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늙은이들이 결정하고 젊은이들이 죽는 다고 하죠. 맞는 말입니다. 전쟁을 일으키는데 아무런 영향도 결정력도 없는 새파란 20대 청년들이 전쟁으로 인해 최전선에서 죽어갑니다. 군인만 죽는 건 아닙니다. 애먼 민간인들도 많이 죽고 동식물도 많이 죽습니다. 전쟁은 그냥 파괴 그 자체입니다. 사람의 몸을 넘어서 영혼까지 파괴합니다.
한국은 전쟁을 참 많이 겪은 나라입니다. 최근에는 북한과 다시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서 내일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우리 자식 세대들은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삶을 살고 군대에 안 가도 되는 세상을 만들 줄 알았는데 제 예상이 틀렸습니다. 오히려 80년대보다 지금이 더 전쟁 위험이 높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수십 년 간 전쟁 공포에 살았던 사람들이라서 이제는 이골이 났나 봅니다.
거리에 포탄이 떨어져야 그제야 전쟁이 났구나 느낄 겁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요즘 남북이나 중국 대만이나 이미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보고 있으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보면 우둔한 지도자로 인해 젊은 청년들이 전장에서 죽어가는 모습이 한심하고 한숨만 나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지금 한국 사람들이 전재에 대한 공포가 거의 없습니다. 전쟁은 지옥입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죠. 이런 전쟁 무감각증에 걸린 분들에게 추천하는 드라마가 <서부전선 이상 없다>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준 전쟁잔혹극 <서부전선 이상 없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독일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이라고 하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가장 잔혹한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1차 세계대전 통틀어서 1,700만 명이 죽은 것도 놀랍지만 참호전을 하면서 수백미터를 전진하고 후퇴하는데 무려 300만 명의 죽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처음 시작하던 참호와 마지막 전투의 참호가 같은 참호인 걸 보면서 황망해 하는 표정이 잊혀지지 않네요. 참호에서 쥐들에게 살점이 뜯겨 나가고 독가스에 죽는 등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잔인무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승전국인 프랑스가 아닌 독일 병사의 시선으로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독일 작가 Erich Maria Remarque가 쓴 자전 소설인 'Im Westen nichts Neues'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겪은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생생하게 적은 소설로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30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1930년도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서부전선 이상 없다>입니다.
주인공 파울은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독일군에 입대합니다. 입대를 안 해도 되는 주인공 파울은 친구들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군 입대에 부모님 몰래 싸인을 합니다. 프랑스 파리에 진격해서 프랑스 여자들을 만나는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하죠.
그렇게 군입대를 한 파울은 서부전선에 배치되자마자 친구가 폭격으로 죽은 모습을 봅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참혹스러운 참호전을 동료들과 함께 버티고 견딥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깨달은 파울 그러나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후죠. 최전선에서 참혹스러운 참호전을 견딘 후에 비 전투 지역의 프랑스 점령 지역 부대에 배치받습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파울과 유부남 고참 병사 카친스키와 함께 근처 프랑스 농장에 들어가서 거위를 훔쳐서 나옵니다. 철없는 20대이자 여자 좋아하는 파울과 친구들과 동료들은 다시 최전선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또다시 잔혹한 전투에 휩싸이게 됩니다.
파울과 친구 3명은 한 명씩 파울 곁을 떠나게 되고 아들을 잃은 유부남 동료 병사 카친스키와 함께 무의미하고 패색이 짙은 전쟁을 견디고 있습니다. 무의미한 참호전만 하던 중 독일 황제가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고 평화 협상을 통해서 11월 11일 11시에 휴전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전쟁에 미친 장군은 11시가 되기 전에 돌격 명령을 내리고 또다시 전투를 합니다. 이 장면 보면서 미친 인간 때문에 젊은 병사들이 죽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더 화가 나는 건 말도 안 되는 미친 명령을 또 따르는 대부분의 병사들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 영화 <고지전>이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원작이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소설이니 영화 <고지전> 시나리오 작가가 참고한 듯합니다. 안타깝게도 독일도 한국의 청년들도 전쟁의 승패에 영향도 없는 전투를 하지 않아도 될 전투 때문에 엄청난 청년들이 죽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엄청난 전투 장면과 표현력에 깜짝 놀란 <서부전선 이상 없다>
세계 영화 4 대장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2022년 지금은 이탈리아 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에 소개되지도 않습니다. 프랑스도 홍콩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독일이 생각보다 영화나 드라마 잘 만듭니다. 진중하고 담백한 독일인들처럼 진지한 영화들을 아주 잘 만듭니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초반 전투 장면과 중반, 후반 참호전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거 독일 영화가 맞나? 할리우드 멱살을 잡을 정도로 엄청난 전투 장면에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표현력이 엄청납니다. 참호 속에서 전투하는 장면은 물론 화염방사기와 탱크 등등 전투 규모도 크고 영화 속 표현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탱크에 병사들이 갈리는 장면 등등 잔혹한 장면도 많아서 청소년 관람 불가일 정도로 잔혹함을 과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잔혹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유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바로 반전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반대하려면 전쟁의 참혹성을 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실제 전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마하 해변 전투 장면처럼 혐오스러울 수 있는 장면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육박전을 하는 장면에서 헬멧으로 상대 병사를 칠수록 상대 병사가 점점 피로 물드는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할 정도로 엄청난 영화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네요. 탱크가 진격하고 화염방사기가 뒤를 따르는 장면은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많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봤지만 가장 뛰어난 전투 묘사를 하는 영화가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아닐까 합니다. <워 호스>나 <1917>도 멋진 전투 장면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가 더 무시무시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네요. 여기에 디테일도 좋습니다.
