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보션>이 넷플릭스를 통해서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는 아니고 영화관에서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감동 실화라서 개봉할 만 하지만 다 보고 나니 영화관에서 개봉했어도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했지만 남북한 포함 한국인이 나오지 않고 중공군만 잠깐 나옵니다. 그것도 CG향이 너무 강해서 딱히 한국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한국과 연관이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한국에서 잘 알려진 않으나 배우여서 영화관에서 개봉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미 해군 최초의 흑인 조종사였던 '제시 브라운'을 담은 디보션
디보션은 헌신이라는 뜻입니다. 얼핏보면 미 해군 최초의 흑인 전투조종사였던 '제시 브라운'이 온갖 역경을 물리치고 국가에 헌신을 하는 것 같지만 다 보고 나면 실제 주인공은 '제시 브라운'이라기보다는 '제시 브라운(조나단 메이어스 분)'이 자기 괴롭다고 중위이자 상관이자 동료인 '톰 허드너(글렌 파월 분)에게 막말에 가까운 말을 해도 묵묵히 참고 들어주고 끝까지 제시의 윙맨이 되어서 끝까지 그의 옆에 있으려고 한 '톰 허드너'가 주인공으로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주제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야 하는데 초반과 후반 주제가 좀 달라져서 묵직한 맛은 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게 동료애구나, 이게 전우구나 하게 되네요. '제시 브라운'은 흑인 최초 해군 조종사입니다. F-4U 콜세어라는 독특한 전폭기를 몹니다.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49년 소위 '제시 브라운'에게 새로 부임해온 '톰 허드너' 중위가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온갖 서러움을 다 받아서인지 제시는 마음을 잘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톰의 끈질긴 친절에 제시도 서서히 마음을 열고 단짝이 됩니다. 제시는 뛰어난 조종술로 에이스로 불리었고 그 옆에 보조 역할을 하는 윙맨 톰이 붙습니다.
그렇게 평화롭기만 하던 어느 날 지중해에 소련군이 올지 모른다는 소리에 긴급 출동하게 됩니다. 그렇게 항공모함을 타고 지중해변 프랑스 칸에서 짜릿한 하룻밤을 지낸 후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 항공모함은 1950년 11월 동해 앞바다에 도착합니다.
디보션의 조연 F-4U 콜세어
제시를 포함 조종사들은 콜세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엔진은 너무 강력하고 앞이 너무 커서 항공모함 활주로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이 안 보이다 보니 수신호를 보고 착륙해야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날개가 갈매기 날개처럼 가운데가 내려가 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프라모델 만드는 분들은 이 콜세어 기체에 푹 빠지죠. 정말 독특하고 아름다운 비행기입니다.
날개 가운데가 내려가 있는 이유는 이 전투기가 공군용이 아닌 항공모함 착함용 착함기라서 강력한 착륙에 바퀴가 견디려면 바퀴가 짧고 강해야 합니다. 그러나 엔진도 크고 실린더도 엄청 많아서 프로펠러가 달린 앞부분이 크다 보니 바퀴를 낮추기 위해서 날개가 내려갔다 올라가는 형태가 됩니다.
힘 좋고 빠르고 4톤이나 되는 무거운 기체이지만 무장을 무려 2톤 이상 할 수 있어서 전투기이자 폭격기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전천후 기체이다 보니 해군에서 채택을 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F-18 호넷과 비슷합니다. 그러고 보니 '톰 하드너'를 연기한 '글렌 파월'은 <탑건 매버릭>에서는 F-18 조종사로 나오네요.
영화 초반 실제 콜세어기 2대가 합동 비행을 하는데 기체가 워낙 아름답다 보니 넋을 놓고 봤네요. 다만 후반 전투 장면이나 실제 항공모함이 아니다 보니 전투 장면은 CG로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아름다운 기체가 태양광 마사지를 받으면서 비행하는 모습은 <탑건 매버릭> 못지않게 멋진 장면들이 가득 나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시 브라운'이 흑인이라는 핸디캡이 있고 이걸 너무 꿍하고만 있습니다. 상관인 톰이 도와주고 자세한 내용을 몰라서 악의없이 한 행동에도 너무 화를 내는 모습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좀 화가 나네요. 수년 전부터 흑인 주인공의 영화인 오바마 영화들이 엄청나게 나왔고 이 영화도 오바마 영화의 궤를 같이하려고 하는 듯 하지만 이제는 좀 지칩니다.
