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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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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바람 부는 날에는 동대문 성곽길 걷기

썬도그 2020. 10. 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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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은 참 신기한 계절입니다. 이제 가을인가 보다고 할 때 벌써 겨울이 찾아옵니다. 인간의 기억은 참 간사해요. 편하고 행복한 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참 길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덥고 추운 여름과 겨울은 길게 느껴지고 봄, 가을은 짧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봄가을이 짧아지긴 했습니다만 지금이 가을의 정점으로 느껴지네요. 

어제는 해가 지니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더라고요.  이런 가을을 집에서만 보내야 한다면 정말 슬프겠죠. 마스크 챙기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집 근처로 작은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지하철 타고 동대문역에서 내려서 동대문 성곽길을 걸어봤습니다. 

간단한 여행이고 그냥 가을을 더 즐기고 싶어서 모든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동대문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으로 서울성곽길이 펼쳐집니다. 

여기는 지나갈때마다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드디어 올라가게 되네요. 오르고 나서 알았습니다. 이 좋은 곳을 이제야 오다니! 솜털을 찢어서 올려놓은 듯한 구름 밑으로 밝고 맑은 가을빛이 가득 내리네요. 

사진 잘 찍는 법이자 관광 잘하는 법은 목적지를 향해서 돌격 앞으로만 하지 마시고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세요. 그럼 멋진 풍광과 사진찍기 좋은 풍광이 나옵니다. 우리가 관광을 할 때 한 30%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서 버려진 풍경이 많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내려가는 사람들이 멈춰서 사진 찍는다면 꼭 돌아보세요. 

강아지풀이 가득핀 동대문 서울성곽길 언덕은 바람이 많이 불수록 낭창낭창 강아지풀이 힘껏 흔들립니다. 그 앞에서 사진 찍으면 정말 사진이 가을 가을 하겠네요. 그런데 강아지풀이 어린 시절에 본 강아지풀보다 3배 이상 큽니다. 개량종인가요? 

성곽길은 오르막길이라서 좀 숨이 차지만 헐떡 거릴 정도는 아닙니다. 마스크를 쓰고도 걸을 수 있고 계단이 있어서 쉽게 걸어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성곽길 주변에 한옥 건물들이 꽤 많이 보이네요. 

성곽길 주변에 걷기 편한 길이 있고 이 길마저도 또 보수를 해더 더 걷기 좋게 하더라고요. 서울시가 서울성곽길을 관광상품화 해서 관리를 잘하고 있네요. 조선시대에도 순성이라고 해서 성곽을 따라 도는 유람이 있었어요. 이걸 서울시가 복원하고 있더라고요. 

서울 성곽은 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을 두릅니다. 규모가 어머어마하죠. 이 성곽 안이 진짜 조선의 수도 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길이는 18.2km 높이는 평균 6m입니다. 

서울성곽길 중간중판 구멍이 있네요. 이 서울 성곽은 없는 게 참 많습니다. 수원 화성에 가면 성벽 아래에서 기어오르는 적군에게 기름이나 물을 붓거나 총을 쏠 수 있게 아래로 구멍이 나 있거나 활쏘기 좋은 사구 같은 것이 있습니다. 게다가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을 옆에서 쏘는 치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성곽이라고 하지만 방어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이걸 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성곽은 방어 목적이라기 보다는 울타리 역할입니다. 이성계 시절에는 울타리 역할이지만 세종 때 방어 역할을 넣습니다. 그러나 방어 시설이 아닌 서울성곽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막아내지 못합니다. 울타리 넘듯 한양으로 바로 넘어옵니다. 

이에 숙종은 서울성곽을 울타리가 아닌 방어할 수 있는 기능을 넣고 성곽 돌도 네모 반듯한 돌로 쌓아 올립니다. 서울성곽 중에 네모 반듯한 거대한 돌이 레고 블록처럼 잘 쌓인 곳은 숙종 때 리모델링을 한 성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의할 것은 서울시가 복원한 성곽도 있으니 하얀색 네모 반듯한 성곽은 대한민국이 올린 성곽입니다. 

성곽길 주변에 한옥들에 자꾸 눈길이 가네요. 한옥, 정확하게는 개량 한옥들은 참 아름다운 건물들인데 이걸 지키고 보전하는 일이 참 쉽지 않네요. 서울시에서 리모델링 비용 수천만 원을 지원하지만 콘크리트 건물보다 보수비용도 건축비도 많이 들어가서요. 그럼에도 이렇게 한옥을 지키고 보존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이렇게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오르고 내려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던 분들이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걷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서울성곽을 누가 지었을까요? 이 서울성곽은 조선 이성계가 한양으로 수도를 정한 후 바로 만들어졌습니다. 놀라운 점은 18.2km의 성곽을 단 98일만에 만들었습니다. 이 성곽이 그냥 평지에 있는 게 아닌 4개의 산등성이를 연결하는 성곽이라서 산 중턱이나 꼭대기에 성곽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장비도 없던 조선 시대에 98일 만에 지어집니다.

그 비밀은 인력입니다. 당시 조선 한양에 사는 인구가 10만 명인데 이 성곽 공사에 무려 20만 명이 동원됩니다. 네 맞습니다. 전국에서 농한기로 쉬고 있는 농민들을 동원했습니다. 봄과 가을 농한기에 인력을 동원해서 98일 만에 거의 다 완공합니다. 물론 공사에 대한 보상은 한 푼 없었겠죠. 정조 대왕이 수원 화성 지을 때 인건비를 줬지 그 전에는 그냥 다 차출해서 인력을 동원했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조상님들에게 큰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덕분에 이런 아름다운 성곽길이 만들어졌네요. 

성곽길 너머의 주택들이 가지런한 치아처럼 올려져 있습니다. 

이 동대문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면 낙산으로 연결됩니다. 낙산 공원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지만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이 거의 사라지자 카페들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항상 웃음꽃과 복닥거림과 수다가 가득했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웃음소리가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관광객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닙니다. 마스크를 쓴 국내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낙산공원 밑 이화마을은 참 골목이 많은 동네입니다. 어느 골목은 딱 사람 1명만 지나갈 수 있는 골목도 있습니다. 

주택가였던 이화마을은 각종 상점과 공방이 들어섰다가 최근에 관광객이 줄어들고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영업을 포기한 상점들이 꽤 많이 보이더라고요.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낙산은 노을이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노을을 볼 수 있는 카페들은 영업을 하고 있고 손님도 가득 찼습니다. 

낙산공원에 오르면 종로 도심 쪽으로 해가 넘어갑니다. 낙조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낙산공원은 젊은이들의 양지라고 할 정도로 20,30대 관광객들이 참 많습니다. 사진 찍기 좋고 저녁 노을 보기 좋습니다. 사진 출사 명소이기도 하죠. 

서울 성곽 너머 동네는 장수마을인데 성곽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또 일품입니다. 여기는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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