주인공 파울은 포탄이 만든 구덩이에서 프랑스 병사와 육박전을 합니다. 살기 위해서 칼을 찔러서 프랑스 병사를 죽입니다. 그러나 잠시 후 이성을 찾고 프랑스 병사가 죽어가면서 내는 숨소리에 못 견뎌하다가 그 프랑스 병사도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흐느껴 웁니다.
이런 모습에 선임인 카친스키가 죽은 동료들은 죽어서 쉬기라도 하지 우리는 살아서 고통받고 있다는 대사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압축해서 담았습니다. 영화가 디테일이 무척 뛰어난 장면들도 많은데 경쟁 끝에 배식을 받아서 다쳐서 쓰러져 있는 동료 옆에서 식사를 하는데 옆에서 누워 있던 다른 다친 병사가 식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자 주인공 파울이 식판을 가립니다.
혈기 왕성하고 정의로울 것 같았던 파울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투를 겪은 후 변해가는 모습이라서 유난히 이 장면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떠오르네요. 생판 모르는 배우들이 가득 나오는데 배우들의 열연도 엄청납니다. 주인공을 넘어서 주조연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들도 이 영화의 완성도에 큰 역할을 합니다. 독일이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었나? 할 정도로 엄청난 전투 장면과 연기를 보여주네요. 특전 U보트의 지상 버전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참 음악도 한몫했습니다. 금속음의 캉 캉캉 거리는 그 묵직한 소리에 마음까지 서늘해집니다.
위정자들의 자존심 싸움에 죽어간 무고한 청춘들
전세가 기울면 지도자는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더 많은 국민이 죽기 전에 전쟁을 멈춰야 합니다. 가장 좋은 점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죠.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나서서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게 정치인의 역할이죠. 그럼에도 전쟁이 일어나면 빨리 끝나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핵심 주제는 국민들의 안위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보면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지도층들이 무의미한 전쟁이 되어버린 전쟁 최전선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목숨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아 보이는 겁니다.
그나마 협상가들이 협상을 통해서 휴전을 이끌어내지만 휴전을 30분 남겨 놓고 돌격 앞으로를 외친 장군을 보면서 짐승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쳇말로 총알받이가 되어버린 최전선 병사들을 통해서 전쟁의 참혹함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휴전 선언 이후에 주인공에 일어나는 일을 통해서 부조리도 보여줍니다.
전쟁 불감증에 걸린 분들이 봤으면 하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
매일 같이 남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전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한 번에 250대의 전투기가 하늘을 나는 전투 비행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오들오들 떨지 않았습니다. 전쟁 나면 나는 것이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네요. 신기해요. 문재인 정권에는 미사일 한 발만 날아올라도 언론들이 전쟁 날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고 북한 퍼주기다 뭐다 비난을 했는데 하루에도 여러 발의 미사일과 포 사격을 해도 일상 다루듯 다룹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전쟁의 참혹함을 잊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북한이 서로 겁을 먹어야 합니다. 전쟁의 공포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협상을 하고 서로 위협행동을 하지 않죠. 그러나 현재 우리들은 전쟁 불감증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가 <서부전선 이상 없다>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이 뚝뚝 떨어지는 <서부전선 이상없다>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전쟁을 체험하게 하는 놀라운 전투 장면과 부조리극이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