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거들뿐 책을 병품 삼아서 다양한 음식과 커피를 파는 일본의 츠타야는 책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보다는 스타벅스 같은 유명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 매출로 더 큰 수익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죠. 서점 카페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곳이 한국에도 2018년 을지로 부영 건물 지하에 생겼습니다.
바로 아크앤북입니다.
이 지하 공간은 삼성생명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공간 기획 업체인 오티디코퍼레이션이 이 공간을 리모델링한 후 아크앤북을 오픈합니다.
책 병풍으로 아주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 동굴을 지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입소문은 퍼져서 금방 활력으로 가득찼습니다.
책을 들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읽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죠. 물론 책도 판매하지만 책 가격에 대한 매력은 없어서 커피 마시러 왔다가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하는 용으로 많이 팔았을 듯하네요. 저도 친구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면 그분에게 어울리는 책을 선물하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나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도 자식이나 지인에게 쓰는 돈은 안 아깝잖아요. 특히 나와 더 친할수록 더욱 아깝지 않아요.
영리한 마케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을지로 나갔다가 을지로 아크앤북을 가볼까하고 내려갔는데 뭔가 분위기가 쎄합니다. 꺼져 있네요. 오늘 영업 안 하는 날인가? 코로나로 잠시 문을 닫나 했습니다.
이걸 보고 알았습니다. 문을 잠 닫는 것이 아닌 아예 닫네요. 책이 다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입구로 들어갈 수 있기에 리모델링하나 했습니다.
아닙니다. 영업을 종료하네요. 아크앤북은 여기가 1호점이고 전국에 8개 정도의 지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청점이 문을 닫네요.
폐점 이유는 잘 아실겁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죠. 이 아크앤북 시청점은 책 판매 보다는 주변 음식점의 임대료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서점과 음식점의 콜라보이죠. 책은 거들뿐, 병풍 역할을 하고요.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입구에서 QR코드 찍고 음식 먹기 거북스럽죠. 게다가 밀폐감이 더 높은 지하잖아요.
그러나 코로나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네요. 그렇다고 이 아크앤북 시청점이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2019년 영업 손실이 무려 113억입니다. 이 정도면 하루에 3천만원의 손해를 봤다는 건데 엄청난 손실입니다. 2020년은 말해 뭐하겠어요.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수익을 낼 수 없었다면 무너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 많은 언론사에서 조명을 하고 고객의 시간을 잡아라라면서 타임마케팅의 사례로 사용했던 아크앤북 시청점이 이렇게 사라지네요.
좋은 공간이었는데 사라지니 너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와 독서인구의 줄어드는 제반 여건이 좋지 않아서 사라지나 봅니다. 누군가가 이 공간을 다시 채우겠지만 쉽게 채워지지는 않아 보입니다. 몇 년 간 방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