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내려다보면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콘크리트 냄새 자욱한 서울이지만 이 서울도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답게 보입니다. 특히 고층빌딩의 불빛이 가득 피는 밤에는 더더욱 아름답습니다. 서울 그 자체는 예쁜 도시는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서울 속의 서울인 종로 일대 빌딩 숲은 낮이나 밤이나 참 보기 좋습니다. 이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인왕산 둘레길입니다. 종로 사직단 뒤쪽 길이나 부암동 초입으로 들어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는 청와대 뒷동네인 부암동 입구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입니다. 부암동 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죠.
창의문도 근처에 있는데 청와대 뒤쪽 북악산 등산로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행사를 했나 보네요. 서울시의 중고등학생들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이용해서 시화전을 하고 있네요. 요즘 아이들 손재주들이 엄청 좋네요.
윤동주 문학관을 끼고 인왕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여기는 여러번 왔다 갔다 했는데 중간에 아무것도 없고 경찰 초소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초소가 멋진 문화 공간이자 책방이자 카페로 변신했다기에 찾아가 봤습니다.
SNS 이웃에서 처음 보고 우와! 이런 곳이 인왕산로 있었나 했는데 알아보니 이름이 초소 책방이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경찰 초소 자리에 세워진 것을요. 정식 명칭은 ‘인왕산 초소책방 _더숲 II‘이지만 이름이 길어서 '더숲 초소책방' 또는 '초소책방'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인왕산 초소책방 _더숲II‘에서 알 수 있듯이 더숲은 1이 노원구에 있고 2가 여기 종로구에 있네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기에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보면 북카페 느낌이 들어요.
산 중턱에 세워진 공간답게 바위산인 인왕산의 숲속 풍경을 그대로 이용했네요. 한옥의 차경처럼 외부 풍경을 그냥 아웃테리어로 이용했네요. 야외 공간에 벌써 반해버렸습니다. 야생화들이 가득 펴서 꽃 병풍을 만들고 있네요.
2020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받았네요. 여기는 이름이 '인왕산 초소책방'이네요. 그렇다면 여기는 개인이 아닌 종로구에서 만든 공간인가요? 여기에 있던 초소가 별 역할을 못하는 초소가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습격이 있었고 그걸 감시하기 위한 초소입니다. 이 밑에 청와대가 있거든요. 그러나 요즘 초소 대신 감시장비가 발달하고 사람보다 감시장비가 휴먼 에러도 없어서 더 많이 사용하는 느낌입니다. 감시 장비로 퉁쳐서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기존 초소 벽은 남겨 놓았네요. 여기에 초소가 있었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을거에요.
초소책방을 둘러보니 야외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예술이네요. 저 거대한 바위가 있는 카페가 몇이나 되겠어요. 이런걸 보면 종로구는 참 가볼만한 것이 참 많아요. 역사적인 공간도 많고 골목도 많고 산도 있는데 그 산이 높지 않아서 등산하기도 좋고 둘레길도 있고요.
주차장도 있는데 한 10대 대면 끝이네요. 초소책방은 산 둘레길 중간에 있어서 접근성은 아주 안 좋아요. 걸어서 가야 합니다. 아니면 차를 몰고 올 수 있는데 이렇게 주차 공간이 좁아서 많이 못 들어가요. 그렇다고 마을버스가 지나가지도 않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내려서 한 20분 정도 걸어가거나 반대쪽에서 한 20분 이상 걸어 올라가거나 수성동 계곡 앞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한 20분 걸어가야 합니다.
내려가는데 20대 분들이 무리지어서 올라가는 걸 보면 걸어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접근법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1층 공간에 거대한 액자들이 보이네요.
책이 있어서 북카페이고 판매도 하는 듯한데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습니다. 책 보는 분들도 거의 없고요. 그냥 인테리어 소품 느낌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누가 책을 읽겠어요. 게다가 동네에 있는 북카페도 아니고 일부러 찾아가야 하니 책을 보는 사람은 없네요.
공간은 다양했습니다. 1층 창가 1인석도 있고 전원 콘센트도 있어서 노트북 하기 좋네요.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4,900원으로 좀 가격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보다 비싸면 비싸다고 하죠. 그러나 여기는 다른 카페와 비교할 수 없는 뷰 맛집이라서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커피만 파는 것은 아니고 차도 팔고 빵도 판매합니다.
계단 뒤에도 책을 배치해 놓았네요. 책을 인테리어 도구로 잘 활용한 모습입니다.
테이블과 의자는 각양 각색인데 1층은 대형 테이블과 긴 의자가 좀 보이네요.
커피를 들고 2층 뷰 포인트로 이동했습니다. 앞 나무가 좀 가리지만 남산 N타워와 그 앞의 중구와 종로구의 고층 빌딩들이 많이 보이네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없어서 시멘트 덩어리지만 보기 좋습니다.
2층 야외 공간에는 서울 도심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에 긴 테이블과 의자들이 가득합니다. 아주 잘 꾸며 놓았네요.
내려다보니 인왕산길이 잘 보이네요. 철책 뒤에 장미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커피는 그냥 평이했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누구랑 마시느냐 어떤 풍경에서 마시느냐 따라 맛이 달라져요. 그런 면에서 뷰 가산치가 커피 맛을 더 좋게 합니다.
인왕산 초소책방에서 가장 독특한 공간은 1.5층 실내 공간입니다. 큰 나무 테이블이 있고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깥에 있는 야생화를 볼 ㅅ 있네요.
아쉬운 점은 2층 의자들이 좀 부실하네요.
이 공간은 강연이나 공연도 할 수 있고 스탠드 역할을 하는 공간도 있네요.
이런 나무는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하네요. 나무가 S자로 자랐고 가운데 길이 있네요.
밤이 찾아오고 있네요. 1층 밖을 보니 마당 같은 공간도 있네요.
야경까지 보려다가 날이 추워서 내려왔습니다.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하니 매직 아워를 지나서 야경까지 볼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보니 더 예쁜 초소책방 카페네요. 제가 사는 동네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초소책방 더숲 II보다 야경 보기 더 좋은 곳이 근처에 있습니다. 사직단으로 내려가는 길로 약 5분만 걸으면 이런 골목 같은 길이 나와요.
여기는 나무가 없어서 전망이 더 좋습니다. 보통 사복 입은 경찰 분들이 청와대 쪽 촬영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데 요즘은 감시를 안 하나 봅니다. 정권에 따라서 감시를 강도가 달라지나 봅니다. 무계획 도시 같은 서울이지만 나름 질서를 지키는 듯한 모습도 느껴지네요.
야경 촬영하려 많아 왔던 곳인데 근처에 커피숍이 있어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야경 촬영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인왕산길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한 무리의 20대들이 올라가고 있네요. 아마도 초소책방 가나 봅니다.
쭉 따라 내려오니 사직단이 나오네요. 종로는 참 다채로운 공간이 많아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