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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라티노의 한을 담은 라틴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추천영화

by 썬도그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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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발신제한>을 보려다가 현대의 GV80이 주인공이라는 소리에 주저하다가 '문화가 있는 날'인데 뭐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급하게 검색해서 결정한 영화가 바로 <인 더 하이츠>입니다. 이 영화는 4시간 전까지만 해도 존재 자체를 몰랐던 영화입니다. 

이에 급하게 로튼토마토 지수를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평론가 지수, 관객 지수 모두 90%가 넘습니다. 이렇게 둘다 90%가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좋은 영화이기에 평론가, 관객 양쪽에서 따봉을 받았을까요?

영화관 앞에 있는 팜플렛을 보면서 처음으로 영화 스틸컷을 봤는데 남녀 2쌍이 신나는 라틴댄스를 추고 있는 모습이네요. 얼굴을 보니 4명 모두 처음 보는 배우들입니다. 로튼토마토 지수만 믿고 골랐는데 배우들을 전혀 모르니 기대치가 많이 떨어지네요. 

그러나 이런 기우는 시간이 지난수록 사라지고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고 웅장해진 가슴을 다독이느라 1분 정도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왔습니다. 

라티노들의 서러움과 사랑과 공동체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영화의 배경은 뉴욕 맨하튼의 북서쪽에 있는 라틴계 미국인들이 많이 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지만 이민자의 이전 국적에 따라서 차별과 장벽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계, 흑인, 라탄계 미국인들은 백인들에 비해서 성공의 사다리를 탈 기회도 적고 백인 중심 사회의 장벽에 좌절을 수시로 합니다. 

흑인 대통령인 오마바 전 대통령 시절 흑인 인권 관련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차별당하고 업신여기는 부류는 흑인만이 아닙니다. 점점 인구가 늘고 있는 라티노들과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많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대놓고 차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엄연히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가 미국입니다. 

라틴계 미국인들이 모여사는 워싱턴 하이츠에서 꿈을 향해 달리는 4명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우스나비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오다가 미국 군함인 US. NAVY를 본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동네 친구인 바네사를 짝사랑하는 숙맥입니다. 바네사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데 자신을 보증해줄 사람이 없어서 옷 가게를 임대하지 못합니다. 

니나는 하이츠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수재이자 동네의 자랑으로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명문대학교에 진학했다가 인종차별을 겪고 자퇴를 결심한후 고향인 하이츠로 돌아옵니다. 베니는 니나 아버지가 운영하는 택시 회사 직원으로 사장 딸인 니나를 짝사랑합니다. 

우스나비, 바네사, 니나, 베니 이 4명과 함께 하이츠에 사는 다양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의 꿈을 놀랍고 아름다운 군무와 다양한 리듬과 스타일의 노래로 담은 영화가 <인 더 하이츠>입니다.

영화 <인 더 하이츠>는 대사 전체가 노래인 송쓰루 뮤지컬은 아니지만 약 80% 이상의 대사가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초기에는 노래들의 리듬감에 심장도 동조했지만 계속 비슷한 리듬과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스토리와 아는 배우가 1명도 없어서 점점 졸림이 밀려왔습니다. 

화려하고 신나지만 내 마음을 붙일 공감대가 없어서 그냥 2시간짜리 뮤직비디오인가? 했는데 중반부터 마음을 놓을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 공감대란 서러움입니다. 미국에서 라틴계 미국인들이 사는 서러움과 혹독함을 여러 인물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동네의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가 1940년대 뉴욕에 도착해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받은 서러움과 고통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로 할머니가 엄마를 찾는 모습 속에서 라틴계 미국인들의 억압과 멸시는 대를 이어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법 이민자들은 대학 진학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런 부당함을 피하려고만 했던 세월을 지나 당당히 맛서겠다는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영화에 힘이 생깁니다. 

영화 <인 더 하이츠>는 4명의 청년들의 사랑과 성공에 대한 욕망과 함께 라틴계 미국인들이 받는 서러움과 현실이라는 2개의 주제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의 속도를 올립니다. 

전혀 모르던 4명의 배우 그러나 알고 싶어지는 4명의 주연

<인 더 하이츠>는 뮤지컬이 원작입니다. 국내에서도 공연을 한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영화입니다. 흥미롭게도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가 영화의 주연까지 하고 있네요. 먼저 우스나비의 '안토니 라모스'는 몇몇 영화에 나오긴 했지만 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답게 노래 아주 아주 잘합니다. 

동네 수재인 니나 로사리오를 연기한 '레슬리 그레이스'는 유명한 가수입니다. R&B 스타일의 팝 가수로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습니다. 미인 역인 바네사를 연기한 멜리사 바레사는 뉴욕대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가수 겸 배우로 이 영화에서 카메라를 수시로 잡아먹습니다. 남미 미인들이 이목구비가 진해서 미인들이 많은데 멕시코 출신 '멜리사 바레사'를 보면 한눈에 반할 정도로 뛰어난 외모와 노래, 춤 실력을 보여줍니다. 

