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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전쟁을 통한 우리들의 위선을 고발한 영화 말레나

by 썬도그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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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영화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2000년 연출한 영화 <말레나>는 안 봤습니다. 볼까 하다가 내용이 영 이상해서 안 봤습니다. 

온 마을 남자들의 눈길을 받는 여자의 이야기가 딱히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여자 배우가 엄청난 미인이라는 겁니다. 개봉 당시는 이 배우가 누군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이탈리아 배우 중에 유명한 배우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배우는 거의 없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배우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바로 '모니카 벨루치'입니다. 

2003년 개봉한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 등장 장면에서 헙~~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미모를 뽐냈던 배우입니다. 이 배우가 영화 <말레나>의 주연 배우인지도 꽤 시간이 지난 후 알았네요. 지금은 뱅상 카셀과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고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부부는 2013년에 이혼을 헀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7월에 <멜레나>를 새롭게 등록되었습니다.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뒤적거리다 개봉당시 보지 못했지만 보고 싶었던 영화 <멜레나>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초반에는 3류 영화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의 마음이 되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지네요. 좋은 영화들이 영화 속 주인공 감정을 관객이 그대로 가져가는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 <말레나>가 그랬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수근거리게 하는 미모를 가진 말레나

영화의 배경은 2차대전이 발발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입니다.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시칠리아 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참 자주 만듭니다. 말레나(모니타 벨루치 분)는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떠난 군인을 남편으로 둔 유부녀입니다. 동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소문나서 온 동네 남자들은 말레나가 나타나면 그 미모에 눈이 저절로 돌아갑니다. 

반면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말레나를 무척 싫어합니다. 이 말레나의 미모에 반한 사춘기 소년이 '레나토(주세페 술파로 분)입니다. 반바지를 입고 있는 10대 소년인 레나토의 꿈은 어서 빨리 자라서 긴 바지를 입고 말레나의 남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사춘기 소년의 사랑에 대한 열병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말레나는 남편 없이 혼자 살아야 하기에 직장을 구해야 하지만 누구도 말레나를 고용하지 않습니다. 아내의 눈치가 보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말레나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다만 눈요기 거리로 소모할 뿐입니다. 이런 말레나를 지탱하게 하는 건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 덕분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지만 아버지가 받아오는 월급으로 굶지는 않았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동네 마을 사람들의 못남과 못됌이 영화 가득 담깁니다. 몸매 감상이나 하고 어떻게 같이 자보려는 욕망만 가득하고 말레나의 안위를 보살피고 살펴보려는 마음이 한 줌도 없습니다. 말레나는 이미 만인의 연인이 아닌 만인의 욕망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집단 린치에 가까운 시선 폭력과 집단 따돌림 속에서도 말레나는 오늘도 직업을 찾으러 돌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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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토의 사랑의 열병은 점점 심해집니다. 열병은 도를 넘어서 말레나의 집의 구멍을 통해서 사생활까지 염탐합니다. 그렇게 레나토는 말레나의 사생활까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됩니다. 물론 동네 호사가들의 입에는 말레나에 대한 소문이 실시간으로 펴질 정도로 말레나에 관한 각종 소문과 사실이 섞여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뒤에서 수군거릴 뿐 대놓고 말은 못합니다. 하지만 한 용기 있는 사람이 밀레나 아버지에게 당신 딸이 동네 남자들 아무 하고나 자고 다닌다는 편지를 보냅니다. 아버지는 충격을 받고 말레나와의 가족의 연을 끊어 버립니다. 

말레나는 졸지에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게다가 불륜 소송까지 걸려서 재판까지 받아야 합니다. 재판에서 이겼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수군거리기만 하는 동네 사람들은 말레나의 미모에 눈길을 향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습니다. 

결국 말레나는 살기 위해서 동네 사람들과 잠자리를 함을 넘어서 독일군과도 잠자리를 하는 몸 파는 여자가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레나토가 지켜봅니다. 

말레나를 보면서 떠오른 흑백 사진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독일군 점령 시기에 독일군에게 협력한 사람들을 혹독한 엄벌을 내렸습니다. 한국은 친일파 색출 처벌 척결을 오히려 대통령이 방해를 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이었던 프랑스는 철저하게 색출해서 처벌을 했습니다. 여자들은 위 사진처럼 머리를 자르고 조리돌림을 했습니다. 따라다니면서 여자들이 웃고 있고 비난을 합니다. 정의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말레나를 보면서 저 여자분이 떠올랐습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입니다. 저 아이는 무슨 죄겠습니까. 또한 저 여자가 비록 독일군에게 협조를 했다고 해도 그게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우리가 비난만 할 수 있을까요? 

