭스에는 <더 글로리>가 있다면 디즈니플러스는 <카지노>가 있습니다. 화제성이나 인기는 <더 글로리>가 좀 더 높지만 <카지노>의 인기도 대단합니다. 사실 위 사진의 대사처럼 <카지노>를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저 '너, 나 감당할 수 있겠냐?'는 영화 <이끼>의 명대사로 다른 영화의 유명 대사를 곶감 빼먹듯이 마구 사용하는 느낌도 드네요. 

실제로 <카지노>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직접 쓴 창작 시나리오지만 여러 영화를 차용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여러 사람이 추천하기에 설 연휴에 뒤늦게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드하고 느리고 진부함이 많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다입니다. 마치 구수한 숭늉처럼 우려먹고 이미 아는 맛이지만 그럼에도 땡기는 드라마가 <카지노>입니다. 

드라마 카지노

주인공 차무식(최민식)은 필리핀 카지노계의 대부입니다. 전체적인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은 넷플릭스 성공의 초석을 다진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흥망성쇠를 담은 <나르코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나르코스>와 <카지노>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조망하는 구도는 좀 다릅니다. <카지노 1부>는 차무식의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인 1970 ~80 년대와 2000년대 초 그리고 필리핀에서 카지노 대부로 성공한 최무식 3단계로 담고 있습니다. 시간 순으로 보여주지는 않고 현재 시점에서 과거로 수시로 넘어갑니다. 

최민식의 안티에이징 기술만 선명한 차무식의 청춘시절

드라마 카지노

차무식은 깡다구 하나로 필리핀 카지노 대부가 됩니다. 이 캐릭터를 설명하려면 유년 시절을 설명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해야 좀 더 이해하기 쉽죠. 문제는 유년 시절이나 청년 시절이 딱히 중요하지도 없어도 될 정도로 지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필요하다고 해도 아버지가 깡패였고 수시로 사람 패고 개망나니짓을 했다는 식으로 담고 넘어갔으면 했지만 너무 길게 보여줍니다. 

차무식은 폭력에 익숙한 삶에서 독학으로 공부해서 4년제 대학을 나옵니다. 그럼에도 어두운 세계를 끊지 못하고 2000년대 초 바다이야기가 퍼지던 시절 불법 도박장을 개설해서 큰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여기가 좀 그래요. 무섭게 공부해서 지방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착실하게 살 수 있는데 꼬임에 넘어갔다기보다는 샌님 같은 영어학원 운영보다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불법 도박 세계에 푹 빠지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럴 거면 왜 대학 장면을 넣었데요. 애초부터 아버지 폭력에 길들여져서 양아치로 살다가 깡다구로 어둠의 세계를 제패했다고 하죠. 

뭘 이야기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원래 선한 캐릭터인데 악에 물들었다는 건지 원래 악했는데 공부에 좀 미쳤다가 다가 악의 세계로 넘어간 건지 갈팡질팡합니다. 

<카지노 1부>는 총 8부작으로 6부까지 이런식으로 좀 애매하게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재미있습니다. 중간중간 세무서 직원과 힘겨루기 등을 보여주는 너무 허무하게 이야기가 풀어지는 모습에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할 정도로 느리고 뭔가 빈 듯 한 모습에 좀 지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눈길을 확 잡아두는 것이 있는데 차무식을 연기하는 최민식의 30대 모습입니다. 

드라마 카지노

처음에는 이게 뭐지? 얼굴에 가면을 쓴 것인가? 후보정을 했나? 별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보정이 맞는 것 같은데 배우의 주름을 펴는 기술은 가능하지만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보정해야 해서 많이 사용하면 제작비가 확 올라갑니다. 그런데 수 없이 나옵니다. 수 없이. 최민식의 30대 얼굴로 수돗물 틀듯 마구 사용하기에 특수 분장을 했나 했네요.

찾아보니 안티에이징 후보정 기술인데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수작업이 아닌 자동화 기술로 돌린다고 하네요. 값을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변형을 해줍니다. 

드라마 카지노

디즈니은 배우의 나이를 어리게 했다 늙게 했다 하는 에이징 후보정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엔 청춘 시기를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이제는 50대 이상 배우가 20,30대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20대 배우가 80대 얼굴로 연기할 수 있고요. 이 안티에이징 기술은 국내 업체의 기술이더라고요. 또 놀라운 건 목소리도 최민식이 출연한 '서울의 달'의 목소리를 분석해서 젊은 시절 최민식 목소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발입니다. 가발 티가 너무 나서 집중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가발은 안 되나봅니다. 참고로 미술팀들은 열일했습니다. 과거 재현 장면들 재현력 좋아요. 틈이 있다면 최민식 가발입니다. 그리고 왼팔인 홍기준 배우의 어색한 가발도 좀 아쉽더라고요. 

