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스크린 크기요? 네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영화 볼 때의 집중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전화 오면 전화 확인하죠. 카톡 오면 카톡 보죠. 영화를 보다가 재미없으면 1.2배속으로 보죠. 그럼에도 재미없으면 스킵하면서 봅니다. 그렇게라도 보면 다행이죠. 보다가 중간에 꺼버립니다. 영화관에서도 영화 보다가 중간에 나가거나 졸거나 잠을 잘 수 있지만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이라서 재미없는 구간도 견디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편리 때문이니다. 집에서는 내가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는 제약이 꽤 많습니다. 게다가 영화관을 가고 오는 시간과 돈이 듭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을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러나 집에서 느낄 수 없는 영화에 대한 감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도 비슷합니다. 필름 사진과 디지털 사진의 가장 큰 차이는 불편함과 비용 차이입니다. 먼저 필름 사진은 필름을 사야하고 이걸 넣고 촬영하는 카메라는 후면 LCD도 없습니다. 촬영한 후 사진 확인이 안 됩니다. 게다가 이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현상을 한 후 현상한 필름을 이용해서 인화를 해야 합니다. 너무 불편하죠. 게다가 비용도 디카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쌉니다.
그래서 디카가 나오자마자 필름 카메라는 빠른 속도로 사라졌습니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 경험하는 저로서는 필름 카메라가 좋은 점은 딱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색감으로 필름만의 색감이 있습니다. 후지필름과 코닥필름 색감이 살짝 달랐죠. 또 하나는 인화 문화입니다.
디카는 인화 대신 출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메일로 카톡으로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면 끝입니다. 대부분이 조막한한 디스플레이로 보고 그나마 크게 본다고 해도 모니터로 보는 정도입니다. 가끔 중요하거나 액자에 넣을 사진은 출력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출력을 하지 않고 모니터로만 소비합니다.
물리적 크기가 있는 사진이 주는 효용
출력된 사진이나 인화된 사진은 디지털 사진과 달리 물리적인 크기가 있습니다. 이 물리적 크기가 있다는 건 딜리트 키로 삭제할 수 없습니다. 만들기도 어렵지만 쉽게 파괴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돈이 들어간 사진이라서 쉽게 없애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출력한 사진이나 인화한 사진은 생명력이 깁니다. 10년 전 디카로 촬영한 사진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요? HDD가 고장 나서 PC를 교체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진 사진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첫 디카로 촬영한 사진이 지금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DSLR 구입 후 촬영한 사진은 2중 백업을 해 놓았습니다.
또한, 디카로 촬영한 사진 중 중요한 사진 좋은 사진만 골라서 인화하기에 사진의 품질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출력한 사진을 사진 액자에 넣어서 선물로 줄 수도 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큰 기쁨을 느끼게 하는 선물 중에 하나가 나를 촬영한 사진을 담은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물리적 크기가 있는 출력 인화한 사진은 생명력이 참 깁니다.
편리하지만 대신 유일무이함이 매력적인 필름카메라 폴라로이드
필름 카메라는 필름, 현상, 인화의 불편함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디카 시대에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필름 카메라가 필름과 인화지가 결합된 즉석 인화 카메라입니다. 보통 폴라로이드라고 하는데 요즘은 후지필름의 인스탁스가 가장 대표적인 즉석 인화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필름 자체가 인화지라서 촬영한 사진을 바로 인화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즉석 인화 카메라의 장점은 디지털카메라처럼 촬영한 사진을 바로 볼 수 있고 또 하나의 장점은 그 사진이 유일무이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게 단점일 수 있지만 사진의 가치로만 보면 무한 복제가 불가능하기에 사진의 가치는 더 올라갑니다.
필름 카메라 끝물 시절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 열풍
디카가 세상에 나온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대중화된 것은 제 기억으로는 2003년 이후로 기억됩니다. 2003년을 디카 대중화라고 말한 이유는 신혼부부의 필수품이자 신혼 선물로 인기 높은 보급형 DSLR의 대명사인 캐논 300D가 2003년에 나왔습니다. 이전에도 콤팩트 디카들이 있었지만 대중화된 것은 2003년이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는 2002년 지나서 디카에 밀려서 서서히 사라집니다. 이 필름 카메라 끝물 시절 바로 전에 유행했던 것이 스티커 사진입니다. 스티커 사진은 3분 증명사진을 변형한 즉석 사진 자판기로 여러장을 촬영한 후 바로 출력을 해줍니다. 그냥 일반 인화지가 아닌 스티커로 된 인화지라서 다이어리나 냉장고 노트 등 곳곳에 붙일 수 있어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스티커 사진 숍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 참 많이 했었습니다.
방 정리를 하다가 1998년 다이어리를 발견했는데 그 다이어리 위에 스피커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 사진 보면서 옛 생각이 들더라고요. 추억의 마중물 중에 가장 강력한 마중물은 사진인데 추억을 길어올리는데는 사진 크기나 화질이 상관없더라고요.
스티커 사진을 찍은 후에 사진을 잘라서 서로가 나눠가졌던 추억도 생각나네요. 나눠 같는다. 이 행위가 참 좋았습니다. 마치 당시 함께 한 그 시간을 박제한 후에 서로가 시간을 나눠가지는 느낌이 드니까요.
다시 늘기 시작한 스티커 사진숍들
오랜만에 안양1번가를 가봤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보다 상권이 엄청나게 큰 곳으로 최신 유행을 미리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안양일번가에 가보니 유난히 스티커사진숍들이 많이 보이네요. 유심히 살펴보니 90년대 말 스티커 사진들보다 화질이나 인화 품질이 월등히 더 좋습니다. 크기도 다양합니다. 아무래도 카메라와 출력 기술이 좋아져서 더 품질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동일한 점은 스티커 사진이라서 어디든 붙일 수 있습니다.
여기는 패션 가발과 각종 촬영용 아이템들이 있네요. 요즘 이런 곳 많아졌죠. 무인 운영하는 곳도 있네요.
여기는 배경에 좀더 집중한 셀프 스티커사진샵으로 보이네요. 검색을 해보니 여기도 각종 사진 촬영 소품들이 있고 텍스트가 적힌 손팻말도 있는데 이걸 들고 촬영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DSLR이 달려 있고 혼자 촬영해도 되고 친구랑 둘이서 단체 사진도 가능하네요. 중요한 건 스티커 사진으로 출력을 해줍니다.
사진 깐부 시절을 모르는 10,20대들
디카 시대에 왜 이런 아날로그 감성의 스티커 사진숍들이 다시 생길까 생각해보니 10,20대들은 태어나서 만난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였습니다. 현상, 인화 과정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사진은 모니터로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스티커 사진숍은 물리적 크기의 사진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친구와 함께 찍고 서로 사진을 나눠가질 수 있죠.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사진 촬영 할 때 재미있었고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서 친구들하고 나눠줄 때 재미있었습니다. 사진을 나눠갖는 재미와 즐거움과 좋은 장점을 10,20대들은 잘 모를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나눠가진 사진은 평생을 간직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많아진 스티커 사진숍들을 보면서 사진을 공유하는 게 아닌 간직하는 것이라는 걸 아는 10,20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을 같이 찍고 나눠 가지는 사진 깐부들이 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