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예고편이죠. 영화 많이 보다 보면 예고편만 보고도 볼만하다 아니다 대충 감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고편에 나온 액션이나 재미가 전부인 영화라면 무척 실망스럽고 낚였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영화 선택을 할 때 내가 추종하는 평론가의 리뷰를 봅니다. 그러나 내가 추종하는 평론가가 모든 영화를 리뷰하지 않습니다. 또한 리뷰를 해도 개봉 후에 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참고하는 것이 영화 유튜버들인데 요즘 영화 유튜버들 중에는 홍보 리뷰가 너무 많아서 속아 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협찬 리뷰가 아닌 영화 유튜버가 추천해줘서 <정직한 후보2> 예매를 취소하고 급하게 <인생은 아름다워>로 바꿨습니다.
왓 더~~~ 초반 3류 신파에 두통이 몰려오는 뮤지컬 빙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상영 10분 만에 시계를 봤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7천원에 관람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단 10분 만에 들었습니다. 시작은 괜찮았습니다. 50대 초반인 오세연(염정아)가 건강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서 125번 버스 대신 152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를 잘못 탄 것을 알고 다시 125번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나 여고생에게 립스틱을 빌리는 천생 순박하고 절약이 몸에 베인 우리네 50대 아주머니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잘못 내린 버스 앞에 펼쳐진 이제는 사라진 서울극장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는 장면에서 첫 뮤지컬 군무가 펼쳐집니다.
놀랬습니다. 너무 충격적이라서 놀랐습니다. 먼저 고증이 엉망진창입니다. 서울극장은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관으로 칸느, 아카데미, 베니스라는 유명 영화상을 상영관 이름으로 사용한 유서 깊은 극장입니다. 보세요. 서울극장1, 서울극장2, 서울극장3. 관객이 바보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 타깃층은 영화 속 캐릭터와 동년배들과 위아래로 10년입니다. 이 분들 서울극장에 대한 기억이 또렷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딱 세트장이고 고증도 엉성하네요.
이건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곁가지이죠. 문제는 류승룡과 염정아의 춤사위입니다. 뮤지컬 영화라면 노래와 율동이 출중해야 합니다. 대학로 뮤지컬 수준 이상이나 비슷해야 합니다. 놀랍게도 <인생은 아름다워>는 뮤지컬 형식을 빌리지만 너무나도 군무 장면이 조악해서 눈을 감을 정도입니다. 또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뮤지컬 구간과 정극 구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극 전환 구간이 너무 덜컹거립니다. 보다 보면 화가 날 지경입니다.
특히 류승룡의 노래 수준은 <레미제라블>의 '러셀 크로우'보다 더 못합니다. 노래는 그렇다고 쳐도 율동은 술취한 아저씨의 흐느적 수준입니다. 보면서 저것도 연기인가? 일부러 연출을 저렇게 했나 할 정도로 너무 조악하고 저질이라서 깜짝 놀랐네요.
염정아의 율동도 율동이라기 보다는 그냥 널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는 수준입니다. 한국의 라라랜드라고 광고를 해놓고 라라랜드가 아닌 룰루랄라 지화자 수준이네요. 영화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염정아, 류승룡, 옹성우, 박세완 정도라서 많은 사람이 부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염정아 옹성우보다 가장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카메오로 느껴질 정도로 단역으로 나오는 류승룡의 아버지로 나오는 박영규입니다. 박영규가 훈련소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와~~~ 이거지 이게 정상 아닌가? 할 정도로 뮤지컬 형식을 차용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뮤지컬 영화로는 3류도 아닌 5류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율동도 문제지만 주요 장면은 세트장에서 담는데 이것도 참 편하게 연출한다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차라리 뮤직뱅크가 10배는 더 낫다고 할 정도로 노래 장면 연출은 저질이네요. 넷플릭스 뮤지컬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가 100배는 더 낫습니다. 뮤지컬 영화라고 보신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가가호호 방문에서 예매 취소하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살다 살다 이런 조악한 노래와 율동 장면을 돈 내고 볼 줄은 몰랐네요. 성의가 없어요. 창의력도 없고요. 최국희 감독은 서사가 약하니까 MSG로 선택한 것이 뮤지컬인 듯한데 대실패입니다.
폐암 시한부 환자인 오세연. 신파를 대놓고 드러내다.
알고 봤습니다. 주인공 오세연(염정아 분)이 암 말기 환자이고 죽는 것을 알고 봤습니다. 따라서 신파극이라는 걸 알고 봤습니다. 요즘 신파 영화 안 봅니다. 관객에게 울라고 강요하는 불편한 영화 안 보죠. 영화 <비상선언>이 후반 신파 구간으로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는데요.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예 대놓고 신파라고 말합니다. 주인공이 병에 걸려서 죽는 설정은 이미 70~80년대 <러브스토리>나 <라스트 콘서트>로 다 우려먹었습니다.
