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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지루하지만 계속 보게 되는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by 썬도그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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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라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다 맞을 겁니다. 미국에서는 중요한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 사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10월 7일 개봉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법정 드라마입니다. <어 퓨 굿 맨>,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의 각본을 쓴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인 '아론 소킨'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 및 감독을 한 영화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입니다. 

소재 자체가 국내에서 인기 없는 소재이지만 '에디 레드메인', '조셉 고든 레빗', '마크 라이런스' 등의 꽤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나옵니다. 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에 대한 미국에서의 평은 꽤 좋습니다. 

로튼토마토 92%, IMDB 10점 만점에 8점. 메타크리틱에서 75%라는 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네요.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인들의 시선이고 한국에서는 그렇게 와 닿는 소재의 영화는 아닙니다.

68년 민주당 전당대회 폭동 주동자 7명의 재판 이야기를 담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베트남 전쟁에 보낼 병사들을 뽑는 실제 뉴스 화면을 보여줍니다. 파병해야 할 미군은 많은데 병사들이 없다 보니 생일로 추첨을 해서 입대를 시킵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일입니다. 명분도 없는 전쟁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터에 가는 걸 뺑뺑이 추첨으로 보내다뇨. 미국의 60~70년대는 혼돈과 비이성적인 행동이 많은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68년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슨 대통령의 부통령인 휴버트 험프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많은 진보 청년 세력들이 시카고에 모여서 반전 시위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이 대규모 반전 시위는 폭력도 불사하지 않은 강경파 흑인 인권 정당인 흑표당(블랙 팬서)과 청소년 국제당인 Yippie 운동 창시자인 애베 호프먼과 언론인이자 비폭력을 주장하고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 분)과 예일대 졸업생이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인 데이비드 델 링거 등이 청년들의 반전 시위를 이끕니다. 

시카고 힐튼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잔디 광장을 점령하고 밤새 락 음악을 틀고 따라 부르며 반전을 외치는 평화 반전 시위를 했습니다. 문제는 시카고는 경찰국가라고 할 정도로 폭력 시위에 무자비한 대응을 할 예정으로 경찰 병력을 1만 명을 배치합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화약과 같은 상황에서 결국 사달이 나고 반전 시위는 폭력 시위로 변질되어서 수백 명의 중상자가 발생합니다. 

이 폭력 시위를 주도한 7명의 재판 과정을 담은 영화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입니다. 

공화당 닉슨 대통령의 법무장관. 정치적 재판을 하라고 지시하다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7명은 그냥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날 분위기였습니다. 법적으로 따져봐도 중형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수 정당인 미국 공화당 닉슨 대통령의 법무 장관은 사문화된 법까지 들쳐가면서 주를 넘어서 온 사람들이기에 연방 법원에 세워서 10년 형을 선고하라고 '리처드 슐츠(조셉 고든 레빗 분)' 검사에게 지시를 합니다. 열혈 검사인 리처드 슐츠는 중형을 내리기 어렵다는 소신을 말하지만 상관이 까라면 지시에 마지못해 따릅니다. 

슐츠가 걱정인 것은 이 폭력 시위가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냐 입니다. 만약 경찰이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판사가 극우에 가까운 판사를 만납니다. 

백인 히피들의 모임 같은 시카고 폭력 시위 주도자들은 '윌리엄 컨스틀러(마크 라이런스 분)' 변호사를 고용하고 무죄나 최소한 적은 형량을 받기 위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기서 의견 충돌이 있습니다. 톰 헤이든은 법을 중시하고 혁명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현실을 보자고 말하는 현실주의자이고 애비 호프먼은 혁명이라는 다소 감성적인 그러나 더 설득력 있는 말로 판사를 조롱하고 미국 법 체계를 블랙 코미디로 조롱하는 일을 서슴지 않게 합니다. 

