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오징어 게임>보다는 일본에서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많은 메시지가 들어가 있어서 좋은 드라마이지만 데스 게임 장르물로만 보면 놀라운 설정과 의문 투성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주는 미스터리가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죠. 오히려 <오징어 게임>이 대박난 후 데스 게임 장르물인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뒤늦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대박은 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 인기 차트 10위 안에 들 정도로 한 동안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 결과 시즌 2 제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그리고 1년 후에 시즌 2 게임이 다시 열렸습니다.
시즌 1을 다 봐야 시즌 2를 볼 자격이 있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2>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데스 게임 장르물입니다. 주인공은 아리스입니다.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는 현재 일본에서 잘 나가는 젊은 배우들을 꽤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아리스 역에는 '야마자키 켄토'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아리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의 모티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그 속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이상한 나라라는 걸 이용합니다.
아리스는 친구들과 함께 한 순간에 이상한 나라로 이동합니다. 아무도 없는 도쿄의 번화가인 신주쿠에 남겨집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됩니다. 게임에 참가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데스 게임으로 게임을 통과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비자 만료로 머리에 레이저를 맞고 죽습니다.
게임은 총 4가지 종류입니다. 스페이드는 체력전, 다이아는 머리싸움은 지능전, 클로버는 단체전, 하트는 심리전입니다.
시즌 1이 재미있었던 점은 놀라운 게임들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맨션의 게임은 아주 흥미로운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서 우사기라는 유명 등산가 딸을 만나죠. 그리고 아리스와 우사기는 함께 다닙니다.
그리고 인상 깊은 게임은 친구들의 희생으로 아리스가 살아남는 늑대 게임입니다. 매 게임이 놀라운 게임으로 쉴 새 없이 보게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이 게임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도 재미있었죠. 비치라는 곳에서 인간 군상의 욕망을 잘 담은 게임이 펼쳐집니다. 트럼프 카드를 이용한 스토리 진행은 게임의 재미까지 잘 담았습니다.
체력전, 지능전, 단체전, 심리전이라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클리어하는 과정이 주는 쾌감과 통과 못하면 죽는다는 스릴이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매력입니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를 보려면 시즌 1을 보신 분도 유튜브에서 다이제스트 영상을 보시고 볼 것을 권합니다. 저는 그냥 봤는데 보면서 시즌 1에서 저 인물이 누구였는지 잘 기억 안 나서 대충 봐버렸네요. 시즌 2 다 보고 나서 이제서 시즌 1 복습을 하니 좀 낫네요.
미리 말하지만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는 시즌 1의 50%도 미치지 못하는 재미를 줍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시즌 1보다 흥미가 떨어지는 아리수(맹물) 같은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 게임들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핵심 재미는 게임입니다. 기상천외한 게임, 심리전, 지능전, 체력전, 협동전이라는 다양한 게임과 그 게임 안에서 주인공 아리스의 활약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반응과 리액션이 재미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즌2는 게임도 많지 않지만 게임 자체가 재미가 없습니다.
시즌2는 도쿄 하늘에 떠 있는 비행선에 걸린 트럼프 왕들을 찾아가서 게임을 하고 왕을 깹니다. 마치 게임의 중간 보스 깨는 것과 비슷하죠.
아리스 시즌2의 초반은 전체적으로 '나는 전설이다' 느낌입니다. 실내가 아닌 사람이 사라진 도쿄에 식물이 엄청나게 자란 풍경입니다. 초반 액션은 아주 짜릿합니다. 자동차 액션과 함께 스페이드 킹이 무차별 총기 난사를 피해 가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일본도 생각보다 액션 장면 잘 찍더라고요.
첫 번째 게임은 부둣가 컨테이너 박스 사이에서 펼쳐지는 팀 배틀입니다. 이곳에는 락 그룹 출신 멤버들이 직접 게임을 만든 게임을 합니다. 이중 상대팀 리더는 부담스럽게 홀딱 벗고 나옵니다. 중간에 팬티라도 입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벗고 다닙니다.
기대 만땅 드디어 시즌2 게임 총성이 울리나 했습니다. 이 팀 배틀은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중간중간 무술을 가미한 액션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네요. 후반 놀라운 반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긴장감은 훅 떨어지네요.
그다음 게임인 심리 게임인 감옥 게임은 자신의 목에 채워진 목걸이 뒤에 있는 트럼프 무늬를 맞추는 게임으로 신뢰도 게임입니다. 여기에 게임이라고 하기 어려운 스페이드 킹의 무차별 난사나 전체적으로 게임의 질이 꽤 떨어져 보입니다.
게임들이 시즌1보다 못합니다. 게임 자체가 큰 재미가 없는데 시즌1에 없던 일본 드라마의 고질병이 시즌2에 터져 나옵니다.
