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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사춘기 방황을 잘 담은 일본 애니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by 썬도그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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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신작 영화들이 거의 없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없지만 극장 개봉 영화도 볼만한 게 없네요. 몇 주 전에 한 일본 애니를 유심히 봤습니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라는 일본 애니인데 제목이 독특해서 봤지만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흔한 일본 청소년 물로 느껴졌습니다. 

이리저리 볼 만한 넷플릭스 영화를 찾다가 볼게 없어서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를 봤습니다. 15분 안에 재미가 없으면 바로 다른 영화로 바꾸려고 했는데 이 애니 작화가 꽤 인상적입니다. 

감독은 개구리중사 케로로 극장판을 만든 '사토 준이치'입니다. 그러고 보니 애니 캐릭터가 간단명료한 것이 게임 캐릭터 느낌이 강해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보다 보니 생각보다 표현력이 좋고 깔끔하고 청아한 느낌이 꽤 좋네요. 지브리 애니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보급형 지브리라고 할 정도로 꽤 깔끔하고 청아한 느낌의 애니 작화네요. 

나쁘게 표현하자면 개성이 많지 않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사춘기 소녀 미우 고양이 변신 가면을 쓰다.

내용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냥 흔한 사춘기 시절에 겪는 마음 고통을 담은 흔한 일본 청소년물 애니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잔잔바리 하고 일상의 떨림을 잘 담는 것이 일본 영화와 애니의 특색이라서 좀 질리는 면도 있지만 워낙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담고 정제하는 기술이 좋아서 매번 보면서도 또 감동하게 되네요. 마치 매일 비가 내리면 질리지만 가끔 내리면 비가 주는 정감은 그때마다 또 다르니까요. 

중학생인 미요는 새엄마와 같이삽니다. 같이 살면서 모나거나 새엄마와 싸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항상 밝게 웃으면서 대합니다. 미요에게는 단짝인 요리가 있습니다. 둘은 초등학교때부터 친구로 지내서 가면을 벗은 속마음까지 잘 압니다. 미요는 활달함이 과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칩니다. 미요의 별명은 '무한 게이지 수수께끼 인간'을 줄여서 무게라고 불립니다. 애니에서는 미요라는 이름 대신 무게로만 나옵니다. 

무게는 같은 반 남학생인 히노데를 좋아합니다. 무게의 꿈은 히노데와 함께 일출을 보는 것이 꿈입니다. 무게는 히노데를 좋아하는 걸 숨기지 않습니다. 장난스럽게 다가가서 히노데를 골려주면서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보여주지만 히노데는 이런 행동이 장난으로만 받아들입니다. 까불이인 무게는 수시로 히노데 근처에서 히노데를 향한 마음을 담은 행동을 하지만 내성적인 히노데는 자신과 성격이 너무 다른 무게를 부담스러워합니다. 

무게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 친엄마와 헤어지고 새엄마랑 사는 것이 짜증스러웠던 무게 앞에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나더니 가면을 하나 줍니다. 그 가면을 받고 집에 온 무게는 가면을 쓰자 고양이로 변신을 합니다. 고양이로 변신한 무게는 히노데를 찾아가고 히노데는 타로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무게는 히노데를 짝사랑하지만 히노데 앞에 당당하게 말을 하지 못합니다. 새엄마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척 하지만 그건 진짜 무게의 표정이 아닙니다. 무게는 고양이 가면을 쓰고 보여주기 위한 표정, 남을 위한 표정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무게가 진짜 안에 있는 표정을 짓고 자유롭게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때는 중의적으로 고양이 가면을 쓰고 고양이 타로가 될 때뿐입니다.  

