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금천예술공장은 예술가들이 작품 제작을 하는 공간인 아틀리에가 있는 레지던시입니다. 서울에 이런 예술공장이 엄청 많죠. 서울시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예술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2009년에 생겨서 이제는 10년이 넘었네요. 아쉬운 점은 갈수록 열정이 떨어지는 건지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지만 여기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먼저 홈페이지 역할을 하는 네이버 블로그에는 이번 행사 소식이 전혀 없더라고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올라왔던데 정작 블로그라는 홈페이지에는 없었습니다. 여러모로 참 운영의 아쉬움이 큽니다. 천상 서서울미술관이 완공되면 연계된 행사가 더 늘고 많아질 것 같지만 지금은 그냥 외로운 예술의 섬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물론 예술 지망생, 예술 애호가, 예술가들은 이런 행사 잘 찾아오십니다. 나름 예술 애호가인 저도 10월 초에 뭔가 했던 것 같은데 SNS 뒤지다가 알았네요. 작년에는 10월 중순에 했거든요. 한눈팔았으면 몰랐을 거예요.
2009년 처음 생겼을 때 여러 전시회 특히 '다빈치' 전시회 시리즈는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당시만 해도 가단디지털밸리의 IT와 접목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한 작품들이 많아서 인상 깊었죠. 위 사진 오른쪽 창고동 꼭대기에 있는 게 그 흔적이에요. 로봇과 예술의 만남을 시도했는데 별 재미가 없었는지 지금은 시각예술 전문 레지던시로 변신했네요.
뭐 저도 예술에 대한 열정도 식었고 갈수록 재 취향이 아닌 작품들 예를 들어 동영상 틀어 놓는 미디어 작품들은 잘 안 보게 됩니다. 시각적 충격이나 메시지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2D 평판 TV에 올려놓은 영상물은 집에서 유튜브로 봐도 충분하거든요.
금천 예술공장 오프스튜디오 '느슨한 포옹'은 지하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모든 공간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들어와서 관람이 가능합니다. 주요 행사는 네이버에서 예약을 해야 하지만 오픈스튜디오는 누구나 관람 가능합니다. 작년만 해도 예약하거나 입구에서 연락처 적어야 했는데 엔데믹으로 가고 있어서 거의 다 풀어졌네요. 물론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작가들이 어떤 도구로 작업을 하는지도 볼 수 있고 작품도 볼 수 있고 예술가와 대화도 가능합니다. 모든 예술가가 있는 건 아니고 현장에 있는 예술가 분도 계시고 일정이나 행사 때문에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술에 관심 많은 분들은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작가님들의 작업 공간이 작가의 개성만큼 다채롭고 다양합니다.
입구에 팜플렛이 있어서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치 작품이 잉태되기 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네요.
류성실 작가의 아틀리에네요. 이 작가님은 몇 달 전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에서 에르메스 재단이 선정한 작가여서 기억나요.
한국 사회를 비판한 블랙코미디 서사를 가진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조형, 영상 등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작품들이 만들어졌군요.
아틀리에 공간은 큰 곳도 작은 곳도 있어요. 생활공간이기에 냉장고도 있고 간이침대를 놓은 분도 계시더라고요.
작가분의 평소 먹는 주전부리들도 볼 수 있습니다.
유신애 작가의 작업공간인데 회화와
조각도 하시네요.
이건 3D프린터인데요? 요즘 조각이나 조형물을 3D 프린터로 만드는 작가분들이 많은가요? 일반인들의 생각으로는 조각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성의 없네라고 할 수 있지만 예술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분들이지 그걸 직접 그리고 만들 필요는 없어요. 예술은 사상이지 기술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기술자를 고용해서 만들 수도 있고 이런 기계를 이용할 수도 있고요.
C-130 허큘레스 수송기를 개조한 공격기네요.
소니 풀프 미러리스 카메라, 짐벌, 노래방 마이크, 조명, 약, 작가분의 일상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그냥 전시 공간으로 변신했네요.
1층에는 카페테리아 같은 공간이 있는데 작가 분에게 남길 메시지를 엽서에 적을 수 있습니다.
지하에는 김다움 작가의 작품이 있었는데 가까이 가면 소리가 나는 인터렉티브한 작품이 있네요.
