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도 바쁜 경제발전기에는 환경보다 일자리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환경을 무시하고 먹고사니즘만 보고 살다가 환경 문제를 깨닫게 죽음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수은 온도계를 만들던 원진레이온에서 수은이 가득한 공장에서 먹고 자던 17살의 문송면 군의 죽음은 세상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1988년 당시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라디오와 TV에서 매일 같이 원진레이온 이야기가 나와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원진레이온 사건 이후로 노동 환경에 대한 감시와 법이 강화됩니다. 이 시절에 학교에서는 '이따이 이따이 병'을 교과서에서 가르쳤습니다. 이따이는 일본어로 아프다라는 뜻으로 카드뮴 중독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이 병 외에도 미나마타병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미나마타병은 일본 구마모토 현의 미나마타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수은 중독증에 걸리는 전형적인 공해물질 병입니다.
많은 보도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을 보았지만 1971년 유진 스미스가 일본에서 촬영한 사진 '미나마타'는 가장 충격적인 사진 10장 중에 이 사진은 꼭 들어갑니다. 이 사진을 처음 봤을때의 충격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사지가 비틀린 아이를 엄마가 목욕을 시켜주는 이 사진은 마치 피에타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 사진은 보도사진 잡지인 라이프지에 실려서 전 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이 사진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일본의 화학 기업인 칫소를 비난했고 일본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칫소는 수은 중독 피해자와 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유진 스미스'입니다.
'유진 스미스'는 위대한 다큐 사진작가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참호 속에서 핀 아름다운 순간들을 전 세계에 보여줬고 인류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사진도 많이 남겼습니다. 위 사진은 2차 대전으로 실의에 빠진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서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조니 뎁 주연의 영화 미나마타
세계적인 다큐 사진작가인 '유진 스미스'가 촬영한 위대한 사진인 '미나마타'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된다고 해서 무척 관심이 높았습니다. 게다가 '조니 뎁'이 주연을 한다는 소리에 기대가 컸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소개가 되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티빙에 올라와 있네요.
영화 <미나마타>는 '유진 스미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는 아니고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일본 공해 피해자 가족을 담은 사진 '미나마타'가 촬영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유진 스미스'는 아주 유명한 다큐 보도 사진가로 2차세계대전과 함께 미국 시골의사를 담은 포토에세이로 세계적인 스타 사진가가 됩니다. 그러나 항상 술에 취해 있고 빚도 많고 자식들에게는 존경받지 못하는 폐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일본에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아일린(미나미 분)은 유진 스미스(조니 뎁 분)에게 일본에서 공해 물질을 마신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있다는 사실을 담은 종이봉투를 전해줍니다. 유진은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이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촉으로 라이프지 편집장을 설득해서 일본으로 향합니다. 일본에 도착한 유진은 아일린과 미나마타 만에서 사는 사람 중에 수은 중독에 의한 공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사진 촬영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이방인이 카메라를 들고 마을 곳곳을 촬영하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합니다.
이 미나마타에는 칫소라는 화학 공장이 있는데 이 화학 공장 사장은 자신들이 배출한 폐수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수은 중독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마을 사람들 60%가 칫소 공장의 근로자이고 마을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지금도 흔한 풍경이죠. 마을 사람들의 직장을 제공하는데 그 직장에서 병을 얻거나 하는 일을 다수의 근로자를 위해서 숨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 같은 선진국에 가까운 나라들이나 선진국은 단 1명의 근로자가 직업병을 얻으면 철저하게 수사하지만 한국도 몇 년 전까지는 반도체 공장에서 병을 얻어서 죽은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유진 스미스는 통역관인 아일린을 조수로 삼으며 칫소 공장 앞에서의 시위와 다양한 사진 촬영을 하지만 전 세계에 알릴정도의 강렬한 사진은 찍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역만리 일본에 왔지만 피해자들은 미국인인 유진에 비협조적이고 라이프지 편집장은 특종을 보내 달라고 닦달하고 유진은 술에 침몰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공해 병에 걸린 청년이 다가옵니다. 자신에게 가까운 것들을 모두 망친다는 절망감 속에서 유진은 점점 침몰합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강직한 포토저널리즘이 있습니다. 아일린이 미국인인 유진에게 접근할 때 미나마타 현실을 담은 사실을 전하지 않고 후지필름을 무제한 제공할테니 후지필름 색감이 좋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유진은 단 칼에 거절합니다. 이런 강직함은 그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칫소 사장이 자신의 모든 빚을 갚고 자식들에게도 보내주고도 남을 엄청난 돈으로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뇌물을 먹일 때도 나옵니다. 그 어떤 회유에도 유진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미나마타 병에 걸린 청년에게 카메라를 걸어주고 사진 촬영을 해보라고 하고 그의 손을 잡고 필름 현상 교반을 같이 합니다. 청년은 움찔하면 자신을 만져도 괜찮냐고 오히려 물어봅니다. 유진 스미스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쳐다 보죠. 일본에서는 자신을 만지는 것조차 두려워했는데 이 이방인은 아무렇지 않게 마을의 환자들을 대합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특종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던 유진은 몰레 칫소 공장에 잠입해서 이 회사가 오래전부터 자신들이 버린 폐수로 인해 사람들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몰래 침입해서 알아냅니다. 여기에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러나 취재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수 차례 최루탄이 날아오고 한 번은 기업이 고용한 사람들에 의해서 회사 안으로 끌려가서 집단 구타를 당합니다. 여기에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필름이 가득 있는 사진 현상실이 불에 탑니다. 마을 사람 중에는 칫소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과 경찰과 직원들이 이 시위대를 공격하고 유진 스미스를 공격합니다.
