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책 말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책 가격이 비싼 것도 있습니다. 이 비싸다는 건 물리적 크기도 있지만 심리적 크기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1달 월정액이 1만 5천 원 정도인데 이는 새책 1권 가격입니다.
이러니 책을 덜 읽게 되죠. 또한 책을 쉽게 빌려 볼 수 있어서 소장가치가 없는 책은 집근처 공립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신간 서적을 사는 분들이 줄어들고 송인서적 같은 도서 도매상들이 부도가 났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송인서적이 최종 부도가 났네요. 여러모로 도서정가제는 책을 멀리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물론 구간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폐해가 있지만 그렇다고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외면하는 정책은 전체적인 새책 시장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장하고 싶은 책, 가끔 꺼내봐도 좋은 책, 모든 책이 대출되어서 대출할 수 없는 책, 너무 오래되어서 도서관에서도 보관하지 않은 책 등등은 헌책방을 이용해야 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요즘 대박이 나는 이유는 다 도서정가제 덕분입니다. 출간한지 얼마 안 된 책을 30%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좋은 점은 헌책을 살 수도 있지만 쉽게 팔수도 있습니다. 즉 책을 매도, 매입 모두 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라딘 중고서점의 가장 큰 단점은 헌책인데 중고책인데 새책과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알라딘이 중계수수료가 너무 비쌉니다. 이해는 합니다. 임대료 내야하고 인건비에 안 팔리는 책 보유해야 하는 등등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비쌉니다. 이는 경쟁이 없어서 불만만 있을 뿐 대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중고서점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예스24은 오히려 중고서점이 줄고 있네요. 알라딘도 신규 매장 늘리다가 요즘은 신규 매장 소식이 없네요.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 뒷편에 있는 홍길동 중고서점
알라딘 중고서점 1호점인 종로 2가 인사동 바로 옆에 낯선 중고서점이 보였습니다. 5월 초에 지나가면서 뭐하는 곳인가 한참 보다가 시간이 늦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이름은 간단명료합니다. '홍길동 중고서점'으로 한번 들으면 잊어먹진 않겠네요. 그런데 밑에 COFFEE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1층은 참치집이고 2층은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인 '탐앤탐스'가 있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그러고 보니 2층 차양막에 탐앤탐스가 있네요.
1주일 후 이번엔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생각보다 넓어서 놀랬습니다. 이 정도 평수에 1,2층이면 한 달 임대료가 엄청날 듯합니다. 게다가 유동인구 많은 종로 아닙니까? 그러나 종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메인 거리에 임대 딱지 붙은 건물이 꽤 많았습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난 일로 지나갈 때마다 충격을 받을 정도입니다. 이는 높은 임대료에 비해 소비자들이 온라인 소비가 기본 소비가 되다 보니 단순 상품 판매점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 폐업을 많이 했습니다.
홍길동 중고서점이 있던 곳도 1층은 참치집, 2층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지만 폐업을 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 기업 문화가 회식도 줄고 씀씀이도 줄어들고 있어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 울고 있는데 코로나가 빰을 때려 버렸네요.
전체적인 인테리어 느낌은 엔틱입니다. 서점의 디자인 및 느낌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 책장인데 책장은 단순 간단한 책장이 가득하네요.
5월 8일에 갔는데 가오픈이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책들이 막 들어오고 있고 정리가 안 되어 있습니다. 정식 오픈일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정식 오픈일 전에도 책은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가오픈 기간에는 책 종류에 상관없이 4권에 1만 원, 1권에 3천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가 한 듯 안 한듯 좀 묘하네요.
책들은 청계천 중고서점이나 대부분의 중고서점처럼 오래된 책들과 최신 책들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최근에 나온 책 위주인데 반해 그 외의 중고서점들은 10년 넘어서 20년, 30년 넘은 책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존 중고서점들은 책 매입을 하지 않아요. 그럼 이 책은 어디서 오냐? 주로 사람들이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책들을 대량으로 매입해서 판매합니다. 이러다 보니 30년도 더 된 책들도 많습니다. 물론 잘 뒤져 보면 최근에 나온 책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오래된 책이 많습니다.
따라서 중고서점은 오픈할 때 가면 가장 좋습니다. 좋은 책은 남들이 다 집어가거든요. 안 팔리는 책만 책장에 남아 있고요. 따라서 가치가 떨어지는 책은 전시하기보다는 그냥 폐기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위 사진에서 책들을 보면 20년 넘은 책도 있지만 2017년 나온 책도 보이네요.
책장에 책들은 쉽게 고를 수 있네요.
다른 중고서점과 다르게 이곳은 카페형 중고서점이라고 할 정도로 의자와 소파가 참 많습니다. 따라서 꼭 책을 안 사더라도 커피만 먹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이게 '홍길동 중고서점'의 매력입니다.
1층 공간은 꽤 컸는데 끝에는 이런 엔틱 소품들이 가득하네요. 무슨 엔틱 카페 같네요.
이 공간은 잘만 꾸미면 카페 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 테이블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테이블 주위의 책은 살펴보기 어려운데 잘 조율을 해야 할 듯합니다.
공간도 크고 인테리어는 살짝 올드하지만 이게 또 이 '홍길동 중고서점'의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살펴보는데 오가는 손님 중에 20대 분들이 많네요.
책 중에는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책이 있고 떨어지는 책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책은 컴퓨터 관련 서적과 경영 서적들이고 가치가 오래가는 서적들은 소설, 시, 에세이 같은 인문학 서적입니다.
위 책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20년이 지나도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정말 오래된 책들도 많네요. 심지어 1950년 대 책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이사 가면서 나온 책이나 한 번에 책을 처분하는 책들이라는 방증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즘이라서 지금은 어렵지만 코로나 시국 끝나면 편하게 커피 마시면서 책도 둘러볼 수 있을 듯합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엔틱 인테리어 소품들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보기 좋네요.
'홍길동 중고서점'은 2층도 있습니다.
2층도 큰 테이블이 보이네요. 그런데 2층은 탐앤탐스 의자, 테이블이 그대로 있습니다.
인수할 때 그냥 집기까지 다 인수를 했네요.
심지어 음료 주문하고 만드는 곳도 그대로입니다. 저 뒤에 냉장고도 보이네요. 커피도 팔고 책도 팔면 딱 좋겠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고
대신 무인 커피메이커가 있습니다. 가격은 2,000원입니다.
아이들용 책도 좀 보입니다.
2층 창가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명당자리입니다.
그냥 흔한 유흥가 풍경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좋은 곳이네요.
눈에 익숙한 책들도 좀 보이네요.
천장에도 탐앤탐스 마크가 그대로 있네요.
참! 커피는 2층에도 있지만 1층에도 있는데 캡슐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총 4권을 샀습니다. 2016년 겨울 2017년 봄까지 이어진 촛불 집회 사진집이 있네요. 저도 이 현장에 수시로 나가서 사진으로 많이 담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날이 너무 추웠다는 것과 100만 명이 넘는 10,20대를 포함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30,40대 청년 세대들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웠던 것이 기억나네요.
아주 두꺼운 책인데 냉큼 집었습니다.
평소에 읽어보지 못한 명작 단편 소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명작은 시대를 사람을 문화를 가리지 않아요. 수능, 논술을 위해서 세계 단편 30편을 읽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이런 책도 있네요. 현대사를 사진으로 담은 사진집이네요. 사진이라는 것이 기록 매체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사진들은 더 가치가 높아질 겁니다. 홍길동 중고서적은 자주 들릴 듯합니다. 가끔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 와야겠네요.
위치는 종각역 근처 '우미관호텔' 건물 1,2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