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4대문 안에 많은 한옥 건물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의 수도인 한양은 한양 도성을 품고 있었는데 이 한양 도성 안에 많은 한옥이 있었습니다. 그 한옥들이 전쟁과 개발로 인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한양도성 밖에도 꽤 많은 한옥 건물들이 있었습니다.
성북구 무작정 여행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동대문에서 시작해서 낙산공원까지 이어지는 한양성곽길을 걸어볼 계획이었습니다. 날이 너무 좋아서 사진 찍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한양성곽길 또는 서울성곽길 중에 가장 인기 높은 코스가 이 동대문에서 낙산 코스입니다. 동대문에서 서울성곽길을 오르다 뒤를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정말 날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네요.
코로나 시대에도 낙산은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할 정도로 20대 분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이고 대학로에서 공연도 볼 수 있고 멋진 카페들도 참 많습니다. 또한 산이라서 서울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서울 주변에 산이 참 많지만 산에서 내려다보려면 정상에 올라가야 하지 산 중턱에서 서울 전경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전망대 같은 곳만 나무가 없어서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지 대부분의 산은 나무들이 서울 경치를 가려서 볼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낙산은 높이도 낮지만 쉽게 걸어 올라올 수 있고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낙산 공원은 종로구에요. 그런데 낙산 공원을 가로지르는 서울성곽 밖으로 나가면 성북구가 시작됩니다. 낙산공원을 나와서 성곽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걸어봤습니다. 이 길은 최근에 걸었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1주일 만에 또 왔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걸어보려고 성곽길로만 걸었습니다. 가지런한 치아 같은 돌들이 멋진 성곽을 만들고 있네요.
성곽길 이야기는 따로 써야 할 정도로 운치 있고 경치가 좋았습니다.
이 풍경만 보면 수원 화성 같은 느낌입니다. 노을이 성곽 너머로 지면 하늘이 점점 붉어지다 푸르스름해지데 이때 사진 찍기 너무 좋아요. 원래 계획은 삼각대 설치하고 야경을 촬영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지려면 3시간 정도 남아서 일단 계속 걷고
걸으면서 좀 더 일찍 알았다면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성곽 밑에 있는 장수 마을도 구경하려고 했는데 성곽길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계속 걷게 되네요.
올해의 발견인 서울성곽길 성북구 장수마을. 조만간 오즈모포켓들고 마을과 성곽길을 제대로 담아봐야겠습니다.
가다 보면 369 성곽마을 마실 카페가 있더라고요. 가볍게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곳이 있네요.
서울의 골목길이 많이 사라졌는데 이 장수마을은 골목길이 가득했습니다. 성곽이 있어서 아파트를 올리기 쉽지 않아서 주택들이 가득한 동네입니다. 아마 경관 존치 지역이라서 아파트를 못 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산비탈에 지어진 집들은 골목을 품고 있고 이런 내리막길 오르막길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잘 사는지 계단 정비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네요. 큰 보도블록이 깔끔해 보이네요. 이렇게 보도블록이 깔끔한 곳들이 도시재생 지역이 많고 이 장수마을도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되었나 봅니다.
장수마을에 내리는 저녁을 담기 위해서 해가 지길 기다리려다가 성북구 커피숍에서 영화 윤희에게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한옥 지붕을 인 카페 창가에서 딸 봄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마 윤희가 이력서를 또박또박 쓰던 그 카페가 성북구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성북천을 보면서 검색을 해보니 제가 있던 곳에서 30분 거리에 있네요. 30분이면 갔다오면 되겠다 싶어서 성북천변을 따라서 걸었습니다. 성북천은 아주 작은 천인데 꽤 운치가 좋네요. 제가 사는 곳에 있는 안양천은 너무 강폭이 넓어요.
