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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글리치. 세상 잡음 속에서 핀 무지성 믿음을 고발한 추천드라마

by 썬도그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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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수록 확실해지는 건 세상은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결론 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정답 없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그걸 억지로 정답을 내고 이해하려고 해 봤죠. 그런데 그럴수록 머리만 아프고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나이 드는 것이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세상이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그중 가장 좋은 점은 현명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이 들수록 현명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현명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를 보면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진짜 이야기와 가짜 이야기를 던져 놓고 어떤 것을 믿을 것이냐고 물어보는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소재가 믿음이라는 점도 같죠. 
그런데 <라이프 오브 파이>보다 <글리치>는 더 귀엽고 사랑스럽고 길어서 좋습니다. 

10월 초에 오픈했지만 넷플릭스를 잠시 떠났던 시기라서 11월 초인 지금 봤네요. 정말 좋은 드라마네요. 미리 밝히지만 올해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아주 재미있게 보고 생각할 꺼리도 많이 줘서 참 고마운 드라마입니다. 

글리치 줄거리

글리치
글리치-포스터

글리치란? 

글리치는 컴퓨터 용어로 프로그램 버그나 장애나 이상현상을 말합니다. TV나 라디오 보다 보면 지지 지직 거리는 그런 현상을 글리치라고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화면이 지직거리는 걸 글리치 효과라고 합니다.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20대 홍지효(전여빈 분)는 남자 친구 이시국(이동희 분) 이 주택청약에 당첨되었다고 좋아했지만 홍지효는 헤어지자고 합니다. 홍지효는 중학교 때 그 사건 이후에 글리치 현상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갑자기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고 현대유니콘스 헬멧을 쓴 외계인을 자주 봅니다. 남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미친 x 취급하기에 정신과 의사인 선배에게만 겨우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이시국과 헤어진 후 며칠 후에 이시국이 실종됩니다. 

이시국이 실종된 장소에 찾아갔다가 홍지효는 미스터리 서클 같은 문장을 발견합니다. 지효는 여러 외계인 전문가에게 문의를 하다가 외계인 커뮤니티에 가입합니다. 4명밖에 모이지 않는 마이너 모임에 쭈볏대다가 가끔 보이는 현대 유니콘스 야구 헬멧을 쓴 외계인 열쇠고리를 단 한 여자를 발견하고 추적합니다. 

그 여자 지효가 중학교 때 겪은 외계인 사건을 함께 목격한 당시로서는 단짝인 허보라(나나 분)입니다. 허보라는 껄렁껄렁한 저랩 유튜버이지만 현실주의자이사 행동주의자라서 모든 일을 쉽게 정리하고 해결하는 놀라운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지효는 허보라와 잠시 함께한 중2 시절을 흑역사로 생각하지만 허보라가 아니면 이 남자친구 실종 사건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성인은 실종 신고받기 어렵다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실종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허보라와 UFO 커뮤니티 회원인 김동혁(이민구 분), 조필립(박원석 분)과 값대위(태원석 분)과 함께 허보라는 남자 친구를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그리고 단서를 발견합니다. 

사이비 종교인 '하늘빛들림' 교회에서 VR기기를 쓰고 예배를 하고 공중부양하는 걸 보면서 이 종교 내부까지 침투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렇게 남자 친구 실종 사건은 사이비 종교와 연결됩니다. 그런데 이 사이비 종교가 믿는 것은 외계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홍지효가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중2 때 겪은 외계인과의 접촉 사건과 연결이 되면서 사건은 복잡해지고 흥미로워집니다. 이 험한 길에 허보라와 홍지효와 UFO 커뮤니티와 딸을 사이비 종교가 납치당했다고 판단하는 아버지 김직진과 형사와 회사 동료가 추적합니다. 

잡음(글리치) 가득한 세상을 곡해하는 사기꾼들

드라마-글리치

세상은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많은 일들이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이 이렇게 발달한 지금도 모든 사건 사고의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확실한 것은 일부입니다. 대부분은 상관관계이고 어떤 것은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죠. 

그 이해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외계인입니다. 지금도 외계인이 있다 없다로 전 세계에서 논쟁을 하고 있고 있다면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간 여행을 하는 후손들인지 아니면 저 먼 은하에서 온 외계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뭔가 일어났지만 왜? 일어났는지 모를 일들이 많죠. 

