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3일 부산에 큰 비가 내려서 인명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는 인재로 관련 공무원의 실책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부산시는 집중 호우 당시 빗물 저장소를 가동하지 않아서 침수 피해를 키웠습니다.
200억 원이나 들여서 만든 빗물 저장소를 비가 많이 올 때 가동을 해야 하는데 가동을 안 했습니다. 한국은 여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계절별 강수량 편차가 아주 심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겨울에서 봄까지는 하천에 물이 적게 흐르다가 여름만 되면 넘칩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여름에 태풍도 많이 오고 강수량도 늘고 있습니다.
2020년은 1달이 넘는 긴 장마로 많은 강우 피해가 있었습니다. 정말 질리도록 비가 온 기억이 나네요.
집중호우가 늘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집중호우는 농촌보다 도시에 큰 타격을 줍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땅 대부분이 포장도로입니다. 포장도로는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서 빗물을 그대로 하수도로 내려 보내고 이렇게 내려보낸 하수구의 물이 넘치면 저지대에 침수 피해가 일어납니다.
이에 서울시 등은 물을 통과하는 보도블록을 만들어서 깔고 있습니다.
투수가 가능한 이런 보도블럭은 여름철 집중 호우 시 내리는 빗물을 하수구가 아닌 바로 땅 아래로 내려 보냅니다. 물론 기존 보도블록보다 단가는 비싸지만 그럼에도 이런 보도블록으로 전면 교체했으면 하네요.
그럼에도 대부분의 도시의 표면이 아스팔트와 불투수 보도블럭으로 되어 있어서 많은 비가 내리면 저지대의 침수 피해를 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역 물바다 사태입니다. 당시 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은 오세이돈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강남역 인근에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 저장소를 만들었고 작년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음에도 강남 물바다 사태는 없었습니다.
지난 5월 5일 인사동에 오랜만에 나가봤습니다. 코로나 끝났나 봅니다.
사람들이 일상을 즐기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없음에도 바글바글한 인사동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코로나 시국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약간이나마 활력을 되찾아가서 기분이 좋네요.
인사동을 지나 삼청동으로 가는 길인 윤보선길입니다. 여기도 활력이 돌아오고 있네요. 그러나 많은 곳이 또 폐업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새로 오픈하는 곳도 있네요. 코시국이 무한정되는 건 아니죠. 예상대로라면 올 가을부터 마스크 벗고 생활하지 않을까 합니다.
종로는 참 골목이 많습니다. 골목 탐험하는 재미가 아주 좋아요. 골목이 주는 운치는 아파트에서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느낄 수 없습니다.
남들이 잘 모르는 골목을 구경하다가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상단에 플라스틱 화분이 있고 그 밑에 큰 벽과 같은 것이 있는데 수도꼭지가 달려 있습니다.
뭔가 했습니다. 빗물관리시설이네요. 흔히 빗물저장소, 빗물저금통이라고 하죠. 비가 오는 날 집 지붕을 타고 내려온 빗물을 모아서 이 큰 물탱크에 저장합니다. 그리고 비가 안 올 때 이 빗물을 꺼내서 화분에 물을 주고 골목을 청소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화분의 물도 저 빗물저금통 수도꼭지 돌려서 나온 물로 목을 축이겠네요.
이 빗물 저장소는 종로구에서 설치했는데 요즘도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서울시는 빗물저장소를 설치하면 설치비의 90% 최고 1천만 원을 지원해 줍니다. 조경이나 청소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여름철에는 집중호우를 상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변에 많이 안 보입니다. 태양광 설치는 엄청나게 많이 하는데 빗물 저장소, 빗물저금통 신청하는 집은 거의 못 봤습니다.
아파트는 이런 시스템이 무용지물인게 최신 아파트는 빗물 저장소가 의무이고 구형 아파트는 공동 주택이라서 딱히 신청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천상 주택에 사는 분들이나 저층 주택지역 주민들이 신청하면 좋은데 동네 가꾸는데 누가 크게 신경 쓰겠어요. 하지만 동네 가꾸는데 열심인 동네 분들은 아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것 하나하나가 동네를 밝게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인테리어는 소중하게 여기지만 동네 가꾸기는 별 신경을 안 쓴다고 하죠. 그나마 나이 드신 어른들이 휴지를 줍고 다니던 모습도 요즘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정말 보면 지저분한 동네들이 많아요. 그러나 이 삼청동 인근 마을들은 동네 가꾸기를 아주 잘합니다. 그래서 걷기도 좋고 보기도 좋아요.
외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 식물 사다리도 있네요. 외벽에 덩굴 식물이 타고 오르면 좋은 점이 비나 눈이 건물 외벽에 덜 닿기에 외벽의 내구성이 좋아지고 여름에는 청량감도 주고 햇빛을 막아주기도 하죠.
화분도 참 정갈하게 잘 꾸며 놓으셨네요. 이런 주택가는 화분 키우는 집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화분들이 통일이 안 되고 죽은 나무는 제거해야 하는데 방치된 화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미관을 안 좋게 합니다. 지자체에서 같은 디자인, 같은 색으로 화분을 통일만 해도 더 깔끔할텐데요. 그런 면에서 이 윤보선길 뒤쪽 골목길은 종로구 구민들이 아주 잘 가꾸어 놓았네요.
아파트가 살긴 참 좋은데 재미가 없어요. 불편해도 화분 키우기 좋은 주택에 살고 싶네요. 빗물저장소도 설치하고 태양광도 설치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