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강렬한 감정은 사랑이죠. 누구도 부인할 수 없어요. 몸이 불에 타고 있어도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면 견딜 수 있어요. 어떤 감정도 사랑을 대신할 수 없어요. 사랑을 경험해 보면 알 수 있죠. 그런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사랑에게 버림받는 그 감정은 지옥 그 자체예요. 처음에는 당혹스럽죠. 왜? 왜 그러지 뭔데. 이유가 뭐지? 그러다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자학을 합니다.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게 되니 그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자기한테 향합니다. 감정에 지쳐 쓰러져 울다가 서서히 사랑에 대한 굳은살이 생기게 되고 점점 무덤덤하게 됩니다.
영상자료원에서 보내온 러브레터
나에게 있어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는 영상자료원이에요. 영상자료원은 내가 놓친 영화 좋은 영화를 자주 많이 소개해요. 특히 양질의 영화를 잘 소개하죠. 대중성 보다는 작품성 또는 다양성이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죠. 영상자료원에서 4개의 독립영화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12일 일요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kmdb.or.kr/vod/plan/1115
에서 회원 가입 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겨울은 겨울'이 눈에 들어와서 봤습니다. 20분짜리 단편영화입니다. 감독은 신가연 감독님이시네요.
2017년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는 등 상도 꽤 받았네요. 내용은 정말 간단합니다.
가희는 남자친구와 3주년을 맞아서 꽃과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잔뜩 꾸미고 3주년을 기념하려고 하지만 남자 친구는 피곤한지 약속을 자꾸 미룹니다. 어제 알바가 늦게 끝나서 피곤한가 봅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좀 기다리려고 하는데 엄마를 좋아하는 중년의 아저씨인 중원을 만납니다. 중원은 엄마와 연락이 안 된다면서 엄마에게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가희는 그런 중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엄마가 운영하는 미장원까지 데려다 주지만 엄마는 미장원을 걸어잠그고 강원도로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중원은 안절부절못합니다. 가희는 이 중원이라는 아저씨와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그 중원의 모습이 점점 자신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남자 친구인 점점 자신을 피하는 모습이 진해질수록 가희는 엄마의 남자 친구였던 중원에게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서서히 동질감이 느껴진 가희는 중원이 용달하다가 얻게 된 선풍기를 받아 들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자신도 갑작스럽게 맞게된 이별을 느끼게 됩니다. 중원의 괴로움을 가희도 느끼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자체는 엄청나게 좋거나 뛰어나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누구나 겪어볼 수 있고 겪어본 이별의 고통을 차분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잘 담고 있습니다. 영화가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담아야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정말 순간적인 감정에서 발화된 짧은 이야기도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하죠.
2개의 겨울이 중첩되면서 느껴지는 순간순간이 좋았던 영화입니다. 상처 받은 짐승의 상처를 다른 상처 받은 짐승이 이해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영화를 다 보고 배우가 참 궁금했습니다. 이 여자 배우 누구지? 검색을 해보니 박수연이라는 배우네요. 영화 벌새에도 나왔네요. 필모그래피를 열어보니 주르륵 열립니다.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에 많이 출연했네요.
2019년 영화 <앵커> 주연 배우로 필모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네요. 올해 여름에는 <식물카페, 온정>에도 나왔네요. 조만간 이 영화는 봐야겠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줄거리도 좋고 딱 제 스타일이라서 좋네요.
그리고 해외에 소개되어서 역주행을 한 스텔라장의 컬러의 뮤직비디오에도 나왔어요.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배우도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 박수연 배우를 유심히 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스텔라 장은 노래 장인이에요. 정말 재능이 넘치네요. 길다고 오래 기억되고 짧다고 짧게 기억되는 게 아닙니다. 원래 이 글 쓰기 전에 2시간짜리 장편 영화 리뷰 쓰려는데 호기심에 봤다가 단편 영화 리뷰를 먼저 남기네요. 별 이야기는 아니지만 '겨울의 겨울'은 별 이야기가 아니라서 오래 기억될 것 같네요. 바로 제 오래된 기억을 깨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