뭔 영화들이 흑인 인권,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영화만 나오는지요. 이렇게 적으면 또 남성우월주의자냐고 하실 분들이 있는데 저 여성, 흑인 인권이 여전히 권력층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하고 옹호합니다 다만 영화를 많이 보는 저로서는 이런 소수자의 인권을 담은 영화가 너무 많이 나와서 좀 물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톰이 도와주려고 노력해도 너무 화를 내더라고요.
액션 장면은 많지 않고 허술하고 약하다
<디보션>은 항공 액션 영화는 아닙니다. 6.25 전쟁 당시 제공권을 미군이 쥐고 있어서 하늘에서 공중전을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공중전이 나오긴 합니다. 소련의 미그기가 등장하고 이 장면은 꽤 잘 찍었습니다. 정확하게는 CG지만 꽤 그럴싸하게 잘 담았습니다. 그러나 중공군이 진격하는 장진호 전투 장면은 CG티가 너무 나고 총알이 너무 비 오듯 쏟아지는 것이 비현실적입니다.
또한 그 이전에 출격한 신의주 다리 폭파 장면도 CG로 담은 영상이라서 전체적으로 비행 액션 장면은 현실감이 좀 떨어집니다. 그냥 게임 영상 보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액션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놀라운 이야기가 진짜 주인공입니다.
이게 진짜야? 영화를 다보고 찾아보게 된 감동 실화 디보션
장진호 해병대 지원을 위해서 출격한 후 제시의 전투기가 총에 맞아서 구멍이 납니다. 이 구멍으로 연료가 새서 긴급 불시착을 합니다. 이 불시착을 중위 톰이 돕습니다. 그렇게 제시는 불시착을 합니다. 그리고 감동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스포라서 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별 내용은 아닐 수도 있지만 실화라는 점이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헌신이 뿜어져 나옵니다. 아래는 영화를 다보고 보실 것을 권합니다. 다 보고 나서 이게 실화 인가 하고 찾아봤네요.
'톰 하드너'의 놀라운 이야기 (스포있어요)
영화가 끝나면 실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 <디보션>이 소설이 아닌 실화임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제시와 톰의 가족과 자손들이 서로 연락하고 수시로 만나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게 전우애이자 동료애입니다.
누굴 죽이고 살리고 국가를 위해서 어쩌고 블라블라 국뽕은 솔직히 이제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해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는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충분히 봤기에 영화로 본다고 더 관심 있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디보션>은 국가가 아닌 뜨거운 전우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개인의 이야기라서 눈에 밟히네요.
영화는 '톰 하드너'가 훈장을 받고 콜세어가 바닷가를 날면서 끝이 나고 자막으로 제시의 유해를 집으로 가지고 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있다면서 끝이 납니다.
영화에서 제시는 불시착을 하고 기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이에 톰이 비상착륙을 해서 제시를 구하려고 합니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불시착을 하지만 제시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헬기를 타고 나옵니다.
"데이지에게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해주세요."라는 대사도 실제로 제시가 톰에게 했던 말이네요. 실화가 주는 감동은 지어낸 이야기의 감동보다 더 찐합니다.
제시의 죽음은 미국의 슬픔이었습니다. 1973년 해군은 호위함에 USS 제시 L 브라운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2017년 CNN 뉴스를 보니 '톰 하드너'는 제시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북한에 방문하기도 합니다. 2017년이면 문재인 정권이고 평화 무드가 펼쳐지던 시절이라서 잘 해결될 것 같았지만 지금 다시 혹한기가 되었네요.
이런 걸 보면 미군이 왜 최강의 군대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 묻혀 있는 미군 유해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북한 포로가 된 국군 소위가 탈북해서 전화해도 무시하는 나라니까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액션은 약하지만 찐한 드라마가 있네요. 그런대로 괜찮게 봤던 영화 <디보션>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콜세어 전투기를 띄어 올리는 뜨거운 전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