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매주 1편 이상의 개봉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지 않네요. 그럼에도 최근에는 서서히 개봉 예정된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습니다. 개봉 영화들을 소개하는 영화 리뷰어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유튜브에 가면 정말 다양한 인기 영화 리뷰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인기 영화 리뷰 유튜버 중에 오래된 영화 그러나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버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영화나 음악이나 오래된 것이 더 좋을 때도 많고 국내에 소개가 안 되었지만 뛰어난 영화들도 있고 국내 개봉을 했지만 작게 개봉해서 사라진 좋은 영화들도 많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OBS에서 방송하는 '전기현의 씨네뮤직'
매주 토요일 오후 9시에 OBS에서 방송하는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이미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유명한 방송이자 인기 방송이지만 저는 작년에 처음 알았습니다. TV를 거의 안 보고 살다 보니 이런 방송이 있는 줄을 몰랐네요. 제가 주로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얻고 영화 좋아하는 이웃들도 많지만 이 방송을 소개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방송이 맞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방송이라기 보다는 중노년 분들이 좋아하는 방송이라서 그런지 소개를 하는 글을 못 봤네요. 뭐 알고 있어도 굳이 특정 방송을 소개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한몫했을 겁니다. 이 방송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이 흘러간 옛 영화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렇다고 클래식 명화들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주제로 과거부터 최신 영화까지 다 다루고 있습니다.
진행자는 전기현입니다. 전기현은 90년대에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방송학과를 전공하고 현재는 팝 칼럼니스트 및 음악 PD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6시~8시 사이 KBS 클래식 FM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이 방송을 들었는데 진행자의 목소리에 바로 반했습니다.
전기현의 목소리는 목소리에 꿀을 발라 놓았냐고 할 정도로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특색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만 틀어주는 음악 다방 DJ 느낌이라고 할까요? 독특하고 세련된 목소리로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런 라디오 방송도 있구나 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주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지만 영화음악을 좋아하고 영화음악 방송을 진행해서 그런지 영화 음악도 자주 소개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모 영화음악 라디오 방송보다 더 영화음악 선곡도 소개도 잘합니다.
최근 영화들이 영화음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영화 속에서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제가도 영화가 다 끝나고 자막 올라갈 때 나오고요. 영화 중간에 노래를 삽입해서 두 주인공의 감정을 끌어 올리게 하는 용도로 활용도 잘 안 하더라고요. 특히 로맨스 영화는 적극 활용해도 좋은데 요즘 트렌드라서 그런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음악을 많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시기가 70~90년대였습니다. 이 시절에는 영화가 빅히트를 하면 동시에 영화 음악도 빅히트를 해서 영화 O.S.T 앨범이 앨범 판매 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더티댄싱>과 <보디가드>와 <시네마 천국>입니다.
최근 작고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영화음악을 참 잘 만들었습니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의 주제는 영화음악입니다. 다른 영화 방송과 다르게 영화 속에 사용된 음악을 자르지 않고 다 소개합니다. 그렇다고 영화음악이 메인인 방송도 아닙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영화들을 약 3~4편씩 소개합니다.
주제도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청자가 제안한 주제를 가지고 관련된 주제의 영화들을 소개하고 그 영화에 사용한 영화 음악을 소개합니다. 전기현의 영화 소개는 감히 말하지만 국내 최고입니다. 목소리 자체도 차분하고 나긋나긋해서 귀에 쏙쏙 박히지만 2시간 짜리 영화를 10분 내외로 압축 소개하는 내용도 참 좋습니다. 영화를 다 본 느낌이 들 정도로 소개도 참 잘합니다.
7월 18일 방송한 '엔니오 모리꼬네' 추모 방송은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방송이 아름답다는 말로 소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엔니오 모리꼬네'팬이지만 국내에 상영한 영화 O.S.T만 알고 있었는데 이 방송을 통해서 국내에 상영을 안 한 영화 속에서도 아름다운 모리꼬네의 음악을 담아서 소개를 해주네요. 이 방송이 좋은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했지만 너무 아름다운 해외 영화들을 수시로 소개합니다. 보고 있으면 저 영화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죠. 2014년 개봉한 '산타모니카 인 러브'라는 영화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기현의 씨네뮤직'을 통해서 보니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좋은 방송을 보고 싶으면 토요일 오후 9시에 OBS를 통해서 볼 수 있지만 다시보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obs.co.kr/new/program/cinemusic/?code=vod&mt=bbs
아쉽게도 과거 방송은 볼 수 없고 최근 4주 방영분만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 때문이라고 하네요. 가능하면 지난 방송 모두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내용은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거든요. 올해로 9년 째이고 내년이면 방송 10년 째인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클래식 음악처럼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입니다.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이 또 하나의 현재입니다. 우리는 앞만 보고 살지 우리고 보지 못한 과거를 재발견하면서 현재를 돌아봅니다. 그런면에서 흘러간 영화, 잊고 있었던 영화, 처음 알게 된 오래된 영화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전기현의 씨네뮤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