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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나는 좋은 아저씨인가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by 썬도그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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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라는 말이 길거리 전단지처럼 흔하디 흔한 말이 되었지만 이 드라마는 유독 수시로 인생 드라마라는 말을 주변에서 SNS에서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러나 전 안 봤습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좋아하고 드라마 볼 시간에 영화 1편을 더 보는 걸 선호해서 안 봤습니다. 그러다 이 아저씨 때문에 봤습니다. 

세계적인 인기 소설가인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가 지난 2020년 10월 18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 봤다고 올렸습니다. 

번역하면 “와우! 16화까지 못 볼 줄 알았는데 인간의 심리를 완벽히 묘사한 작품이다. 엄청난 각본, 환상적인 연출, 최고의 출연진에게 찬사를 보낸다.”

평소에 크게 관심 없다고 해도 유명한 사람이 좋다고 하면 관심이 가져지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게다가 언제 본다 본다 하면서도 못 본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고백하자면 이 '나의 아저씨'가 넷플릭스에 올라왔을 때 바로 보려고 했는데 너무 어둡고 습하고 힘든 소재에 보다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참고 몇 번 보려고 4번까지 시도했다가 포기했습니다. 

여주인공인 이지안은 도청을 해서 남의 삶을 훔쳐서 돈 벌 궁리나 하고 있고 부장 박동훈의 아내는 대표와 바람피는 내용을 누가 쉽게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정을 못 붙이고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4화가 지나가야 주제가 보이기 시작하고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화 '타인의 삶'과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소재는 영화 <타인의 삶>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2006년에 제작되어 2013년 국내 개봉한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 도청을 소재로 한 영화였습니다. 1984년 독일 비밀경찰인 비슬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인 드라이만과 애인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을 엿듣다가 비밀경찰인 비슬러는 이 두 사람의 삶에 동화됩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삶에 감동해서 그들을 보호합니다. 

이 소재에 영감을 받은듯한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입니다. 도청기 너머의 삶에 동화되고 감화되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소재가 참 비슷하고 주제도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40대 아저씨가 20대 청년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준다는 현 시대의 세대 간 단절과 반목이라는 어두운 세상에 온기 넘치는 시선을 담았다는 점이 다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중년 아저씨가 청년들에게  나이 많고 경험이 많아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고통의 구체적인 종류는 다르지만 그 크기는 동일하다는 공감을 앞세워서 방 구석에서 울고 있는 청년에게 많이 살아본 경험에서 오는 삶의 내성에서 나오는 온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평온함에 이르다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지안은 어린 시절 엄마가 사채업자에게 많은 빚을 내고 도망을 갑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할머니(손숙 분)와 사는 손녀 이지안(이지은 분)은 어린 시절부터 사채업자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부모의 빚을 상속하지 않으면 안 갚아도 되는 돈이지만 지안과 할머니에게 그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날도 사채업자는 지안과 할머니를 마구 때리다가 살기 위해서 사채업자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살인을 했지만 정당방위로 인정 받아서 죄를 묻지 않고 조회를 해도 전과 기록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의식을 하면 문제는 커지기 마련, 이때부터 지안은 어둠의 세계에 빠집니다. 엄마가 빌린 사채 빚을 갚기 위해서 범죄 행위도 서슴지 않게 합니다. 그렇다고 범죄 집단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파견직 근로자로 근무를 하다 건축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사내 정치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건축회사 대표 도준영(김영민 분)은 박동훈 부장(이선균 분)의 대학교 후배입니다. 도준영 대표는 박동훈의 아내이자 대학 동아리 동기인 강윤희(이지아 분)와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이지안이 알게 됩니다. 이지안은 도준영에게 강윤희와의 바람 피우는 걸 알고 있다면서 박상무와 박동훈 둘 다 제거해주겠다고 제안을 하고 돈을 받아냅니다. 

그렇게 이지안은 박동훈 부장을 이용해서 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지긋지긋한 사채빚 지옥에서 벗어날 계획을 합니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스마트폰에 도청앱을 설치하고 박동훈의 모든 것을 도청으로 감시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이 도청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흥미가 크게 올라갑니다. 제가 이 구간을 넘지 못해서 보다 말았네요. 

도청 너머의 존경 받는 삶이 사람을 만든다라고 말하는 '나의 아저씨'

도청은 불법입니다. 또한 사생활 침해입니다. 따라서 도청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 일리 없습니다. 이지안이 그랬습니다. 이지안은 범죄를 서슴지 않게 저지르는 나쁜 20대입니다. 그러나 어떤 행동을 이르게 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지안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 범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벼랑 끝의 삶에서 범죄는 그냥 한 줌의 티끌입니다. 