이렇게 노선이 살짝 다르니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그럼에도 150일이 넘은 긴 재판을 잘 끌어갑니다. 문제는 8번째 인물입니다. 흑표당이라고 하는 급진적 과격 흑인 진보 정당을 이끄는 흑인 '바비 실'은 이 7명의 주동자와 잘 알지도 못하고 이 사건에 낀 자체에 대해서 불평 불만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컨스틀러 변호사가 도와준다고 해도 변호사 없이 재판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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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스토리를 깨운 정치 판사 '줄리어스 호프만'

법정에 판사가 들어오면 모두 기립을 합니다. 이는 판사에 대한 존중이죠. 판사라는 사람은 인간 중에 가장 신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고 판결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같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판단하는 건 엄청난 권력입니다. 따라서 아무나 판사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신에 가까운 판결을 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판사를 존중하는 이유이자 그들이 법정에 들어서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판사가 인간 이하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구조인 3권 분리를 철저히 유린한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사법권의 대표인 대법원장이 행정의 수장인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려서 정치적인 행동을 합니다. 판사와 검사 같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면 그 나라는 깨끗한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판사들이 몰상식한 판결을 자주 하는 걸 보면서 판사라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될 정도로 판사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을 보다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들이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할 때 그 분노는 다른 잡범들의 위법 행위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분노를 유발합니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이 지루한 소재이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바로 정치 판사인 '줄리어스 호프만' 때문입니다. 

이 호프만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법정에 2명의 호프만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시작합니다. 자신인 판사 호프만과 함께 피의자 중에도 호프만이 있다고 말하죠. 동명이인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피의자를 벌레 보듯 합니다. 특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심할 정도입니다. 흑표당 창립자인 '바비 실'이 변호사가 없어서 스스로 변호하겠다는데도 다 무시합니다. 또한 이번 시위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숱하게 외쳐도 들은 척도 안 합니다. 보다 보면 이 줄리어스 호프만 판사의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보다가 너무 열이 받아서 씩씩 거리게 됩니다. 

얼마나 이 판사가 정의롭지 못하냐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이 재판에서 정의로운 모습으로 나오는 같은 편인 '리차드 슐츠' 검사도 흑인 피고인에 재갈을 물리고 수갑을 채우는 과한 처벌에 항의를 합니다. 수시로 모니터 속의 판사 뒤통수를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영화에서 가장 이성적으로 나오는 7인의 변호사인 컨스틀러 변호사는 7인의 피고인에게 민사 재판, 형사 재판만 있지 재판에는 정치 재판이 없다고 재판 초기에 말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정치 판사 호프만을 만나고서는 이 생각을 바꿉니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이 '줄리어스 호프만' 판사 고발장 같은 영화입니다. 아쉬운 것 이 영화는 이것 말고는 딱히 흥미를 끌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극적인 반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뜻밖이긴 한데 이미 영화 <변호인>에서 본 장면과 너무 흡사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변호인>인 다소 감정을 폭발하게 했다면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는 무슨 논문이나 보고서 읽는 느낌입니다. 

시카고 반전 폭력 시위 실제 영상을 수시로 넣고 시위 장면이 있긴 하지만 눈에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래서 이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무슨 큰 의미가 있냐!라는 물음에 강하게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을 2020년 현재 느끼고 있으니까요. 이 정도는 한국 대법원과 판사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죠.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약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루하루가 현실이 영화를 이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현실이 더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합니다. 그렇다고 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가 현실을 너무 그대로 담은 것도 아닙니다. 열혈 검사, 보수지만 정의를 아는 검사로 나오는 슐츠 검사는 실제로는 영화에서처럼 피고인 7인의 행동을 옹호하는 행동도 동조하는 행동도 하지 않은 그냥 흔한 검사였습니다. 영화에서는 검사도 분노하는 판결 또는 판사임을 말하기 위해서 살짝 정의로운 모습을 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서 다루지 않지만 가장 현실주의자인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톰 헤이든'은 진보 배우인 '제인 폰다'의 남편입니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그냥저냥 볼만한 법정 드라마입니다. 엄청난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고 미국의 부끄러운 정치 판사와 보수 정권의 파렴치한 모습을 고발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정치세력과 결탁한 정치 판사를 향한 고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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