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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승리의 키스 사진 속 흥미로운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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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승리의 키스 사진 속 흥미로운 이야기

썬도그 2020. 11.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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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어떤 정보나 데이터를 그냥 날 것 그대로 주면 잘 습득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이야기라는 요리를 해서 주면 꿀떡꿀떡 잘 먹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도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 말하면 더 재미있게 들리고 스토리텔러들이 요즘 참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유명 유튜버들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참 맛깔스럽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편집과 깨알 재미의 자막도 다 뛰어난 스토리 장인의 손길입니다.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Alfred Eisenstaedt)의 VJ-DAY의 승리의 키스 / 1945년 8월 14일 뉴욕

위 사진은 사진을 잘 모르는 분들은 1번 이상 봤을 정도로 20세기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한장입니다. 이 사진은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을 한 1945년 8월 14일 뉴욕에서 사진기자 알프레드 에이젠슈테트(Alfred Eisenstaedt)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아무런 설명없이 이 사진을 보면 군인인 남자 친구가 간호사 여자 친구에게 키스를 하는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인물의 포즈가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멋진 키스 사진이자 2차 세계대전 종전을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수병과 간호사는 연인 사이가 아닌 전혀 모르는 사이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그럼 강제 키스? 네 강제 키스입니다. 그래서 여자 간호사의 손을 보면 꽉 움켜쥐고 있습니다. 이는 싫다는 표시였습니다. 아무리 기분 좋은 날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강제로 키스하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성추행이라고 하기 어려운 게 이 날은 수많은 사람이 죽었던 2차세계대전이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도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8강, 4강 진출할 때 너무 기쁜 나머지 모르는 사람들끼리 포옹을 했었습니다.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Alfred Eisenstaedt) (1898-1995) 

이 VJ-DAY의 승리의 키스 사진은 라이프지에 실려서 전 세계인들이 보고 좋아한 사진이자 아주 뛰어난 사진이자 멋진 기록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독일계 미국인인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Alfred Eisenstaedt)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아이젠슈타트는 자신의 자서전인 Eye of Eisenstaedt  Eisenstaedt on Eisenstaedt: A Self-Portrait 에 그는 당시 정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VJ-DAY 날 뉴욕 타임스퀘어 앞을 지나가는데 지나가는 모든 여자들에게 키스를 하는 한 수병을 봤습니다. 이 수병은 뚱뚱하던 말랐던 나이가 많든 적든 모든 여자들에게 키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병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지만 나를 만족시켜줄 만한 장면은 없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하얀색이 들어왔고 나는 몸을 돌렸고 간호사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부디 수병과 키스하길 바랐는데 소원대로 수병은 간호사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수병이 간호사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수병의 검은 옷과 간호사의 하얀 옷이 주는 강한 대비가 필요했기에 간호사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면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반대로 수병이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해도 역시나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을 것입니다. 난 이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하는 사진을 총 4장 촬영했습니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고 해도 이 사진은 기억할 것입니다. 

같은 수병과 간호사를 촬영한 또 다른 사진가가 있었다?

같은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를 담은 빅터 요르겐슨( Victor Jorgensen)의 사진 

흥미롭게도 이 수병과 간호사를 촬영한 사람은 아이젠슈타트 혼자가 아녔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던 미 해군 소속 사진기자 빅터 요르겐슨도 이 수병과 간호사를 촬영했습니다. 그러나 정면이 아닌 살짝 옆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사진은 뉴욕타임스에 Kissing the War Goodbye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같은 피사체이지만 어떤 사진은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사진으로 기억되고 어떤 사진은 그냥 평범한 기록사진으로 남았네요. 두 사진을 비교하면 아이젠슈타트 사진이 간호사와 수병 전체의 포즈가 나오고 정면이라서 좀 더 조형미가 좋습니다. 반면 요르겐슨의 사진은 한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린 포즈를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아이젠슈타트 사진 왼쪽에 있는 웃는 수병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가 뉴욕 타임스퀘어 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아이젠슈타트 사진에는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저곳이 뉴욕 타임스퀘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소성, 조형미, 구도와 포즈가 뛰어나다 보니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진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사진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영원토록 볼 게하는 힘을 지니려면 뛰어난 구도와 조형미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그 우연처럼 보이는 것도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어떤 구도와 조형성이 더 아름다운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사진기자와 사진작가들은 이런 조형미에 대한 안목이 뛰어납니다. 