사진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미나마타>
영화 줄거리에서 잠시 벗어나서 영화 배우들의 이야기를 해보죠. 먼저 '조니 뎁'입니다. 80,90년대 미남 배우로 유명했고 잭 스페로우 그 자체인 '조니 뎁'은 서서히 지는 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조니 뎁' 명성에 비하면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만 흔쾌히 출연한 자체가 좀 놀랍네요. 저야 '유진 스미스'를 아주 잘 알고 존경하지만 대부분은 이 사진작가를 잘 모릅니다. 인기 소재가 아님에도 출연한 자체가 아주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빌 나이가 편집장으로 출연하고 일본의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합니다. '사나다 히로유키'와 '카세 료' 그리고 '쿠니무라 준'과 이국적인 외모의 '미나미'까지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다만 엄청난 연기를 요구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감독은 배우이자 감독인 '앤드류 레비타스'입니다. 유명한 감독도 전작들의 필모도 유명한 영화들은 없습니다. 영화 연출은 그냥 평이합니다만 셔터를 누를 때 총 소리를 넣는 연출이나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은 좋으나 그냥 평범한 연출로만 진행한 점은 좀 아쉽습니다.
좋았던 점은 '유진 스미스'의 최대의 역작인 '미나마타'라는 사진을 그냥 갑자기 찍는 것이 아닌 잠시 병에 걸린 아이를 안고 있던 이 장면을 통해서 유진이 그냥 사진 찍기 위해서 특종 잡기 위해서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방인이 아닌 이 마을 사람들과 연대하는 사진가라는 점을 인식시켜준 점은 좋네요.
제가 오해했던 부분도 있는데 영화 중간에 유진과 아일린이 갑자기 키스를 합니다. 순간! 아 안돼~~ 라고 말했네요. 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에 갑자기 로맨스인가? 했는데 두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부부가 됩니다. 70년대에 미국인 사진가와 일본인의 결혼이 흔하지 않았고 영화가 갑자기 로맨스가 들어가기에 순간 인상이 써졌는데 두 사람은 실제 부부가 되었더라고요. 영화 후반에도 나오지만 아일린은 지금도 공해로 인한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진은 많은 사진을 찍고 칫소 공장에 몰래 들어가서 사진 찍고 은폐 기록물을 찾지만 세상을 움직일 한방을 가진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든 시위 현장도 칫소 공장 폐수를 담은 사진이 아닌 어느 정도 연출이 가미된 사진입니다.
회사 용역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유진은 자신이 원하는 구도를 아일린과 함께 만들고 순간을 담기 위해서 뷰파인더가 아닌 릴리즈를 연결하고 지긋하게 바라보다가 셔터를 누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라이프지에 보냅니다. 대번에 알죠. 이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은 사진을 보면 대번에 압니다. 그렇게 라이프지에 실린 미나마타 만 사람들의 고통을 담은 사진은 전 세계에 퍼져 나가고 칫소 사장은 자신이 졌다는 걸 깨닫습니다.
영화는 실제 당시 사진과 영상물을 중간중간 삽입해서 오로지 '유진 스미스' 혼자 이루어낸 것이 아닌 마을 사람과 함께 만든 재판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사진 1장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위대한 사진 '미나마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진은 '유진 스미스'가 촬영한 위대한 사진이지만 그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유진과 마을 사람들의 공동의 결과물입니다.
다만 사진은 세상의 변화의 순간을 담거나 에너지를 폭발하게 하는 힘을 가진 도구입니다. 방점을 찍는다고 할까요? 방점의 도구로는 사진이 아주 큰 힘을 발휘합니다. 아주 뛰어난 영화는 아닙니다. 연출력이 좋거나 재미가 많은 건 아닙니다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 장의 사진이 탄생하는 과정을 잘 담은 영화로 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영화입니다.
지금도 유진 스미스의 '미나마타'는 공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아주 중요한 사진으로 많은 인류에게 환경과 공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는 위대한 사진입니다.
특히 포토 저널리스트가 되려는 분들에게 사진 저널리즘의 기본을 확실히 배울 수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티빙에 있으니 보고 싶은 분들은 찾아보세요.
별점 : ★★★
40자 평 :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사진에 관한 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