지안은 항상 화가 나 있고 지친 표정으로 삽니다. 그러다 부장이자 아저씨인 40대 박동훈의 삶을 도청하게 됩니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삶을 도청하다고 박동훈 주변 사람과 박동훈이 얼마나 마음 따뜻한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가면을 쓰고 삽니다. 공적인 자리에서의 행동과 사적인 자리에서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다릅니다. 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차이가 너무 심한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비판을 하죠. 박동훈은 다릅니다. 겉과 속이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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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이지안의 할머니가 말을 하지 못하고 거동이 불편한 것을 우연히 알게되고 할머니를 업어서 달구경 하는 걸 도와줍니다. 그러나 이지안은 4번 이상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서 박동훈 당신도 똑같은 착한척하는 사람이라고 냉소를 던집니다. 하지만 박동훈은 그런 말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한 동네에 사는 20대 아가씨가 외롭고 괴롭게 살고 자신을  괴롭히고 이용하는 걸 알지만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지안의 본심을 알아보고 이지안의 아저씨가 되어줍니다. 

비록 이지안이 자신을 도청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도 끝까지 이지안 편에 섭니다. 사람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면 그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하고 용서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죠. 뭘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할 자세가 되어 있고 자초지종부터 들을 사람들이요. 바로 가족입니다. 

박동훈 부장의 인생 가치이자 1순위는 가족입니다. 지긋지긋한 3형제라고 힐난을 줘도 이혼 위기에 놓인 사업하다 망한 큰 형과 한 때 천재 영화감독으로 칭송받던 영화감독일을 접고 청소일을 하는 막내와 후계동에 사는 가족 같은 동네 친구들이 있습니다. 왜 우리는 동네 친구들을 평생 친구로 삼을까요? 왜 우리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평생 친구로 두지 못할까요? 그건 아마도 가면의 유무가 아닐까 하네요. 

깨복쟁이 동네 친구 가족은 내가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한 위장복과 가면을 쓰기 전에 만난 사람들이라서 내 본심과 진짜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반면 사회생활은 철저히 꾸미고 위장하고 가면을 쓰고 행동을 합니다. 본심을 알기 전에 헤어지기 일상이기에 깊게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는 시도가 실례일 때도 많습니다. 

20대 이지안에게 없는 것이 가족의 온기였고 편안함이었습니다. 이걸 박동훈 부장이 압니다. 자신의 온기를 지안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줍니다. 그렇다고 박동훈 부장인 이지안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만 아닙니다. 지안이 세상에 대한 불안과 고통만큼 박동훈 부장도 아내가 바람을 피웠지만 다른 가족에게 고통 주기 싫어서 바람피운 당사자이자 학교 후배인 대표 도준영에게 내가 바람피우는 걸 안 다는 사실조차 자신의 아내에게 말하지 말라고 윽박지를 정도로 외롭고 괴롭습니다. 

지안은 박동훈 부장으로 받은 온기에 감동하고 감화되고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동시에 겉으로는 얼음 공주처럼 행동하지만 '나의 아저씨'인 박동훈을 지켜줍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하늘에서 내려다 보듯 일거수일투족을 본다면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정도로 아름다운 삶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3형제 이야기와 사내 정치 드라마 등을 섞어서 긴 호흡으로 만들고 긴장감을 유발하게 만들었지만 핵심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온기를 느끼고 살지 못한 항상 춥게 입고 다니는 이지안과 그런 이지안이 자신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걸 알면서도 이지안의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40대 아저씨 박동훈의 이야기가 큰 감동을 줍니다. 

제목만 보고 또 흔한 40대 아저씨와 20대 아가씨의 연애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동네 좋은 아저씨가 혼자 울고 있는 20대 아가씨를 돕는 흔하지 않은 이야기네요. 원래 이런 이야기가 흔해야 하는데 요즘 40대 아저씨가 20대 아가씨를 도와주면 이상한 눈으로 보죠. 이는 동네가 점점 파괴되는 우리들과 비슷해 보입니다.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라고 말하는 이지안.  이 대사와 비슷한 대사가 기생충에도 나옵니다.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해"
"부자니까 착한거야"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착해질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나 돈에 쫓기고 삶에 지치다 보면 나쁜 마음을 먹기 쉽습니다. 불우한 가정 형편을 견디고 성공했다는 성공 스토리만 귀담아 듣고 불우한 가정에서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건 뉴스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냅니다. 그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청년과 아이들에게 박동훈 부장 같은 온기 넘치는 착한 어른이 1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이지안이 사채 빚을 갚기 위해서 낮에 파견 근무하고 저녁에 알바를 하고 지쳐서 잠들기 전에 잠을 깨기 위해서 봉지커피 3개를 섞어 먹던 삶에서 벗어나 점심시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삶으로의 전환에는 착한 아저씨 박동훈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 아니 내가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엔딩을 가진 <나의 아저씨>
왜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줬는지 직접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넘치는 드라마입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온기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아주 좋은 드라마입니다. 배우 이지은을 거의 안 봤습니다. 흔한 아이돌 가수의 연기로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에서 이지은은 아이유가 떠올려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합니다. 이선균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니 이 드라마에서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습니다. <이태원 클래스>로 처음 보게 된 권나라의 연기 못하는 배우 연기도 너무 좋네요. 

좋은 어른이 좋은 어른을 만듭니다. 평생 좋은 어른 1명 만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보내는 10,20대 분들에게 좋은 어른 1명은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합니다. 그런 면에서 누굴 가르치기만 하려고 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우리 어른들은 과연 좋은 어른입니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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