드라마-글리치

모르는 것에서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복잡합니다. 경외심을 갖기도 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에서 느끼는 공포감도 있죠. 아무것도 안 했는지 미지의 존재에 복종하고 추앙하기도 합니다. 이런 공포심을 이용한 마케팅을 잘하는 곳이 두 곳 있는데 하나는 정치 그리고 종교입니다. 

종교인들에게 죄송하지만 제가 느끼는 종교는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가 아닐까 합니다. 백 년 기업이라고 하는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종교는 수천, 수백 년을 망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수년 전에 어린 시절 동네에 가봤더니 모든 대부분 상점이 사라지고 바뀌었는데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건 교회였습니다. 그런 걸 보면 교회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이자 뛰어난 확장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 빼어난 비즈니스 모델에 사기를 붙이면 바로 사이비가 됩니다. 유독 교회를 모델로 한 사이비 종교가 많은 걸 보면 교회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추어진 시스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교회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은 뭘까요? 하나님과 예수님 일 겁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이단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걸 더 소중히 여기고 믿죠. 교회에서는 이 사이비들을 이단이라고 합니다. 다만 저 같은 무종교인들은 이단과 정통이 뭔 차이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니까요. 

 '하늘빛들림' 교회가 믿는 건 외계인입니다. 절대자로 성인이 아닌 외계인을 믿습니다. 
그걸 믿게 하는 오병이어 같은 기적을 가끔 보여줘서 의심할지 말지니~~~를 시전 합니다. 그리고 홍지효라는 또 한 명의 외계인 접촉자를 만나게 되면서 진화를 계획합니다. 사이비 종교에게 있어 진화는 그겁니다. 전 세계 사이비 종교들의 결말인 그것이죠. 

사기꾼들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세상은 과학자들도 알 수 없다고 해요. 알면 알수록 알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이 알게 됩니다. 다만 내가 뭘 알고 있고 뭘 모르는지를 잘 압니다. 또한 과학자는 확답을 안 합니다. 워낙 세상이라는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서 이 이론이 지금은 맞지만 또 다른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이론이 나오면 과거 이론은 폐기될 수 있기에 확실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기꾼들은 달라요.

다 안다고 합니다. 이게 맞다고 합니다. 이게 확실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확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입니다. 문제는 그런 사기꾼 말에 사람들이 잘 혹한다는 겁니다. 이게 이 건지, 저건지 모를 때 또는 마음이 병들어서 영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질 때 손을 내밀어서 이건 이거요. 저건 저겁니다. 이리 따라오시면 광명을 찾습니다라고 달콤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이고 이 사기꾼이 종교를 운영하면 그게 사이비가 됩니다. 

영혼의 도피처가 필요했던 사람들을 대변하는 홍지효

드라마-글리치

중2 때 환각제 같이 불던 허보라를 무척 혐오하던 홍지효는 UFO 커뮤니티 회원과 함께 남친 실종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서히 그 중2 때 외계인 접촉 사건의 기억에 직면하게 되고 허보라가 실제로는 따뜻한 친구였던 걸 알게 됩니다. 비록 말은 거칠게 해도 의리는 강철 같아서 홍지효 옆에서 지효를 꼭 지켜줍니다. 보고 있으면 저런 사람 옆에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허보라는 올해의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홍지효는 중2 때 마음에 큰 상처기 있었습니다. 새엄마가 집에 들어와서 콩가루 집안이 되자 마음의 도피처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지효에게 외계인과 접촉이 일어나고 그 일은 평생 지효를 따라다닙니다.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 내가 콘트럴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그게 내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마음이 허해지면 사이비나 사기꾼에 혹하게 됩니다. 

넷플 드라마 <글리치>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속을 투영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사이비 종교 이야기로만 비출 수도 있지만 사춘기와 UFO 같은 미스터리 한 일들을 섞어서 우리 안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핵심 대사입니다. 

<글리치>는 홍지효의 말도 안 되는 경험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후반에 펼칩니다. 뭐가 진실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그렇죠. 동일한 현상에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보입니다. 이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뿐이 아닙니다. 주인공 홍지효 자체도 뭐가 진실인지 모르면서 진격을 합니다. 그리고 현실을 목도합니다.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세상이 만든 야구 헬멧 쓴 외계인을 통해 본 믿음

드라마-글리치-현대유니콘스
드라마-글리치-현대유니콘스

<글리치>에는 야구 모자를 쓴 외계인이라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나옵니다. 홍지효만 보이는 이 외계인이 독특한 점은 지금은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 야구 헬멧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 유니콘스 유명했죠. 해태, 삼성 명문팀 못지않게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 >> 청보 핀토스 >> 태평양 돌핀스를 지나 1996년 김재박 감독 체제 아래 현대 유니콘스가 시작되었고 시작 첫 해 1996년 한국 시리즈 우승, 1998년, 2000년, 2003년, 2004년 우승 등등 전성기 해태처럼 우승을 밥먹듯이 했습니다. 대단한 팀이었고 인기도 높았는데  2007년 해체됩니다. 

