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에놀라 홈즈2의 바탕이 된 1888년 성냥공장 여성노동자 파업 실화

by 썬도그 2022. 11. 6.
반응형

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 하죠. 전작보다 뛰어난 속편이 나오기 힘든 것이 이 영화계 바닥입니다. 그 이유는 전편의 신선한 맛이 2편에서는 우려먹기로 전락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조2는 다니엘 헤니 같은 미국 용병을 투입하고 전편의 매력을 좀 더 키우고 액션도 더 키웁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 겨우 1편의 아성과 비슷해지죠. 그럼에도 신선미는 떨어지기에 부가적인 재미를 잔뜩 넣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전편보다 뒤어난 속편이 나오기도 합니다. 전 이 영화 보면서 어~~~ 1편은 무대 설치만 하다 끝난 것이고 2편이 찐이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1편 보면서 뭔가 좀 감질났거든요. 탐정보다는 액션 로맨스가 아닐까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2편이 제대로 된 탐정 수사를 하네요. 

에놀라 홈즈2 이야기의 바탕이 된 실화 1888년 성냥공장 여성 노동자 파업

에놀라-홈즈2-포스터
에놀라-홈즈2-포스터

2배는 더 재미있습니다. 에놀라 홈즈 1편보다 2편이 2배 이상으로 재미있습니다. 1편은 그냥 액션 드라마가 주된 내용이라서 감동 1도 없었죠. 그런데 2편은 다릅니다. 초반부터 사건 의뢰를 받고 그 사건을 수사를 합니다. 여기에 오빠 셜록이 맡은 사건과 여동생 에놀라 홈즈가 맡은 사건이 서로 빌드업을 하다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이야기 구성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거대한 사건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1888년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성냥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에놀라 홈즈가 맡은 사건인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고 함께 사는 언니 '사라 채프먼(Sarah Chapman)'도 실존 인물입니다. 

영화 <에놀라 홈즈2>는 1888년 영국 런던 동부에 있던 Bryant & May 성냥 공장에서 일하던 1,000명이 넘는 여성과 소녀들이 참여한 파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냥공장-여성노동자들
성냥공장-여성노동자들

<에놀라 홈즈2>에서도 보여주지만 1888년 런던은 빈민가들이 참 많았습니다. 자본가들은 생산수단을 이용해서 돈을 쓸어 담고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적은 임금으로 겨우 풀칠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런던 동부 성냥 공장에는 어린 소녀들이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서 무려 14시간 동안 성냥을 성냥갑에 채우는 일을 했습니다. 

14시간이면 퇴근 시간이 무려 오후 8시 30분입니다. 살인적인 노동 환경이네요.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는 여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어려운 어린 13세 소녀들이 많았습니다. 이 당시는 미국이나 영국이나 아동 노동 문제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크기가 좀 작은 어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문제는 이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래서 받는 월급은 실제보다 적었습니다. 이는 영화에서 미적거리거나 실수하면 1 페니를 월급에서 깎겠다고 하는 소리로도 묘사됩니다. 실제로는 더 했겠죠. 

백린으로 인한 턱이 녹는 인중독성 괴사(phossy jaw)

성냥공장에서-근무하는-여성노동자들
성냥공장에서-근무하는-여성노동자들

성냥은 포퓰러 나무나 소나무를 깎은 나무에 인을 포함한 화학물질을 묻혀서 판매합니다. 정확하게는 인, 황화안티몬과 염소산칼륨을 포함한 많은 유해한 성분을 녹이고 이걸 나무 끝에 묻힌 후 건조 후 판매합니다. 이 화학물질에는 백린의 비율이 높였습니다. 

