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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가객 장범준의 순진, 순수함이 가득 담긴 다큐 다시, 벚꽃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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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 장범준의 순진, 순수함이 가득 담긴 다큐 다시, 벚꽃

썬도그 2022. 1. 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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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경연 예능의 시조새인 슈퍼스타K를 단 한 번도 안 봤습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기성 가수들의 노래 배틀은 봤지만 이후 노래까지 경쟁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나는 가수다'도 초기에만 보다 말았습니다. 물론 경연이 주는 스릴과 재미도 있고 경연에서 탈락해도 인기를 끌 수 있기에 그 자체가 꼭 나쁘지는 않죠. 그럼에도 가뜩이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연을 하는 한국에서 남이 경쟁을 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남들 다 보는 슈퍼스타K도 지금도 많은 방송 채널에서 노래 경연, 춤 경연을 하지만 단 1번도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경연대회에 감사할 일이 딱 한 번 발생했습니다. 바로 장범준입니다. 

장범준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2017년 다큐 다시, 벚꽃

버스커버스커로 다가왔습니다. 봄 캐럴이라고 하는 '벚꽃 엔딩'이 길거리에서 각종 방송에서 다 나오기에 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노래도 참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저도 참 좋아했습니다. 그때가 2012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이 시기가 개인적으로도 참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버스커버스커는 해체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자연스럽게 버스커버스커에 대한 관심도 줄었고 리더이자 보컬인 장범준에 대한 관심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참 독특했습니다. 노래를 분명 못 부릅니다. 고음이 너무 안 올라갑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참 부르기 쉬운 노래들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부르면 '벚꽃 엔딩'의 맛이 안 삽니다. 가수 윤종신이 말했듯이 가수는 음색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음색이 뛰어난 가수들은 확실이 오래 기억되고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음색 좋은 가수들은 어떤 노래를 불러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개성이 넘치는 음색을 가진 가수들은 다른 가수로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음색도 좋고 노래도 잘하면 슈퍼스타가 되지만 반대로 개성 없는 음색에 고음을 쫙쫙 뽑는 분들은 이상하게 들을 때만 좋고 다시 생각이 나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장범준은 독특합니다. 

장범준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고음을 잘 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음색 깡패라고 할 정도로 음색이 아주 아주 독특합니다. 창법도 특이하죠. 마치 말하는 듯하면서도 귀에 착착 감깁니다. 노래를 들어보면 어떤 노래는 너무 좋고 어떤 노래는 정말 너무 별로입니다. 

그런데 이게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친숙하다. 다듬어지지 않았다. 룰이 없다. 한 마디로 노래들이 정형성이 없는 노래들이 많고 그래서 거북한 노래들도 있지만 어떤 노래는 정형성을 파괴하는 혁신도 많습니다. 이는 작사 작곡을 직접 하지만 체계적으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아서 나오는 자유로움이라고 하죠. 일상에서 만나는 동네에서 음악 잘하는 동생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장범준은 다른 가수들이 못 가진 일상성이 있습니다. 노래의 기준을 넓은 음역대라고 한다면 장범준은 가수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넓지 못합니다. 그러나 노래를 꼭 괴성에 가까운 고음 내지르기가 아닌 '레오나르도 코헨'처럼 분위기로 부르는 가수들이 있습니다. 그런 가수가 장범준입니다. 

감히 말하지만 낮은 음역대의 장범준을 전 가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독특한 음색과 창법 그리고 형식에서 이탈한 노래들도 많고 말하듯 노래하듯 하는 노래 전달력이 아주 좋습니다. 김광석 형님이 없는 지금 활동하는 김광석이라고 느낄 정도로 그의 노래들이 좋습니다. 

티빙에서 볼 거리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봤습니다. 다시, 벚꽃. 날도 춥고 1년 중 가장 예쁜 계절인 봄도 생각나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 '다시, 벚꽃'은 장범준 다큐입니다. 

다큐 감독은 전국민을 울렸던 MBC 다큐 '풀빵 엄마'를 연출한 유해진 감독이네요. MBC 다큐 사랑 시리즈도 연출하신 다큐로는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당시 '풀빵 엄마'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네요. 특히 제가 자주 지나가는 금천우체국 교차로 앞에서 풀빵을 팔던 모습에 지금도 가끔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노래만 좋아했지 가수 장범준을 잘 모릅니다. 왜 버스커버스커가 해체된지도 정확하게 모르고요. 슬럼프가 있었다는 건 기억하는데 요즘은 내는 앨범마다 차트 올킬할 정도로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2017년 개봉한 '다시, 벚꽃'은 장범준이 홀로서기를 한 후 만든 1집 앨범 후 2집 앨범을 만들던 2015년부터 2016년 3월까지를 담은 다큐입니다. 시작은 드론이 하늘에서 떠 있다가 장범준 가족이 운영하는 대치동에 있는 '반지하 1호'카페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장범준을 보여줍니다. 

