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를 우리가 알게 된 계기는 유튜브입니다. 유튜브에서 발리우드 영화를 검색하면 저세상 액션 클립이 넘칩니다. 보다 보면 B급 갬성에 말도 안 되는 창의력 액션이 난무하지만 그걸 돈 주고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 듭니다. 그냥 애니메이션을 보죠. 여기에 뜬금없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춥니다. 이런 보편성이 떨어지는 형식 때문에 인도 영화를 국내에서 수입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도의 영화 기술력이 떨어지는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상상력이나 비주얼 쪽은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느껴집니다. 또한 <세 얼간이>나 <블랙>, <당갈> 같은 꽤 좋은 인도 영화도 많습니다. 몇 주 전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인도 영화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가 무슨 영화이기에 영화 순위가 높지라고 좀 봤습니다.
인도 독립을 배경으로 한 영화 RRR 조금 보다가 끄다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인도를 배경으로 영화 RRR은 영국 제국의 무자비함을 초반에 보여줍니다. 노래를 잘 부르던 곤드 부족의 말리는 영국 제독 가족에 납치를 당합니다. 핍박받고 살고 있는 인도인이지만 부족을 건드리는 건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에 호랑이 기운 그 자체인 빔(N.T. R 라오 주니어 분)이 말리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 델리로 향합니다. 이를 위해서 숲에서 여러 야생 동물을 수집합니다.
빔은 철통보안과 총으로 무장한 제독의 성과 같은 곳을 뚫고 말리를 구출하기 위해서 저택을 뚫을 방법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한편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라주(람 차란 테자 분)가 등장합니다. 라주는 인도인이지만 민족을 배신한 영국의 충견 같은 경찰입니다. 라주는 진급을 하기 위해서 같은 민족인 인도인 숲을 뚫고 영국군을 모독한 인도인을 데리고 부대 안으로 끌고 옵니다. 이 장면이 압권입니다. 혼자 분기탱천한 인도인들이 가득한 곳을 헤집고 들어가서 지목한 인도인을 잡아서 데리고 옵니다. 여기서부터 저세상 액션이 펼쳐집니다. 액션 질감 하며 창의성과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CG도 사용했겠지만 실제 군중들을 대규모로 모집해서 만든 장면은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에 대한 흥미가 생깁니다. 그런데 호랑이 같은 빔은 자신의 동생을 찾기 위해서 영국 제독 저택에 침투하려고 하고 그걸 같은 인도인 경찰인 라주가 막아서는 미션이 초반에 펼쳐집니다.
둘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채 한 소년을 구출하기 위해서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액션을 선보입니다. 보다 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보통 이런 멋지고 화려하고 상상력 만랩이지만 비현실적인 액션 때문에 보통 인도 영화를 안 봅니다. 저도 다리 액션에서 껐습니다. 그럼 그렇지 인도 영화란 ~~~ 그렇게 한몇 주를 안 보다가 정말 볼만한 게 없어서 넷플릭스에서 다시 재생했습니다.
동생을 찾으려고 델리에 잠입한 빔, 그런 빔을 막기 위해서 수사를 하고 있는 영국 제국의 밑에서 근무하는 경찰 라주. 둘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체 한 소년을 구한 계기로 친구가 됩니다. 호랑이와 사냥꾼의 만남이라고 할 정도로 두 상남자는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보다 보면 브로맨스 영화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춤을 춥니다.
그리고 춤을 춥니다. 춤 정말 에너지가 넘칩는 춤입니다.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데 마치 오토바이 엔진 같습니다. 그러나 또 껐습니다. 맥락 없이 추는 춤이 아니지만 춤추는 것이 그렇게 즐겁게 볼만하지는 않네요. 그렇게 2차 종료를 했다가 또 1주일 후 볼 게 없어서 RRR을 봤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장면을 봤습니다.
빔이 드디어 영국 제독 저택에 침투했는데 그걸 친구인 라주가 막습니다. 둘은 철인에 가까운 엄청난 괴력과 활동 능력을 가진 괴인들로 보고 있으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영화의 숨겨진 서사가 터집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달리 보입니다. 그냥 주인공과 영국 앞잡이 빌런의 대결인 줄 알았는데 놀라운 비밀이 있었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영국군을 일망타진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반전이 있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놀라운 것도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야기의 힘이 아주 크네요. 참고로 이 빔, 라주는 실제 인도 독립에 큰 공헌을 한 인도 독립 영웅들로 실제 인물에서 주인공을 차용했습니다. 두 인도 독립 영웅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서 공진화를 하는 과정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마치 윤봉길, 안중근 의사가 손을 잡고 일제를 박살내주는 영화입니다. 물론 액션이나 전체적인 스토리는 허구지만 인물 자체는 실제입니다.
저세상 액션을 선보이는 RRR
후반 액션 장면은 저세상 비주얼 액션입니다. 말도 안되는 액션, 개연성이 떨어지고 부상당한 라주가 호랑이 연고 같은 걸 쓱 바르더니 전사로 태어나는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그런 개연성이라는 갑옷을 벗고 보면 놀라운 비주얼 액션에 넋이 나갑니다. 어느새 저도 액션 장면 내내 흐르는 음악에 맞춰서 둠칫 거리고 있네요. CG는 또 얼마나 정교한지 할리우드 영화 멱살을 잡고 넘길 정도입니다. 올해 본 액션 장면 중 최고의 액션 장면이 영화 후반에 잔뜩 나옵니다.
후반 무등 장총 액션은 저세상에서도 보기 어려운 혁명적인 액션 장면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근거 없는 활력 액션은 80년대 홍콩 영화들이 참 잘했습니다. 홍콩 영화 액션이 부활한 듯합니다. 다만 이 RRR이 더 좋은 점은 엄청난 비주얼입니다. 어떻게 이걸 영상으로 구현했을까 할 정도로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액션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냥 저택을 다 박살내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음악은 액션에 부스터를 달아서 쾌감까지 느껴지게 하네요.
그리고 예상대로 영화가 끝날 때 집단 군무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꽤 유의미한데 인도 독립지사들이 나옵니다. 국뽕 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국도 독립 역사가 있어서 그 장면이 더 흥미롭게 보이네요. RRR 보세요. 정말 유쾌한 영화입니다. 초반 저세상 개연성 없는 액션과 뜬금없는 군무 등이 걸림돌일 될 수 있지만 이런 걸 견뎌내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보면 영화 RRR은 후반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엄청난 액션을 선보일 겁니다.
인도 영화 RRR은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천 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인도 영화 흥행 리스트 3위에 오른 엄청난 영화입니다. 흥미롭게도 흥행 1위 영화이자 넷플릭스에 있는 '바후발리 2'도 RRR도 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바로 S.S. 라자몰리 감독입니다. 인도의 흥행 귀재네요.
술 먹으면서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인도 영화 RRR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저세상 비쥬얼로 무장한 인도 독립투사 기념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