행동을 사운드화 한 작품 같네요.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유신애 작가의 이 사진 보고 멈췄어요. 2달 전인가 강남 코엑스 전시회를 보고 나오는데 가짜 근육 옷 입고 태극기 들고 있는 사람들이 사진 찍고 놀더라고요. 무슨 시위인가 했는데 유신애 작가와 <몬테즈 라디오 x 퍽커리 시낭독 4기> 행사라고 하네요. 인스타그램에 뭐라고 잔뜩 적어 놓았는데 하나도 안 들어오네요. 그냥 좋은 때다 라는 생각만 드네요.
1층 창고동에는 다양한 영상 작품이 있었습니다. 헤드폰 끼고 영상물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요즘 영상 작품이 엄청 늘었어요. 그런데 전 영상작품 알레르기가 있어요. 관람이 편리하지 않아요. 영상물 보면 이 영상이 몇 분 짜리인지 지금 어디쯤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중간부터 보는 건지 처음인지 모르니 중간부터 보다가 뭔 소리인지 몰라서 그냥 스킵하게 되죠. 그 내용도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걸 봐야 하는 생각도 들어요. 차라리 QR코드를 찍어서 유튜브 링크로 보면 되잖아요.
그럼 처음부터 볼 수 있고요. 여러모로 관람객 편의는 없어서 영상물들은 잘 안봐요.
유실하게 다 본 것은 류성실 작가의 영상이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하네요. 작가와 디자이너 중에 고민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고 재미있어서 한다는 어깨에 힘 빼고 예술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즐겨야죠. 즐겨야 재미도 생기고 재미가 남들까지 재미를 유발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너무 예술들이 현학적이고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복잡한 문장이 명문장이 아니듯이요.
신나고 재밌게 작업하다가 훌쩍 예술계를 떠날 것 같은 류성실 작가. 바라보는 저도 공감되네요. 예술도 한철이죠. 그 예술을 평생 하는 예술가는 몇이나 되고 전업 예술가는 몇이나 될까요?
정지현 작가는 일상 사물에서 사용자들을 연상하고 특정 사물에 대한 경험을 떠올려서 만든 조형 작품을 하시네요.
전 사회를 반영한 예술 작품들을 좋아해요. 메시지도 간단명료 강하고요. 김도영 작가는 시대 현상을 담은 작품들을 만드는데 시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네요.
저도 전자 쪽은 좀 아는데 이걸 다룰 수 있는 정도라면 꽤 전자 지식이 많아야 하는데 대단하네요. 요즘 미디어 아트 하는 분들은 전자 기술을 이용하기에 배워야 하나 봐요.
간이 전시공간도 있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전시가 <메타몽은 혼자가 될 수 없어>에요. 포켓몬스터의 메타몽이 제목에 들어갔네요. 양승원, 오민수, 전혜림 작가의 공동 작품이에요.
3명의 작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넣는 메타 작업을 합니다. 보통 한 작가의 작품은 완성되고 끝인데 여기에 살을 붙이고 아이디어를 더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 처음 보는 아이디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원소스를 섞어서 또 하나의 창작물을 만드는 유튜브 세상을 보면 2차 창작물이 엄청 많죠.
메타몽도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서성협 작가방에는 거대한 테트라포드가 있네요. 하단을 보면 스피커 모양입니다. 서로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 보편적 감각을 뒤섞는 '위상학적'인 작품이라고 해요.
오민수 작가는 노동환경에 관심이 많은 작가로 노동에 관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많아요. 작업 공간에 들어갔더니 소음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는데 아마도 공장에서 채집한 소음 같네요. 공장이 많은 독산 1동에는 철공소가 아직도 꽤 있는데 소음이 어마어마하게 커요. 기계가 내는 소음인데 그 소음을 견디면서 노동을 해야 합니다.
기계의 속도에 맞춰서 노동하는 택배 물류센터에 가면 흔히 보는 도구도 있네요. 이것도 작품입니다. 문화 서울역에서 봤는데 여기서 또 보네요.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과 대화는 많이 안 해봤네요. 코로나 때문도 있고 관심 있는 작품들은 작가 분들이 안 보였어요. 금천 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는 오늘 10월 9일까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