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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미국의 투표는 권리인가 특권인가? 익스플레인 : 투표를 해설하다

by 썬도그 202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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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 세계에 민주주의라는 정치 운영체제를 전파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가치를 기치로 만들어진 정치 체재입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 덕분이죠.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는 수많은 인종과 여러 계층의 다양한 생각에서 더 큰 창조와 힘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가치를 위해서 민주주의라는 뛰어난 정치 체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보고 있으면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할 정도로 이해가 안 가는 행동과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납니다. 

가장 이해가 안 갔던 풍경이 투표를 하려고 아침부터 줄을 섰는데 저녁까지 투표를 하는 풍경이나 투표를 하기 위해서 멀리 있는 투표소에 가야 하는 모습입니다. 흑인들의 투표율이 낮은 걸 보면서 흑인들이 깨어나야 흑인 인권 신장이 올라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고 왜 미국의 투표율이 낮은지와 미국이 생각보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엔 창피한 구석이 많은 나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투표는 권리인가? 특권인가? 투표 제한을 하는 나라 미국

넷플릭스 다큐 익스플레인 시리즈는 시리즈가 있지만 가끔 비정규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가끔 선보입니다. 몇 달 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정리해서 제가 모르던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고 백신 개발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투표를 해설하다라는 주제의 다큐가 올라왔네요. 뭔가 해서 봤습니다. 25분짜리 다큐라서 금방 볼 수 있습니다. <익스플레인 : 투표를 해설하다>는 2020년 미국 대선 이야기를 다루는 줄 알았는데 미국 선거제도의 불합리함과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네요. 

미국의 모든 정부의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고 독립선언문에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투표권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국민의 동의란 투표를 말합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재임 당시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20%였습니다. 이 20%는 백인 남성입니다. 이후 1867년 흑인 남성이 투표권을 얻었고 1920년에 백인 여성이 투표권을 얻습니다. 그리고 인디언이라고 하는 미국 원주민이 투표권을 얻습니다. 1971년에는 투표 연령이 21세에서 18세로 내려갑니다. 

이렇게 투표는 초기에는 특권이었습니다. 특권층만 투표를 할 수 있었지만 2016년 현재 18세 이상의 미국민의 90%가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90%? 좀 갸우뚱합니다. 99%도 아닌 90%면 100명 중 10명은 성인이지만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56%만 투표를 합니다. 미국의 투표율은 상당히 낮습니다. 무려 56% 밖에 안 됩니다. 반면 한국은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같은 북유럽과 투표 안 하면 벌금을 무는 호주 다음으로 높습니다. 미국이 미개해서 아니면 정치 혐오층이 많아서 투표를 안 하는 것일까요?

먼저 미국의 남부 지역의 몇몇 주는 중범죄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습니다. 투표권을 돌려달라고 주지사에게 직접 말해야 하지만 주지사 성향에 따라서 자동으로 주거나 하나도 안 줍니다. 이런 선저 제한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1867년 흑인 남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자 플로리다 주는 다음 해에 중범죄자는 투표할 수 없게 투표권을 박탈했습니다. 이에 연방정부는 수정헌법 15조에 인종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제한하는 일을 금지했습니다. 

인종과 중범죄자는 다른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흑인들은 범죄율이 높습니다. 원래 흑인이 폭력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법 자체가 백인에게는 관대하고 흑인에게는 엄혹합니다. 또한 투표를 하려면 세금을 내야 투표를 할 수 있게 합니다. 노예로 살았던 흑인들은 돈이 없다 보니 투표를 할 수 없게 됩니다. 1940년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 성인 중 3%만 투표자로 등록되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영화 셀마>

1965년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는 수백 명의 흑인들이 투표권을 요구하면서 행진을 했습니다. 이 과정을 담은 영화가 <셀마>입니다. 흑인 시위대를 경찰이 공격하는 모습을 전 미국인이 보고 분노를 했고 존슨 대통령은 인종 차별 금지와 함께 흑인에게도 투표권을 줍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미국이 1965년 탄생합니다.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 아닌 투표를 최대한 막고 특정층만 투표할 수 있게 투표를 권리가 아닌 특권으로 만든 보수적인 성향의 미국 남서부 주요 주들은 투표 제한을 하려면 미국 연방 정부에 허락을 받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시민평등권이라는 이 법은 이후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재승인을 하면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후 미국은 보다 투표를 쉽게 할 수 있게 우편 투표와 사전 투표가 생겼습니다. 누구나 투표를 쉽게 할 수 있게 되자 탄생한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입니다. 

그러나 이 시민평등권 법에 대못을 박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보수적인 성향의 미국 대법관들입니다. 5대4의 결과로 지방 정부의 투표를 제한하지 못하게 막은 시민평등권 법을 위헌 처리하자 보수 성향의 미국 남부 주들은 예전처럼 투표권을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남부 주뿐이 아닙니다. 미국 지방 정부의 반이 투표 제한법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투표소가 폐쇄되고 투표를 하기 위해서 긴 줄을 서게 되었습니다. 흑인과 라틴계 투표 대기 시간은 백인보다 45%나 더 길었습니다. 또한, 투표를 하기 위해서 보다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게 했습니다. 아무래도 백인은 미국의 지배층과 같은 기득권층이 많고 신분들이 확실하다 보니 쉽게 투표권을 얻을 수 있지만 가난한 이민자나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은 투표 명단에서 많이 빠지게 됩니다. 

<익스플레인 : 투표를 해설하다>는 미국은 민주주의를 만든 국가이고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왜 투표율이 낮은지를 시민평등권 법이 제한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큐를 보고 있으면 투표를 독려하는 게 아닌 투표를 막고자 열과 성을 다하는 미국을 보면서 이게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보급한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코로나 19 대응하는 걸 보면서 미국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수준 낮은 시스템을 운영하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투표 제도를 보니 선진국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네요. 다큐는 우편 투표 시스템을 이용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선거 전에 우편이 도착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분실되거나 인정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가장 좋은 건 사전 투표입니다. 그럼에도 우편 투표를 해야 한다면 미리미리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1월 3일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다큐를 보다 보면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목표가 아닌 국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화가나는 건 대법관이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망쳤다는 데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권리를 제공합니다. 그 권리가 바로 투표입니다. 그러나 10명도 안 되는 대법관들이 나라의 신이 되어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3권 분리를 해놓아도 이렇게 맹점이 있는 것이 민주주의네요. 점점 투표가 특권이 되어가는 미국. 침몰하는 배를 보는 느낌입니다. 

미국 선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www.vox.com/21410226/vote-voting-explained 에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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