니나를 짝사랑하는 베니를 연기한 '코리 호킨스'는 4명 중 그나마 어디서 많이 본 배우였습니다. 
필모를 보니 넷플 영화 '6언더그라운드'에서 봤던 배우네요. 이 배우가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를 줄 몰랐네요. 4명의 배우들은 뮤지컬 배우 출신이거나 가수입니다. 이외에도 주변 캐릭터들의 노래 실력도 대단합니다. 할머니가 갑자기 엄청난 가창력을 선보일 때는 와~~~ 이 영화 뭐야 다 노래 잘해!라고 감탄하네요. 

라라랜드와 결이 다른 <인 더 하이츠>

내 마음 속 최고의 뮤지컬 영화는 <라라랜드>입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이전에 봤던 것과 비교하면서 보죠. 그래서 그런지 초기 군무를 보면서 <라라랜드>와 수시로 비교하면서 보게 됩니다. 초반은 <라라랜드>의 스토리텔링과 연출, 카메라 워킹, 아이디어 등등 모든 것이 <라라랜드>보다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두 영화를 비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전혀 결이 다른 영화라는 것을 느끼면서 <라라랜드>는 놓아줬습니다. <라라랜드>는 사랑과 성공이 주제이고 <인 더 하이츠>도 비슷하지만 <인 더 하이츠>는 워싱턴 하이츠라는 공간이 핵심입니다. 공동체의 삶, 공동체의 포근함과 반목 속에서도 하나가 되는 동네가 가진 힘을 잔뜩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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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D-3 정전이라는 식으로 정전을 거대한 사건처럼 다룹니다. 정전이 무슨 대단한 일이 될 수 있나 했는데 긴 정전이 라티노들이 뭉치는 계기가 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전기 없던 도미니카에서도 이렇게 우울하게 지내지 않았다면서 중미 국가들이 각자의 국기를 들고 춤사위를 펼치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우리가 동남아시아라고 뭉뚱그려서 보듯 중미 지역도 각자의 나라의 이름이 있고 특징이 살짝 다른데 그냥 우리는 라티노라고 하죠. 그렇다고 영화가 각 나라의 특징을 드러내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그릇에 녹아들고 내 고향 같은 나라를 함께 변화시키고 이끄는 모습이 아주 좋습니다. 

다양한 뮤지컬 노래와 군무의 향연 <인 더 하이츠>

<인 더 하이츠>가 독특한 점은 꽤 있습니다. 먼저 4명의 주인공의 노래 스타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우스나비는 힙합을 담고 있고 베니는 레게와 펑키, 니나는 팝과 R&B 노래를 부르고 바네사는 블루 아이드 소울을 부르는데 이 4명의 캐릭터들의 노래 밑으로 라틴리듬이 잔잔바리로 깔립니다. 이는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 사는 우리지만 라티노라는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중남미 사람들은 항상 즐겁습니다. 그들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항상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리듬이 있죠. 영화 <인 더 하이츠>는 시종일관 라틴 리듬이 들리다 보니 우울함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심지어 스탠퍼드 대학 자퇴를 결심한 니나도 딱히 노래가 구슬프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노래를 기점으로 단 음악들만 있던 영화는 짠 음악이 스며들면서 단짠의 풍미가 생깁니다. 

여기에 영화는 CG와 환상적인 장면을 활용해서 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축복합니다. 특히 뉴욕 건물의 외벽을 무대 삼아서 니나와 베니의 춤 사위는 놀랍고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뮤지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 빼고 모두에게 추천하는 '인 더 하이츠'

이상하게 어린 시절에는 뮤지컬 영화들이 너무 싫었습니다. 주말의 명화를 보다가 배우들이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 채널을 돌리거나 그냥 잤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면 순댓국을 자연스럽게 먹듯이 뮤지컬 영화들도 쉽게 보고 거부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영화 문법 때문이겠죠. 

그렇게 몇 편의 명작 뮤지컬 영화를 보고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다 보면 뮤지컬이 참 재미있는 장르이고 사랑스러운 장르임을 알 게 됩니다. 특히 <인 더 하이츠>는 시종일관 소울이나 R&B 소몰이 창법과 고성을 넘어 괴성 지르기 식의 천편일률적인 노래들이 아닌 힙합, 레게, 삼바, 펑키 등등의 다양한 장르를 잘 믹스해서 다채로운 음악과 화려한 집단 군무가 일품입니다. 특히 수영장에서의 집단 군무는 그 화려함의 최고 절정입니다. 

그럼에도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 이야기가 가득한 달달한 뮤지컬 영화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는 배우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턱이고 이걸 넘지 못하면 영화가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고 저 또한 초반은 아는 배우가 없다 보니 지루해했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변주와 의미심장한 주제들이 나오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이야기가 섞이면서 화려한 폭죽이 됩니다. 

영화 마지막 군무에서 주인공을 담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다 보고 난 후에는 입에 박사사탕을 문 느낌이네요. 뮤지컬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을 빼고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대박이 나서 워싱턴 하이츠가 관광명소화 될 조짐이 보이자 임대료가 올를까봐 걱정이라고 소리도 들리네요. 영화 촬영 장소가 실제 하이츠 지역에서 촬영했는데 영화가 본의 아니게 지역을 흔들어 놓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 정도로 영화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템업 시리즈를 만든 존 추 감독의 연출력도 무척 좋네요. 추천하는 영화 <인 더 하이츠>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작은 소망들이 모여서 화려한 라틴 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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