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너무 자주 옵니다. 오늘도 흐리네요. 장마가 아닐까 하지만 장마는 아니라고 하네요. 작년 기억하세요. 무슨 비가 매일 내렸습니다. 한 30일 동안 비가 너무 내리다 보니 넌더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작년만 비가 많이 왔을까요? <날씨의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 관객과의 인터뷰에서 물에 잠긴 도쿄를 그린 이유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죠.
2019년 당시 일본은 아열대성 기후로 변했는지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고 하네요. 당시 마코토 감독은 한국은 어떠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생뚱맞게 들었죠? 기후변화? 별로 못 느끼겠는데요라는 대답을 했죠. 그러나 2020년을 겪어보니 한국도 기후변화에 영향권이 된 느낌입니다.
비가 잔잔하게 오래 내리는 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집중호우가 문제입니다. 집중호우는 특히 도시가 무척 취약하죠. 보도블럭이나 아스팔트가 비를 통과하지 못하기에 내린 비는 하수구를 통해서 강으로 가는데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면 하수구가 범람하게 되고 저지대는 물이 넘치게 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강남 사거리 물바다 사태, 광화문 물바다 사태를 우리는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빗물 저장소를 지하에 만들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근본대책이 아닙니다. 녹지를 많이 조성해야하며 특히 보도블록은 투습이 가능한 보도블록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2016년 서울시는 보도블럭보도블록 엑스포를 서울광장에서 열었습니다. 여러 업체들이 나와서 투습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존 보도블록과 달리 비가 내리면 그 비를 아래로 내려 보냅니다. 따라서 비가 오면 더 많은 면적에서 비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집 근처에 지어진 아파트 인도를 걷는데 뭔가 있어서 살펴보니 빗물 투과형 보도블록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물론 기존 보도블럭보다 가격은 좀 더 비싼데 조금 더 비싸도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또한, 플라스틱을 섞는 등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는 제품도 있더라고요.
광화문을 걷다가 신기한걸 봤습니다. 레인가든? 설명이 잘 되어 있네요. 빗물을 최대한 땅에 가두고 스며들게 하여 효율적인 빗물 관리를 하고 동시에 도시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투수 정원이네요.
내적 박수를 쳤습니다. 너무 좋은 정책입니다. 먼저 녹색 식물이 주는 생기입니다. 보도 한가운데 작은 정원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녹색이 주는 향기와 효용을 나이들수록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녹색만 봐도 눈이 즐겁고요. 물론 제멋대로 자란 잡초는 보기 안 좋죠. 그러나 이렇게 잘 가꾼 정원은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이 정원 위는 흙으로 비가 내리면 바로 밑으로 내려갑니다. 이런 공간을 무한정 늘리긴 어렵죠. 그러나 잠시 강하게 내리는 비를 잠시 머금게 해주는 역할은 무척 좋네요.
서울시 말로는 이 레인가든이 전체 배수 효과의 5%를 높일 수 있다고 하네요.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5%가 어디입니까?
기존 방식의 가로수입니다. 여기도 비 내리면 땅으로 스며듭니다. 문제는 너무 면적이 적어요.
그런데 여긴 이렇게 넓습니다.
여긴 가산디지털단지입니다. 최근 가산디지털단지에는 이런 곳이 꽤 많습니다. 보통 이렇게 파헤치면 나무를 심고 주변은 다시 보도블록으로 메웁니다. 그런데 나무만 심고 흙 상태로 두고 있네요.
이게 뭔지 몰랐다가 광화문 레인가든 보고 혹시 이것도 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도 공간이 아주 넓어서 이 공간 때문에 사람들이 걷기 어려운 공간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흙으로 해놓은 걸 보면 빗물을 아래로 내려 보내는 공간으로 보입니다. 식물은 안 심은 건지 이게 끝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물을 심으면 땅을 뿌리가 꽉 잡고 있어서 더 좋을 것 같네요. 서울시의 이런 정책 칭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