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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1시간이 지나 재미를 파기 시작하는 영화 도굴

by 썬도그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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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방송을 합니다. 야구가 국민 스포츠라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지금 영화관 가보시면 개봉하는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10년 전 개봉한 영화를 재개봉합니다. 다 코로나 때문이죠. 이는 영화 제작사들이 제작한 영화를 개봉을 안 하거나 연기하거나 넷플릭스로 직행하기 때문입니다. 개봉해봐야 사람이 많이 안들 것이 뻔한데 누가 개봉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개봉을 하는 용기 있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만 좋으면 마스크 쓰고 입구에서 발열 체크, QR코드 체크하는 것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볼만한 영화가 정말 없습니다. 그럼에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강추하는 영화입니다. 이번 주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영화는 <도굴>입니다. 

도굴과 복수를 섞어 놓은 영화 도굴

도굴을 소재로 한 영화는 거의 없습니다. 도굴 자체가 도둑질이고 주인공이 뛰어난 전문 도굴꾼입니다. 범죄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은 있지만 이걸 잘못 해석하면 관객이 주인공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도둑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고 착한 도둑이라는 설정을 필히 넣어야 합니다. 아니면 주인공이 악하지만 더 큰 거악을 파괴하기 위한 당위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도둑이나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강동구에 살아서 이름이 강동구라고 주장하는 동구(이제훈 분)는 황용사 9층 석탑 속에 있는 금동불상을 훔칩니다. 이걸 여기저기 골동품 상점에 들락거리면서 황용사 금동불상이 시중에 나왔다는 미끼를 뿌립니다. 이 미끼를 도굴꾼들이 훔친 국보나 보물을 사들였다가 판매해서 큰돈을 버는 회장 상길(송영창 분)의 귀에 들어갑니다. 이에 상길 회장은  자신의 수족과 같은  비서 세희(신혜선 분)와 조선족 조폭 두목인 광철(이성욱 분)에게 회수하라고 지시합니다. 

동구는 이 조폭 광철을 약 올리면서 따돌렸다가 동구의 뛰어난 실력을 알아본 회장 비서 세희의 눈에 들어서 새로운 도굴 일을 제안합니다. 그 제안은 중국과 북한 국경 근처에 있는 고구려 벽화를 훔쳐 오는 겁니다. 

이 일에는 벽화 전문 도굴꾼인 존스 박사(조우진 분)가 함께 합니다. 동구와 존스 박사는 중국에서 고구려 벽화를 훔치는 데 성공하고 회장을 직접 만납니다. 그리고 회장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없는 이야기라면서 최근 훔친 고문서에 따르면 선릉 무덤 안에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칼인 전어도가 있다는 문서를 내밉니다. 이에 회장은 문서 감정사를 고용해서 문서를 감정해보니 진짜 문서였습니다. 회장은 동구 일당에게 100억을 주는 조건으로 전어도를 파라고 허락합니다. 동구 일당은 이 전어도를 빼내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영화 도굴은 도굴 이야기로 위장한 복수극입니다. 이 복수 스토리가 도굴 이야기 뒤에 숨어 있고 이게 도굴꾼이라는 범범자를 용서하게 만듭니다. 또한 도굴에도 착한 도굴이 있는데 이것도 활용합니다. 동구와 회장은 안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회장과 함께 도굴을 하던 아버지가 회장의 배신으로 사망하고 자신도 땅에 묻힐 뻔했다가 겨우 삽니다. 이 복수의 이야기가 꽤 흥미롭습니다. 복수극이라는 자체가 스포일 수 있지만 복수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영화 초반에 나오기에 큰 스포는 아닙니다. 오히려 복수를 어떻게 하느냐가 이 영화 도굴의 핵심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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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기 시작하기 전 1시간이 지루한 영화 도굴

초반 오프닝 시퀀스와 영화 중간 애니를 사용하는 등 영화 도굴은 경쾌한 하이스트 영화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여러 도굴꾼을 모으는 과정이 흥미롭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습니다. 또한, 각자의 역할이나 능력이 도드라지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캐릭터 형성도 또렷하지 않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강동구가 무슨 캐릭터인지 초반에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회장에 대한 복수가 밝혀진 이후에도 껄렁껄렁함만 보여주다 보니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세희와 동구의 짧은 키스를 통해서 두 사람이 동업자인지 경쟁 상대인지 갈피를 못 잡게 합니다. 동구와 세희는 어떤 관계일지가 영화 끝까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그럼에도 하이스트 영화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각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매력은 너무 낮네요. 

긴장감을 위한 장치도 들어가 있습니다. 한 형사를 배치해서 이들을 추적합니다. 이 경찰이 매우 영민한 경찰로 혼자 움직이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뛰어난 눈썰미가 있습니다. 이 경찰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재미를 증폭해 줍니다. 

그러나 이 도굴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시작하고 1시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액션이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크게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화려한 도굴 기술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정부가 준 6천 원 할인권으로 봐서 단돈 2천 원에 봤지만 초반에는 그 2천 원 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엉덩이는 들썩거리고 나갈까 말까 생각이 크게 들 정도로 초반은 너무 지루하네요. 

선릉을 도굴한다고? 기발한 도굴 과정과 막판 뒤집기가 좋았던 영화 도굴

지루한 1시간이 지난 후 조선의 엑스컬리버라고 하는 전어도가 숨겨진 선릉 도굴 계획이 나오면서 드디어 재미 파기가 시작됩니다. 땅 파기의 달인 삽다리(임원희 분)가 합류합니다. 도굴을 하는 과정에서 조폭 광철과 비서 세희 도굴꾼 동구와 회장 사이의 알력 다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주는 긴장감과 적절한 유머로 전반에 죽 쑤던 분위기를 싹 지우고 재미를 뿜어냅니다. 

도굴하는 장소도 흥미롭습니다. 강남 도심 한가운데 있는 선릉을 도굴한다는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 도굴 과정의 계획도 흥미롭습니다. 또한 복수하는 과정의 재미도 꽤 괜찮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그런 영화이지만 후반 재미가 몰려서 나오니 영화관 나올 때는 꽤 기분 좋은 상태로 나왔네요. 영화는 2편을 예고하면서 끝이 났지만 1편이 성공해야 2편 제작에 들어가겠죠. 코로나에 개봉해서 높은 관객 동원을 하기 어렵겠지만 반응만 좋으면 2편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도굴은 킬링타임용으로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영화 후반 마무리도 꽤 흥미롭고 짜릿하고요. 다만 액션이 너무 없고 흥미를 끄는 장면들이 많지 않고 화려한 장면도 없는 점은 참 아쉽습니다. 

40자 평 : 도굴 빙자 복수극, 그 복수 과정이 흥미롭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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