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관광지를 가는 이유중 하나는 거기서 인생샷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현실은 인증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도 있습니다. 사진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사진만 보고 찾아간 관광지가 실망스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나 사진이 현실보다 더 예쁘게 나오는 후보정 기술이 진화하면서 사진과 실제의 괴리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진을 통한 관광객 유치 효과는 아주 높습니다. 가끔은 내가 여길 사진 찍으러 왔나 관광하러 왔나하는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생샷이든 인증샷이든 사진으로 그 아름다운 관광지 풍광을 담고 이 사진은 또 다른 관광객을 불러옵니다.
그런데 관광객들에게 풍경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곳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나라하면 떠오르는 스위스의 베르귄(Bergün / Bravuogn)입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 촬영을 금지한 스위스 베르귄
스위스의 베르귄 Peter Nicolaya 시장은 SNS에 베르귄을 촬영한 사진을 본 사람들이 저 아름다운 곳에 가고 싶지만 현실은 매일 사무실이나 근무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걸 걱정해서 SNS에 사진을 올리지 못하게 관광객들의 사진촬영을 금지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2017년 시의회에서 46대 2로 통과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5 스위스 프랑(약 6천 원)의 돈을 내야 합니다.
스위스 베르귄은 전형적인 스위스 마을로 인구는 500명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좀 황당하거나 괘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름다운 것이야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황당하죠. 자신들의 마을을 촬영한 사진만 보고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다소 황당한 말에 실소가 나옵니다.
실제 이유는 사진으로만 보지 말고 두 눈을 대동해고 직접 보라고 하는 교묘한 언론플레이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씨는 아름답지 못하네요.
그럼 마을 곳곳에서 경찰이나 마을 주민이 관광객들을 감시하면서 사진 찍나 안 찍나 감사하고 있을까요? 유튜브에 베르귄 영상도 사진도 꽤 넘치는 걸 보면 실제로 벌금을 물리는 일은 없나 봅니다. 그냥 명품 마케팅처럼 아무나 가지지 못하게 하면 더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부축이는 마케팅 같네요.
세상엔 이 베르귄 말고도 사진 촬영 금지를 한 곳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지 훼손이나 셀카 찍다가 사고 방지이지 여기처럼 황당한 이유는 아닙니다. 관광객들로 먹고 사는 유럽 국가가 많은데 관광객이 줄어든 코로나 사태에도 이런 마케팅을 계속 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네요.
이 사진촬영 금지 정책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관광지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많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