윤희에게 촬영지를 가면서 성북구를 꼼꼼하게 봤습니다. 70~80년대 지어진 듯한 박공지붕의 양옥 건물이 보이네요. 이 성북구는 부촌 지역이 있습니다. 길상사 주변에 담벼락이 사람 키의 3배 이상 높은 고관저택들이 즐비합니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오래된 집들도 많더라고요.
한양 도성 근처라서 그런지 중인들과 양반들이 살던 한옥 건물들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한옥은 주택으로 둘러 쌓여 있네요. 신기한 풍경입니다. 다른 서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골목을 걷다가 이 동네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노후화가 진행중인 한옥 뒤로 대한민국 표준 주택인 빌라와 아파트가 있네요. 한국의 주택 변천사 같네요.
종로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기와를 인 주택들이 많은데 성북구도 이에 못지않게 많네요.
이런 건물은 60~70년대 지어진 건물 같네요. 방범창이 70년대에 많이 본 그 방범창이네요.
성북구는 오래된 현대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많은 역사 서적에도 소개된 곳입니다.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 그래서 골목도 많고 노후 주택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노후주택 지역을 싹 밀고 아파트를 올리는 공사를 하는 곳도 있네요.
성북구를 걷다보니 오래된 건물들을 수시로 볼 수 있었습니다. 동네도 조용하고 오래된 건물도 많고 구경할게 많네요.
전 이런 한옥 건물들이 좋아요. 한옥만의 운치가 있거든요. 곳곳에서 한옥 골목길이 보여서 그런 골목마다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그러나 한옥 건물들이 오래되어서 재건축을 하는 곳도 많고 남은 한옥들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옥으로 다시 짓는 곳도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 갓을 쓴 분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북구 골목마다 뜬금없이 그러나 정겨운 한옥들이 많이 보이네요.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커피숍 이름은 유어커피였던 곳으로 아는데 지금은 유즈리스 어덜트로 바뀌었네요. 지도 앱에서 유즈리스 어덜트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주소는 서울 성북구 보문로 18길 25 1층입니다. 이상하게 언제부터인가 티스토리에 카카오 맵 첨부하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 안 하네요. 한옥 건물이 2개 붙어 있고 왼쪽 한옥 건물은 지붕에 방수포를 씌웠네요. 기와가 좋은 지붕재이지만 오래되면 물이 새고 이걸 막을 수 없으면 이렇게 방수포를 씌워야 합니다. 볼품은 없죠. 그러나 기와 수리하기가 쉽지 않고 돈이 많이 들잖아요. 영화 윤희에게를 돌려보니 이 방수포 지붕이 영화에도 살짝 나오네요.
윤희가 이력서를 쓴 곳은 방수포 지붕 옆 기와를 인 곳 1층입니다. 이 장면을 너무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의 억압 속에서 살던 고졸 윤희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 곳입니다. 고졸인 것도 마음 아프죠. 윤희에게 집안에서 대학을 허락 안 해줬을 것 같아요.
바로 옆에는 안암책방이 있네요. 이 건물도 재미있네요. 이런 땅콩주택 같은 개성 있는 건물들이 많으면 그 거리에서 구경하기 좋은 것들이 늘어가겠죠. 안암? 고려대가 성북구에 있었군요. 갑자기 생각났네요.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뒤로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노을 찍기로 한 장수 마을에서 너무 멀이 와버렸고 다리가 아파서 돌아가기도 쉽지 않고 그냥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정확하게는 성북구는 아니고 종로구예요.
그냥저냥 동네 구경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골목으로 사라집니다. 이 좁은 골목 뒤에 뭐가 있나 들어가 보니 미로 같은 골목길이 있네요.
신설동역 근처인데 여기도 한옥도 오래된 건물이 많네요. 곳곳에 20,30대 취향의 술집과 고깃집들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이런 허름한 아웃테리어를 가진 오래된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만 개조한 맛집과 카페들이 많더라고요.
종로와 성북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골목과 한옥 풍경이네요. 다음에 또 찾아와야겠습니다. 골목구경 동네 구경 잘하다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