일본 드라마의 고질병 훈계, 교훈질이 시작되다
중국 드라마는 허풍이 심하고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 연애질이라고 손가락질받고 일본 드라마는 너무 계몽적이고 훈계질이 많아서 짜증 난다고 하죠. 일본 드라마는 꼭 메시지를 넣고 그걸 강요하듯 수 없이 말해요. 인생이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식으로 보다 보면 도덕 교과서 읽는 느낌입니다.
그게 꼭 나쁘다기보다는 그걸 좀 더 감추면 좋은데 너무 노골적으로 내세웁니다. 좀 더 내세우면 북한 선전 드라마가 될 정도입니다. 그게 또 일본 드라마의 맛이지만 국제적으로 놀려면 그런 고질병은 탈피해야죠. 한국 드라마 보세요.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만나니 기승전 연애 도려내고 드라마들이 넘치고 지상파에서도 재벌 2세와의 로맨스 드라마 대신 재벌 2세 까는 드라마가 나오잖아요.
내가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좋아했던 건 일본 드라마의 단점인 교훈적인 내용이 없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달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박력 있고 짜릿했습니다. 그런데 시즌2는 게임보다는 왜 우리가 살아야 하냐는 삶의 의미와 이유 찾기가 시작됩니다.
아리스에게 닥친 위기는 어려운 게임이 아닌 모든 트럼프 왕들을 물리치면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냐는 겁니다. 이걸 만나는 게임 보스에게 물어보지만 다 클리어해보면 안다는 식으로 넘어갑니다.
삶의 이유를 찾는 게임을 하는 아리스. 7화까지는 한숨만
아리스는 비치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클리어해 갑니다. 물론 우사기도 항상 옆에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스페이드 킹의 총기 난사로 잠시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즌 1 비치에서 만난 인물과 새로운 인물도 함께 만납니다.
그런데 시즌 1의 악독한 캐릭터들이 아리스를 만나고 점점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거죠. 착한 마음에 동화되는 빌런 캐릭터들. 이런 설정은 너무 흔하고 진부합니다만 그렇다고 착한 사람들이 악당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누가 좋아할까요? 그래서 이해하면서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많은 캐릭터들이 착하디 착한 아리스와 우사기를 만난 후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그러나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는 게임 보다는 '나는 전설이다'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보고 있으면 시즌1과 너무 결이 달라져서 아쉽더라고요. 물론 새로운 결이 들어가야 시즌2를 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네요. 계속 삶의 이유 찾기 게임을 강요받는 느낌이랄까요.
우리는 매일매일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삶의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이걸 강요받는 경우도 많죠.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꿈을 꾸고 그 꿈에 근접하기 위해서 매일 무한 경쟁을 하고 달리고 달립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안 해봤나요? 삶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나? 그냥 살아지니까 살아가는 것이고 무슨 의미와 목표가 꼭 필요한가? 하루 잘 지내고 하루 잘 보내면 됐고 그게 쌓인 것이 인생일 뿐 그게 무슨 대단한 의미와 목표가 있어야 하냐고요. 오히려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허무하고 허망함만 늘지는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살아지니까 살아가는 것도 의미라면 의미라고 느껴지고 중요한 건 살아 있다는 자체가 의미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목표를 이룬 사람은 성공한 사람,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은 루저라고 손가락질해요. 아리스 보세요. 히끼꼬모리예요. 전형적인 루저잖아요. 우리의 판단으로는 삶의 의미를 잃은 사라져야 할 인간이에요. 그런데 그런 아리스가 꼭 손가락질만 받아야 할까요? 오히려 그냥 살아 있는 자체가 미션이라고 말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총 8화로 구성된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는 7화까지 한숨 쉬면서 보다가 8화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놀라운 착륙을 한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
8화에는 하트 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리 게임입니다. 마지막 게임에 도착한 아리스. 아리스는 삶을 살아갈 이유를 강요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말도 안 되는 세계에 대한 여러 설명이 나오는데 이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결말로 향합니다. 놀랐습니다. 시즌 1,2의 세계를 아주 깔끔하게 회수합니다. 이는 원작 만화 제목이 힌트더라고요. 그래서 원작 제목을 알면 너무 쉽게 알아챌 이야기입니다만 전 전혀 모르고 봤네요.
놀라운 상상력입니다. 7화까지 실망하면서 보다가 8화에서 아주 멋진 슈퍼히어로 엔딩을 보여주네요. 그리고 마무리가 전체적으로 보기 좋네요. 큰 기대 없이 보면 그런대로 볼만한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입니다. 지능전을 많이 기대했는데 모든 게임이 심리전 같았던 시즌2. 아쉽긴 하지만 8화가 그나마 마무리를 잘 해주네요
별점 : ★★☆
40자 평 : 결승전으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경기 그러나 빛나는 트로피는 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