말레나가 그랬습니다. 말레나는 독일군이 들어오기 전부터 동네 왕따였습니다. 몸만 쳐다보고 잘 생각만 할 뿐 취직을 모두 거부합니다. 마을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못된 사람들입니다. 물론 시샘도 있겠죠. 동네 남자들 다 홀릴 정도로 예쁘니까 괜히 말레나와 엮여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겠죠. 그런 강력한 배척이 말레나를 말려 죽이게 되고 결국 말레나는 남편의 전사 소식과 함께 아버지의 죽음으로 살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합니다. 

담배를 무니 남자들이 알아서 불을 붙이려고 다가옵니다. 말레나는 전쟁토에 먹고 살기 위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몸을 팔게 됩니다. 이 모든 걸 레나토가 지켜봅니다. 그러다 미군이 시칠리아를 해방시켜면서 말레나는 호텔방에서 머리채를 잡혀서 동네 여자들에게 머리가 잘리고 동네에서 쫓겨납니다. 

먹고살기 위한다고 해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말레나를 단 1명이라도 따뜻하게 보살펴 줬다면 정말 마음을 다해서 대해주었다면 말레나가 저렇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전체주의를 말레나를 통해서 비판한 영화 말레나

반바지를 입고 다니던 소년 레나토는 말레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머리를 잘리고 마을을 떠나는 말레나를 지켜보던 레나토는 여전히 말레나를 지켜볼 뿐 도와주거나 위로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보면서 레나토가 인간 CCTV인가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 모습이 답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레나토를 통해서 우리가 한 사람에게 어떤 폭력을 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미군의 폭격과 전쟁 중이지만 전쟁 피해는 오로지 말레나에게만 발생합니다. 전쟁터에서 전사한 남편을 두었다면 마을 사람들이 더 보듬어주고 아껴줘야 하지만 남편 없는 여자라고 거리두기를 하고 욕을 하거나 이용해 먹으려고 합니다. 

전쟁 피해자인 말레나를 부끄럽게 여기고 마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안의 악마성을 보여줍니다. 성관련 범죄를 당하면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는 세상과 비슷하죠. 영화는 후반부터 큰 변화가 생깁니다. 

죽은 줄 알았던 말레나의 남편이 팔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말레나가 독일군과 붙어 먹다가 마을에서 쫓겨났다는 말을 들어서 상심해하던 남편에게 레나토가 창문 틈으로 편지를 전해줍니다. 그 편지에는 말레나가 향한 도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1년 후에 말레나와 남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 보던 사람들은 말레나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걷어 들이고 손을 내밉니다. 화해의 악수 같은 인사말을 건넵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말레나가 이 악수를 거부하면 똑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말레나는 안녕하세요로 과거에 대한 복수나 분노를 접고 온화한 미소를 보여줍니다. 이 따뜻한 인사말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한 행동을 반성함과 동시에 말레나는 동네 주민으로 받아들입니다. 

집으로 향하던 말레나가 과일을 흘리자 자전거를 타고가서 주워주던 레나토는 말레나에게 행복을 빌어줍니다. 
말레나의 몸에만 반응하던 반바지 입던 10대 소년이 말레나의 몸이 아닌 말레나의 삶과 인생과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긴바지 어른이 된 모습이 무척 뭉클하네요.  한 소년의 성장기라면 성장기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부끄러운 우리들의 전체주의 성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유튜버 소련여자 채널에서 한 한국 거주 인도인이 한국에서 안 좋았던 기억을 물으니 
버스에서 한 술 취한 아저씨가 "너 어디서 왔어? 여기 왜 왔어?"라는 말을 하는데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말리지 않아서 실망하고 속상했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아이들이 개미를 돋보기로 태우면서 낄낄 거리는 모습을 초반에 보여주는데 이 장면은 무척 중요한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동물이나 곤충을 잡아서 괴롭히는 모습에 어른들이 그건 못된 짓이라고 해야 아이들이 그 행동을 멈춥니다. 아이들은 사고 능력이 떨어져서 뭐가 옳고 그런지 모릅니다. 그래서 교육과 어른들이 지나가면서 그런 행동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해줘야 합니다. 

말레나가 사는 사람들은 돋보기로 개미를 태우던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솔리니가 만든 파시즘 같던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이 다시 어른의 얼굴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말리나의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마디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평생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살아갈 겁니다. 그런 마음 가짐은 제2의 말레나가 나오지 않게 않게 할 겁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아름다운 1분이네요. 영화 <말레나>는 아주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지만 마지막 1분은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여전히 사랑받고 입에 오르내리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빈타에 허덕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만루 홈런을 친 느낌이네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이 영화의 아름다움에 도움을 줍니다.

별점 : ★★★☆
40자 평 :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어른다운 태도로 어른으로 만든 말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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