승리의 키스 속 수병과 간호사는 누구일까?

사진 속 수병과 간호사는 누구일까요? 이 사진을 촬영하고 아이젠슈타트는 수병과 간호사의 인적 사항을 적으려고 했지만 많은 인파가 계속 밀려오고 있고 두 사람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져서 인적 사항을 적지 못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논란은 2008년까지만 해도 말이 많았습니다. 라이프지 편집자가 밝힌 라이프지 사진 중 최고의 사진인 이 사진 속 두 주인공을 찾기 위해 1980년 8월 라이프지 편집인들이 간호사와 수병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조사를 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11명의 수병과 3명의 간호사가 후보에 올랐습니다. 

2007년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서 '승리의 키스' 사진 행사가 열렸고 이 행사에 1979년 사진 속 간호사가 자기라고 편지를 쓴 '에디스 셰인'과 함께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5번이나 통과한 '글렌 에드워드 맥더피'가 수병으로 알려집니다. 셰인은 2008년 현충일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맥더피는 2008년 메이저리그 경기 행사에서 승리의 키스 수병이라고 소개받기도 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소개된 수병 '조지 멘돈사'와 간호사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

그러나 최근 이 논란은 종식되었습니다. 먼저 수병은 그가 한 문신과 흉터와 증언을 토대를 바탕으로 '조지 멘돈사'라고 밝혀집니다. 아일랜드주 뉴포트에 사는 22세의 '조지 멘돈사'는  USS The Sullivans (DD-537)의 수병이었습니다.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던 멘돈사는 일본의 가미카제 공격으로 항공모함 USS 벙커 힐에 불이 붙고 많은 부상자가 나오자 병원선을 타고 귀환합니다. 멘도사는 이 당시 휴가였습니다.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나중에 결혼을 한 여자 친구인 리타와 함께 영화를 보고 나왔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멘돈사와 리타는 길거리 행진에 참여합니다. 술을 좀 마셔서 알딸딸했던 멘돈사는 근처 술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술집이 꽉 차서 그냥 리타와 걷기 시작합니다. 그때 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지나가는 걸 보고 그녀를 안고 키스를 했습니다. 멘돈사는 병원선에 있을 때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희생을 보면서 간호사들에게 깊은 애정이 생겼습니다. 몇 달 후에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술도 몇 잔 먹은 멘돈사는 지나가던 간호사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이는 간호사에 대한 감사의 키스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을 찍은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가 당시 상황 묘사를 보면 여자라면 아무나 잡고 막 키스를 했다고 하는데 본인과 관찰자의 시선이 좀 달라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멘돈사가 이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밝혀진 이유는 아이젠슈타트가 촬영한 4장의 사진 중 1장에서 여자 친구인 리타가 멘돈사 어깨너머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간호사는 '그레타 프리드먼'으로 당시 21세였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자란 프리드먼은 홀로코스트를 피해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치과 간호사였던 그녀는 뉴스에서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무작정 타임스퀘어를 나가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갑자기 키스를 받았습니다. 프리드먼은 수병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2012년 CBS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은 그가 나에게 키스한 것이지 자신이 키스를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프리드먼에게 있어 이 깜짝 키스는 로맨틱한 일은 아녔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축하하는 날이고 그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간호사였던 프리드먼은 2016년에 사망하고 멘돈사는 2019년 사망합니다. 한 장의 사진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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