타로로 변신해서 히노데 집에 놀러가는 것이 유일한 사는 재미인 무게. 그런 무게에게 새엄마는 가식적인 표정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자 폭발을 합니다. 다들 이기적이라면서 자기 보고 가식적인 표정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고양이 가면을 쓰고 집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무게는 고양이가 떠돌다가 마침 찾아온 친엄마와 새엄마가 서로 싸닥을 날리는 모습과 히노데에게 쓴 고백 편지를 들은 히노데가 무게를 싫어한다고 하는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인간 세계에서 자신을 좋아해 주고 위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서 고양이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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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고양이가 되기로 한 무게

고양이 가면 장수는 고양이가 되고 싶은 무게를 알아 봅니다. 고양이로 변신하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지 않던 무게 얼굴에서 떨어진 인간 가면을 들고 사라집니다. 무게가 사라지자 새엄마와 아빠 그리고 단짝 친구 요리 그리고 히노데까지 무게를 찾아 나섭니다. 무게를 찾으러 비 오는 중에 이리저리 무게를 찾아다니는 히노데 어깨 위에는 타로가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타로로 변신한 무게는 히노데의 고백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히노데의 진심을 서서히 알게 됩니다. 다시 인간이 되고 싶어서 고양이 가면 장수에게 말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한 무게를 보게 됩니다. 새엄마가 키우던 고양이가 자신의 인간 얼굴을 쓰고 무게 행세를 하게 됩니다.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고양이 가면을 쓰다'라는 일본 관용어입니다. 본심을 숨기다는 이 관용어 자체가 이 애니의 핵심 주제입니다. 사춘기 시절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왕따가 된 미요는 자신의 슬픔을 감추기 위한 고양이 가면을 씁니다. 슬픔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조증에 가까운 활달함을 남들 앞에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슬픔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위장술입니다. 

이 위장은 진짜가 아니기에 매일 매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되면 보고 싶은 히노데를 마음껏 볼 수 있고 심지어 히노데의 사랑을 담뿍 받을 수 있습니다. 가짜 표정과 행동도 부모님의 잔소리도 왕따도 없습니다. 그렇게 무게는 점점 고양이 세계로 발을 뻗는 무게에게 온기 있는 손이 무게의 어깨 위에 살짝 올려집니다. 

사랑이 어른을 만든다고 말하는 애니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사람은 사랑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날 사랑하는 사람이 1명도 없다면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해서 세상에 대한 미련을 점점 잃게 됩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게 부모든 사회든 선생님이든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수 많은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고 있습니다. 충분히 사랑을 받아도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죠. 이런 시기를 보통 우리는 사춘기라고 합니다. 사춘기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보니 세상을 부모님이나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내 자아의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자아란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선이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부모의 품을 나와 처음 나는 새처럼 홀로서기를 하는 무게에게 필요한 건 사랑입니다. 사랑의 바람으로 양 날개를 들어 올려서 날아야 하는데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된 후 알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위하고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는 새엄마가 키우는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니 후반에는 사람에서 고양이로 변신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고양이 성채가 나옵니다. 무게는 다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고양이 가면 장수를 찾으러 이 성채에 도착합니다. 이 성채에는 한 때 인간이었지만 고양이로 변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애니 후반의 이 고양이 성채 장면은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의 느낌도 살짝납니다만 그 규모나 화려함을 넘어서지는 못합니다. 워낙 지브리가 독보적이라서 넘볼 수 없다고 치면 꽤 수준 높은 작화와 규모를 제공합니다. 다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신선한 면이 없고 이전의 일본 애니와 드라마에서 본 살면서 느끼는 기쁨과 감동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별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지 넷플릭스 애니치고는 꽤 잘 만들어서 좀 놀랬습니다. 그런데 이 애니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네요.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는 극장 개봉을 예정했던 애니인데 코로나 19로 개봉이 불확실해지자 넷플릭스에 판권을 판매해서 전 세계에 공개했네요. 어쩐지 작화 퀄리티도 뛰어나고 내용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고양이 가면을 쓰다라는 속내를 숨기는 관용어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꽤 매끄럽게 잘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함께 보면 딱 좋은 애니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피곤하고 어렵더라도 고양이 가면을 벗고 인간 세상을 똑바로 보면 느껴지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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