그리고 현 키움 히어로즈가 현대 유니콘스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현대 유니콘스 헬멧일까요? 이는 허보라에게 있습니다. 허보락 응원하던 팀이 녹색 유니폼의 현대 유니콘스였고 홍지효가 그린 외계인에게 현대 유니콘스 헬멧을 씌워줍니다. 별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전 유니콘스라는 이름에 집중하게 되네요. 

종교, 외계인, 유니콘의 공통점은 존재한다고 믿지만 실존하는지 아리송한 존재들입니다. 유니콘은 상상의 동물이라고 선을 좀 그을 수 있지만 종교인들이 믿는 그 신이라는 존재를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람이 많은가요? 하다 못해 인터뷰라도 따면 좋은데 이 기록매체 홍수인 시대에도 볼 수 없습니다. UFO는 어떻고요. 4K 시대에도 외계인이나 UFO 영상은 SD 화질이자 조막만하게 나옵니다. 말 그대로 미확인 상태입니다. 

메타버스의 기본 조건은 인터넷입니다. 그래야 가상의 세계를 탐험하죠. 그런데 메타버스 단어가 나오기 이전에도 우리는 메타버스에 살고 있었습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신, 외계인, 상상의 동물과 가상의 이야기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실존하지 않는 걸을 아는 존재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실존하는 것처럼 좋아하고 따랐습니다. 단 그걸 믿냐 안 믿냐는 차이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믿고 안 믿고는 자유입니다. 또한 내가 믿는 것이 팩트이건 구라이건 상관없이 믿어서 행복하면 그게 진리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가짜 뉴스에 심취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글리치> 속 광신도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인간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일수록 달콤한 행복 사탕을 쥐어주고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근거 있는 믿음과 근거 없는 믿음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는 드라마 <글리치>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근거 있는 것만 믿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기에 믿음에도 정답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이게 이 드라마의 매력입니다. 정답 없는 것 세상 정답 없다고 하는 게 정답이죠. 

미친 존재감의 배우 나나

드라마-글리치-나나
드라마-글리치-나나

나나는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아이돌 가수입니다. 10년 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TOP 100에서 높은 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도 높았습니다. 미모는 정말 탁월하죠.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연기 못한다는 선입견이요. 물론 임시완이나 아이유 같은 특별한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나나에게도 있었죠. 2017년 개봉한 꾼에서 사이드킥 연기를 곧잘 하기에 신기하네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 <글리치>는 어? 이상하다 이렇게 잘하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보다가 이 배우가 정말 아이돌 가수 출신인가? 역으로 생각할 정도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행동, 어투 대사 연기 모든 것이 허보라입니다. 나나가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전예빈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허보라가 아닐까 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나나의 재발견입니다. 앞으로 부디 제발 플리즈 영화나 드라마 많이 나와주세요. 요즘 눈에 띄는 젊은 여배우들이 많지 않았는데 나나까지 가세하네요. 나나가 연기하는 허보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맹숭맹숭했습니다. 그만 볼까 했는데 나나가 연기하는 허보라가 등장하자마자 묘한 긴장감과 웃음이 계속되면서 끝까지 그 힘을 놓지 않네요. 여기에 사이드킥인 UFO 커뮤니티 회원들의 연기도 아주 좋네요. 

여기에 베스킨라빈스 31으로 유명한 아역 모델 출신의 정다빈 그리고 문체관광부 장관까지 하셨던 배우 김명곤의 교주 연기도 참 좋네요. 설렁설렁 봤다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고 생각할 꺼리도 많이 던져준 드라마 글리치. 이미 많은 드라마가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해서 신선미는 떨어지지만 외계인, 유니콘, 사이비라는 소재를 잘 비벼 만든 유쾌한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추천하는 드라마 <글리치>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증명되지 않은 존재들을 통한 믿음에 대한 깊은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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