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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가을빛이 가득했던 성균관 명륜당 은행나무들

by 썬도그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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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이 다 가고 있네요. 단풍 다 지나가면 가을 다 지나갔다고 봐야죠. 그나마 올해는 예년보다 단풍이 1~2주 늦게 물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단풍 구경하기 좋은 곳들은 많습니다.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 같은 고궁이 있고 남산 둘레길도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나무 단풍을 보고 싶으면 성균관 명륜당을 추천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인 11월 11일에 성균관 명륜당을 찾아가 봤습니다. 가까운 전철역은 4호선 혜화역입니다. 여기는 이제 막 은행나무들이 단풍이 들고 있네요. 

대학로 근처에 있는 성균관대학교 명륜당을 알게 된 건 작년입니다. 촬영 명소로 수많은 카메라 매뉴얼 책에서 추천 출사지로 추천하던 곳인데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거대한 은행나무가 생각나서 다시 찾았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거대한 은행나무들이 가득하네요. 입구에 있는 저 나무들은 성균관 명륜당 뒤에 있는 대성전 마당에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입니다. 

임진왜란 때 불탄 성균관 전각을 다시 세우면서 심은 은행나무들로 추측되며 수령은 대략 400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대한 은행나무가 총 4그루가 있는데 각각 단풍 드는 시기가 조금 다르네요. 나무들이 비슷하게 단풍이 들지만 유난히 먼저 들고 유난히 늦게 드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옆에 있는 나무는 잎이 많이 떨어졌네요. 11월 초에 왔어야 했나봐요. 대학로 은행나무 보면 지금이 절정인데 여기는 이미 가을을 먼저 맞았네요. 

그러나 4 그루 중에 1 그루는 이제 막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옥 전각과 노란 은행나무를 오랫동안 눈으로 마셨습니다. 가끔은 말 없는 것들이 더 큰 위로가 되고 큰 도움이 됩니다. 

성균관 명륜당은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지금으로 치면 서울대학교 같은 곳입니다. 명륜당 뒤에는 성균관 대학교가 있습니다. 비대면에서 서서히 대면 수업이 늘어가고 있는지 대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네요. 성균관 단풍은 은행나무가 메인이지만 이 성균관대학교 가는 길에는 오색 단풍나무가 많네요. 

성균관 명륜당에 입장했습니다. 동절기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절기는 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입장료는 없습니다. 

성균관 명륜당은 큰 행사를 하는 야외 강당 같은 곳입니다. 야외 수업을 하거나 행사를 할 때 이 공간을 활용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대학교 운동장 같은 곳이죠. 유교라는 종교는 겉치레를 무척 꺼려해서 화려함이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꽃나무도 궁궐이 심지 않을 정도로 수수했죠. 그래서 조선의 왕들을 보면 과식은 해도 허례허식을 한 왕들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민비 같은 외척 세력들이 세력 과시를 하긴 했지만요. 

지금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네요. 전각들도 사람이 이용해야지 덜 녹슬지 접근 금지만 시키면 폐가처럼 변합니다. 

거대한 은행나무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은행나무는 전주 향교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나무보다 더 큽니다. 왼쪽 나무는 천연기념물 59호입니다. 

수령은 400년 정도입니다. 금천구 시흥동에는 은행나무 사거리로 수령이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만 은행나무가 많이 부러져서 지금은 시멘트 나무로 변했지만 여기는 여전히 웅장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네요. 가로수로 유명한 플라타너스가 수령이 40년인 것에 비하면 엄청 오래사는 나무입니다. 

같은 나무라도 햇빛을 머금으면 이렇게 더 빛이 납니다. 날씨가 해가 구름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날씨라서 단풍 촬영하려고 햇빛을 좀 기다려줘야했네요. 

사진 명소라서 은행잎 커튼 아래에서 노랗게 물든 세상을 배경으로 사진 참 많이 담고 있네요. 

단풍 같은 식물 잎을 담을 때는 역광이 가장 좋아요. 그래야 가장 사진이 빛이 가득하거든요. 다만 역광 상태라서 인물을 그 앞에 세우면 인물 얼굴이 역광이라서 검게 나올 수 있으니 풍경 사진으로만 활용하거나 아니면 플래시를 강제 발광하거나 HDR 사진 모드로 찍으면 그나마 낫습니다. 

위 사진들은 순광, 사광, 역광(가장 아래 사진)인데 역광 사진이 가장 은행잎이 밝아 보입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는 곳이 있습니다. 명륜당 앞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기입니다. 왼쪽 전각은 공자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으로 저 위에 올라서 사진을 찍으면 돌담과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편에는 줄을 안 서네요. 여기도 은행나무 배경 가능한데요. 

내가 좋은 장소에 왔다는 걸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유명해서 찍는 것도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이 카메라를 들게 하죠. 

성균관 명륜당 앞 은행나무는 이미 은행잎이 많이 떨어져서 좀 실망스러웠어요. 좀 더 일찍 올걸 집 앞에 있는 은행나무 관찰하면서 이제 절정이겠다고 예상했다가 좀 늦게 왔네요. 다른 블로거 분들의 글을 보면서도 체크했는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촬영하고 바로 당일날 포스팅하지 않고 2~3일 후에 한다는 걸 깜박했네요. 그럼에도 명륜당 뒤 대성전 앞마당에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 2 그루가 여전히 은행잎을 많이 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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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 한 그루씩 있는데 둘레가 어마어마하게 두껍고 가지고 많고 높이도 높습니다. 

두 거대한 은행나무가 대성전 앞마당 전체를 빛으로 잎으로 노랗게 만들었습니다. 이 거대한 은행나무들은 서울특별시의 기념물 제37호입니다. 2014년에 지정되었으니 얼마 안 되었네요. 

주변에 다른 전각들도 좀 있는데 크게 볼만한 전각들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대학 시설이었던 것이라서 화려한 전각은 없습니다. 사무 보고 근무하는 건물들은 단청도 없습니다. 행사하고 손님 모시는 공간들만 단청이 화려하죠. 이걸 보더라도 유교가 얼마나 검소한 종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스치듯 지나가네요. 항상 좋은 건 빠르게 지나가요. 아마도 물리적 시간은 동일해도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시간이 짧은 것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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