이 백린은 인중독성 괴사(phossy jaw)를 유발합니다. 암의 일종으로 초기에는 치통으로 시작했다가 턱뼈가 괴사 하기 시작합니다. 이 병은 얼굴 기형을 만들고 끔찍한 고통을 느껴야 합니다. <에놀라 홈즈2>에서 에놀라가 위장 취업을 할 때 입을 벌려서 입 안을 살펴본 이유가 바로 이 인중독성 괴사를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공장에 들여보내지 않게 함으로써 공장 노동자들이 동요하지 않음과 동시에 책임 전가를 노동자에게 할 수 있었습니다. 성냥 공장의 표면적인 이유는 티푸스 전염병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중동성 괴사라는 암 발병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성냥 공장은 이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즉시 이를 빼라고 하고 이를 거부하면 해고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1840년 적린이라고 하는 빨간색 인으로 대치하면서 줄어듭니다. 문제는 백린보다 적린을 이용하면 성냥 제조 단가가 더 비쌉니다. 그러나 Bryant & May 성냥 공장은 돈독이 올라서 1888년까지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백린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2배나 매출이 증가했다고 하죠. 

Bryant & May 성냥 공장은 미국에 25개의 성냥 공장이 있었고 이중 2개의 공장만 백린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은 백린을 이용해서 성냥을 만들었습니다. 

Annie Besant와 Herbert Burrows이 파업위원회를 만들다

성냥공장-파원위원회
성냥공장-파원위원회

1888년 7월 한 여성 노동자가 노동 조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회사는 해고를 시킵니다. 이 해고는 작은 불씨가 되어서 Annie Besant와 Herbert Burrows가 만든 파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이 성냥 공장을 고발하는 힘 있는 언론사의 고발로 큰 불이 됩니다. 

이 당시 성냥 공장은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지금은 성냥을 거의 볼 수 없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라이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담배도 곤로도 다 성냥으로 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냥은 가정 필수품이자 사은품이자 다방의 판촉물이기도 했죠. 막대한 자본을 거머쥔 성냥 공장 재벌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재벌들이 그렇듯 한 언론사의 고발에 그런일 없다고 딱 잡아 땝니다. 그러나 여론은 악화가 됩니다. 여론을 읽지 못하고 여성 근로자를 억압하고 진실을 숨기기 시작합니다. 

에놀라홈즈2
에놀라홈즈2

사실을 은폐하고 여성 노동자들을 억압하기만 하던 성냥 공장의 태도에 분노한 여성 노동자 1,500명은 유일한 노동자들의 권리인 파업을 합니다. 유능한 로비스트를 고용했지만 악화된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Besant와 Burrows는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무 조건과 벌금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제시했습니다. 

1891년 새로운 Besant와 Burrows 성냥 공장이 만들어집니다. 더 나은 임금과 백린을 이용하지 않는 공장이었고 어린 소녀를 고용하지 않은 새로운 노동 환경의 공장을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추가 비용이 들자 성냥 사업은 실패합니다. 이걸 보면서 거봐라~~ 임금 올리면 사업 망하지 할 수 있지만 사람 생명과 건강을 아사가면서 성공하는 사업은 성공한 게 아닙니다. 노동자 고혈을 빨아서 만들어낸 돈이죠. 따라서 그런 회사는 망해야 합니다. 

백린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대중의 인식이 광범위해지자 1908년 영국 하원은 성냥에 백린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 시킵니다. 이 1888년 성냥 공장 여성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지만 여성 노조의 가입률은 높지 않았고 드물게 여성들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가 만들어집니다. 

여성 노동에 대한 권리를 찾는 첫 불꽃은 1888년 영국 런던 한 성냥공장 여성노동자들에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에밀라 홈즈2>를 보면서 최근 한 제빵 회사의 여성 노동자 사고 소식에 겹쳐서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렸습니다. 
2022년 21세기 한국에서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네요. 감히 선진국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나라가 아직도 노동자의 생명보다 생산성과 효율과 돈을 더 소중히 하네요. 그래서 전 진정한 사과가 있기 전까지 SPC 브랜드 제품을 일절 안 먹을 생각입니다. 이런 제 생각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SPC는 변할 겁니다. 망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변하라는 소리죠.

그나저나 19세기나 21세기나 재벌들의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어쩜 한 치 앞을 예측 가능하게 할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