그런데도 주인공 죽습니다. 50대 초반 아줌마가 두 아이를 두고 죽는 내용입니다. 예견된 슬픔, 눈물 구간이 있습니다. 다만 요즘 최루답게 주인공이 피를 토하고 혼절하고 하는 장면을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 도려낸 것은 아닌 아이들이 엄마의 병을 아는 구간은 눈물로 칠하고 후반에도 눈물로 살짝 칠합니다. 다만 눈치는 있어서 길게 담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 영화 안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시겠죠. 네 저도 추천 안 합니다. 꼭 보라고 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다만 이 영화가 이 글의 제목처럼 3류 신파 영화지만 매력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까지 다 들어보세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이끄는 건 노래 가사
뮤지컬 영화에는 영화를 위해서 직접 작사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를 노래 부르는 영화가 있고 기존 대중가요를 영화에 삽입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대중가요를 가득 뿌린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주로 이문세와 이적의 노래들이 많이 나옵니다.
영화 초반 이문세의 '조조할인'으로 시작해서 이적의 노래들로 진행됩니다. 두 가수의 노래가 꽤 많네요. 이외에도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와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등도 나옵니다. 대략 10곡 정도가 나오는데 배우들이 이 노래를 부릅니다.
중요한 건 이 노래들의 매력 보다는 노래 속 가사들을 영화 장면과 잘 섞어 놓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노래 가사에서 영화의 스토리를 뽑아낸 느낌이 들 정도로 이야기와 노래 가사가 찰떡 찰떡입니다.
염정아와 류승룡은 50대 배우입니다. 영화속 캐릭터와 비슷한 나이입니다. 이 두 주연 배우가 20대 연기까지 합니다. 이건 좀 그렇더라고요. 아무리 CG로 주름과 잡티와 점을 지워서 매끈한 얼굴을 만든다고 해도 류승룡의 몸이 20대 몸이 아닙니다. 몰입이 안 됩니다. 굳이 20대 연기를 50대 배우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는 합니다. 이 두 배우가 20대를 직접 연기할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20대 장면 볼 때마다 확 깨네요.
차라리 중년부터 20대까지 연기 가능한 배우들이 연기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따라서 캐스팅 자체에 큰 비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시나리오를 고쳐서 20대 초반에 만났다는 설정은 좀 심했습니다.
초반 1시간 30분 욕하면서 보다가 후반 30분 욕이 쏙 들어간 <인생은 아름다워>
웃다고 울다가 하는 영화라고 소개 받았는데 제가 웃음이 적은 것도 있지만 웃기는 구간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을 패러디한 장면에서 피식하고 한번 웃고 없습니다. 없어요. 정말 안 웃깁니다. 유쾌할 수가 없죠. 아니 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인데 아무리 주인공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고 쾌활한 성격이라고 해도 웃기 쉽지 않고 실제로 웃기는 장면도 많지 않습니다.
웃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는데 주인공 세연의 남편인 공무원 진봉이 아내의 폐암 판정에도 화만 냅니다. 왔더~~~ 저런 인간 말종이 있나 할 정도로 폐암 판정받은 아내를 하대합니다. 너무 심해요. 보다가 화가 너무 나서 이걸 봐야 하나. 저런 주인공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스포라서 말은 못 하지만 초반에는 정말 영화관을 나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록 고통의 시간은 지속되었습니다. 가끔 유쾌하려고 노력은 하고 망나니 같던 남편이 갑자기 아내의 첫사랑을 찾으러 떠나는 지점에서 살짝 불쾌감은 좀 내려갔습니다. 츤데레인가? 라는 생각에 초반의 분노는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죽어가는 아내에게 막대하던 남편이 아내의 첫사랑 찾기 여행을 떠나는 자체가 좀 이상하죠. 츤데래로 의심 받으면서도 여전히 화를 자주 냅니다. 그리고 아내의 첫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뒤집기가 들어갑니다.
3류 뮤지컬 드라마지만 <인생은 아름다워>가 빛나는 이유
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좋은 것이면 태어나서 인지 능력 갖춘 후 바로 죽어 버리죠. 죽음은 고통입니다. 이는 죽어가는 사람도 고통이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거대한 고통입니다. 죽음은 대부분이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알 수 있는 죽음도 있습니다. 바로 암입니다. 그래서 암이 주는 유일한 좋은 점은 언제 죽을지를 알 수 있다는 소리도 있죠. 물론 불경스러운 말입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죽을 시기를 알 수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태어나면 돌잔치를 하듯이 죽음을 안다면 그 죽음을 위해서 합동 배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죽음이 누추하고 불경스럽고 누추하고 습하고 어둡고 고통스럽다고만 생각하죠.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에는 죽기전에 행복한 기억을 단 1개라도 챙긴다면 그 삶은 좋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점이 이 영화를 미워할 수 없게 하네요. 인생의 은퇴식을 펼치는 그 소재 하나가 마음을 붙들어 놓습니다. 솔직히 마지막 파티 같은 장면도 조악합니다. 전체적으로 연출이나 서사나 안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소재 하나! 죽기 전에 내가 주인공인 단 하루를 제공하는 그 설정 하나가 마음을 흔드네요.
제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간 날이 더 적은 나이다 보니 염정아에게 동화되었나 봅니다. 보는 걸 말리지는 않지만 초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기간이 1시간 이상 된다는 점만 인지하고 보세요. 후반에는 전반부의 지루함과 고통에 견딘 대가를 이자까지 쳐서 보상을 해주네요. 그럼에도 꼭 보라고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너무 엉성한 부문이 많네요.
별점 : ★★☆
40자 평 : 조악한 신파 영화지만 공감대는 높은 <인생은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