다큐 톤은 그냥 리얼 다큐입니다. 최대한 MSG나 직접 감독과 대화하는 인터뷰 형식은 없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내레이션으로 대신했습니다. 반지하 1호 카페는 카페 이지만 장범준이 팬들과 함께 만나는 장소로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그리고 저 정도 스타면 길거리 공연이 안 어울리지 않나 하지만 노래를 하는 광경을 직접 본 장범준은 연예인 의식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팬들과 함께 노래하는 걸 즐기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그리고 장범준은 자신의 모교인 상명대학교와 주변 자취방을 들리면서 자신의 노래들이 나온 계기와 노래속 가사가 된 지역을 소개합니다. 여기서부터 이 다큐에 빠졌습니다. 영화도 그렇지만 노래도 그 가사의 배경이 된 길을 직접 보게 되면 기분이 묘해지죠. 특히 요즘 가사들은 은유 대신 직설적이기도 하고요. 고유지명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장범준의 슈퍼스타K 시즌 3 영상이 나오고 장범준의 과거 이야기도 살짝 나옵니다. 보통의 다큐라면 장범준의 과거에 집중 조명을 할 겁니다. 어머니가 힘들게 장범준 형제를 키운 과정과 장범준의 성공기 그 자체가 드라마니 까요. 그러나 잠시 소개할 뿐 길게 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더 길게 담는 건 장범준의 진심입니다. 

장범준이 바라는 음악 세계는 프로만이 가득한 음악 세계에 아마추어와 프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겁니다.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 용기를 얻고 자신을 롤 모델로 프로의 꿈을 꾸는 뮤지션들에게 손을 내미는 겁니다. 그래서 2집 준비를 하기 전에 전국을 돌면서 버스킹을 하는데 처음 대중 앞에 나서는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합니다. 그중 한 번을 제가 봤어요. 한강 반포지구에서 했던 음악 축제에서 장범준이 후배 뮤지션들과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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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아닌 가수같은 장범준의 진심을 볼 수 있는 '다시, 벚꽃'

요즘 가수들 특히 댄스 그룹들은 수년간의 철저한 트레이닝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보석을 한 5년 이상 가공해서 영롱하게 만들죠. 그런데 이 걸그룹, 보이그룹의 단점은 음색입니다. 음색은 훈련한다고 나오는 게 아닙니다. 타고나야 합니다. 장범준과 동생 장기준이 함께 나오는데 같은 집안의 형제라고 해도 음색은 다릅니다. 

이 음색을 발굴한 곳이 슈퍼스타K이고 장범준은 비록 스스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버프를 받았지만 다른 경연 승리자들과 달리 스스로 자립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후배 뮤지션을 챙기고 동료들을 챙기면서 전국 콘서트를 이어갑니다. 이 과정이 주는 재미가 아주 좋고 장범준이 그리고 있는 세상이 잘 담깁니다. 뮤지션이 꿈인 아마추어들에게 손을 내밀고 프로가 될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 또는 사다리. 장범준이라는 가수를 단지 노래만 좋아했는데 이제는 사람까지 좋아지네요. 초심을 잃지 않은 장범준. 지금도 장범준은 자신의 길을 잘 걷고 있네요. 

그리고 다큐는 장범준 2집 발표일까지 담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만든 장범준 2집 발매일에 모두 모여 반지하 1호 카페에서 술을 마시면서 음원 차트를 열어 봅니다. 

아주 재미지고 감동적인 다큐는 아닙니다. 장범준 팬들이라면 다 봤을 다큐죠. 전 그렇게 팬은 아니고 즐겨 듣는 노래일 뿐 가수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장범준이 그리는 음악 세계가 너무 좋네요. 가객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생태계까지 만드는 그 음악에 대한 진심이 찐한 마음이 기분 좋게 하고 저도 팬이 되었습니다. 장범준을 다시 알게 된 좋은 다큐 '다시, 벚꽃'입니다. 정말 현존하는 음색 깡패 중 top 3가 아닐까 할 정도로 음색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유지하는 가수입니다. 

예능보다 버스킹을 좋아하는 가객 장범준을 잘 담은 다시, 벚꽃입니다. 공원에서 누군가가 공연을 하고 있다면 그 공연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자는 장범준이 아닐까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떨어지는 벚꽃보다 밝고 맑은 음악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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