카지노 1부는 차무식이라는 카지노 대부의 빌드업 과정만 담다

드라마 카지노

<카지노> 1부 예고편은 2부에 등장하는 다양한 액션 장면을 잔뜩 넣었습니다. 전 그걸 기대했는데 1부에 안 나오고 액션은 2부에 다 몰려 있습니다. 마치 아바타 2가 빌드업만 하다 끝나는 것처럼요. 이렇게 1부, 2부로 나누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가 봅니다. 그래야 2부 보려고 디즈니플러스 1달 연장을 더 하죠. OTT 서비스들 좀 더 돈 뽑아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네요. 게다가 <카지노>는 3회까지는 동시 공개하고 4화부터는 1주일에 1편씩만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카지노>를 더 보려면 1달 더 연장해게 만드는 전략이네요. 이는 '디즈니플러스'가 이 <카지노> 말고 지갑을 열게 하는 대박 드라마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카지노> 1부는 차무식이라는 필리핀 카지노 대부의 빌드업 과정만 주로 담고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액션이 적습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은 건 최민식의 연기입니다. 최민식 정말 연기 잘합니다. 깡으로 도박 혐의로 해외 도피 하다 번 돈을 다 날린 차무식이 밑바닥부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결말인 체포된 모습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이 드라마가 결코 도박쟁이를 미화시키는 드라마가 아님도 잘 보여주고 살인범이라는 사실도 서두에 밝힙니다. 

여기에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관계 알력 관계와 차무식의 영민함을 통해서 쉽게 얻은 행운이 아닌 죽음의 공포에서 견뎌낸 차무식이 직접 세운 왕국임을 잘 보여줍니다. 여기에 필리핀 배우들의 열연과 공조 등등도 꽤 볼만합니다. 

드라마 카지노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심심한면도 있는데 6화에 한국에서 온 경찰 오승훈(손석구 분)이 등장하고 1조 이상의 돈을 가진 큰손 고영희(이혜영 분)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올라갑니다. 오승훈 형사는 좀 독특합니다. 한국에서 서류 작업만 하던 현장 경험이 일천한 형사입니다. 선비처럼 올곧게만 수사를 하고 윽박지르지도 않고 차분차분 수사를 합니다. 

이 캐릭터가 '카지노 2부'에서 대활약을 할 것으로 보이고 차무식을 무너트릴 치명적 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8화에서는 직접 눈앞에서 총격전을 경험하고 각성한 후 불법 권총을 소지하면서 2부에서는 눈빛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그걸 기대하게 합니다.

카지노 2부를 위한 전채음식 같은 카지노 1부

드라마 카지노

전채음식입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맛을 끌어 올리기 위한 음식 같은 카지노 1부입니다. 전체적으로 볼만은 한데 지루하고 올드하고 나르코스 느낌이 강해서 거북함도 살짝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민식 단독 드리블로 몇 골은 넣습니다. 최민식 배우가 아니었다면 시즌 1은 추천하기 어렵지만 최민식이 하드캐리하네요. 물론 다른 배우들의 활약도 좋긴 한데 매력도는 좀 낮습니다. 

카지노 시즌2 예고편을 보니 액션 장면이 꽤 많아 보이네요. 차라리 16부작이 아닌 8부작으로 만들고 압축해서 만들면 더 대박났을텐데 엿가락처럼 늘리고 반만 잘라서 주고 반은 돈을 더 내고 보라고 하는 심보는 좀 짜증 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2만 원 투자해서 이 정도 재미를 주는 드라마라면 영화관 가지 말고 디즈니플러스 추천할 수밖에 없네요. 

요즘 영화관람료가 너무 비싸져서 그래도 영화관 가서 영화 1편 가격으로 1달 동안 다양한 드라마 영화 볼 수 있는게 어디냐고 OTT 서비스를 칭송하고 이용하고 있네요. 어제도 문화가 있는 날로 오후 5~9시에 영화를 7천 원에 볼 수 있었지만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안 봤네요. 이런 흐름은 더 심해질 듯합니다. 

꼭 보라고 하긴 좀 애매한 재미지만 <카지노> 시즌 2를 재미있게 보려면 시즌 1을 보고 봐야 재대로 이해하고 더 재미있게 보기에 추천할 수밖에 없네요. 디즈니플러스가 성장해야 넷플릭스의 각종 수익을 위한 행동들이 멈출 수 있기에 응원하게 하네요. 넷플릭스 초기에는 계정 공유하는 게 미덕이라고 외치다가 지금은 돈 벌기 위해서 계정 공유 노노노노노!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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