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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시간 사냥에 실패한 졸작 사냥의 시간

by 썬도그 2020.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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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가 <사냥의 시간>입니다.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내리기 전에 개봉을 했다면 영화관에서 봤겠지만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에 공공장소들이 폐쇄되고 영화관은 상영 중단은 하지 않았지만 개봉해봐야 관객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배급사들이 영화 배급을 취소하고 연기하면서 개봉하는 영화가 확 줄었습니다. 주말 전국 관객 동원 1위 영화 관람객 수가 1만 명 대라고 하니 얼마나 처참한 수준으로 관객 하락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코로나19 사태에 개봉을 대기하고 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은 일단 개봉 연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염병 사태가 잦아들지 않자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안타깝게도 영화관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차선책으로 개봉을 합니다.

해외 판권 문제 때문에 한 차례 실강이도 했지만 4월 23일 넷플릭스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이런 영화를 해외에서 판매하려고 했나? 할 정도로 졸작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국내 개봉했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참 못 만들었습니다.  

잿빛 하늘로 덮힌 암울한 한국에서 사는 4명의 청년

영화 <사냥의 시간>의 대안 역사극 느낌의 근미래 한국입니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경제가 파탄 났습니다. 하늘은 잿빛이고 거리에서는 연일 파업과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랑자들이 가득하고 서울 전체가 슬럼화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상점들은 폐업한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여기에 총기를 이용한 은행 강도가 빈번할 정도로 총기 사용도 어느 정도 자유롭습니다. 연일 원달러 환율은 올라서 급기야 정부에서는 환전을 금지합니다. 현금은 받지 않고 마약쟁이들이 거리에 넘칩니다. 쉽게 말하면 현재의 미국 느낌입니다. 이렇게 암울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4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준석(이제훈 분)은 리더로 보석상을 털다가 혼자 뒤집어 쓰고 감옥에서 막 출소했습니다. 자신이 끝까지 불지 않아서 준석이 훔친 돈으로 먹고살았던 장호(안재홍 분)와 기훈(최우식 분)은 출소하는 준석을 맞이합니다. 준석은 자신이 훔친 돈을 달라고 하자 그 돈은 환율이 올라서 휴지가 되어가고 있고 그마저도 환전이 안 된다며 암울한 현실을 알게됩니다. 준석은 고민을 합니다. 이에 진지한 표정으로 현금이 있는 2곳 중 하나인 도박장을 털자는 제안을 합니다. 이 일에는 도박장에서 서빙을 하는 상수(박정민 분)을 끌어들입니다. 상수는 준석에게 갚을 돈이 있는데 그 돈을 빌미로 함께 도박장을 털 계획을 세웁니다. 

이 4명의 20대 청년들의 모습은 현재의 20대의 실업 문제를 확대 해석한 느낌입니다. 영화 속만큼은 아니지만 기성세대가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 현재 한국에 사는 20대와 영화 속 4명의 20대가 오버랩됩니다. 

감독은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미래가 없는 4명의 청년들은 도박장을 털고 그 돈으로 대만에서 사는 꿈을 꿉니다. 그렇게 4명의 청년은 총으로 무장하고 도박장을 털고 나옵니다. 도박장을 터는 과정에서 과감하고 화려한 액션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없습니다. 총 3번 천장에 쏘고 끝입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이 영화가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바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아! 이 영화 감독이 윤성현이네요. 2011년 각종 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잔뜩 받았고 저도 참 좋아하는 영화 <파수꾼>을 만든 감독이시네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 <파수꾼>에서 출연한 이제훈, 박정민 그리고 조성하 배우가 이 영화에서도 나옵니다. 박정민과 이제훈의 멱살 잡이 장면은 영화 <파수꾼>을 연상시켰고 실제 이 영화가 <파수꾼>의 확장판이 아닐까 할 정도로 두 영화의 결이 비슷합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액션 장면이 많지 않고 총을 들고 나오지만 총격전이 생각보다 적고 그 총격전마저도 재미가 없습니다. 총격 장면을 누가 연출했는지 참 연출 못합니다. 물론 이 영화가 추구하는 주제가 총격 액션이 아닌 출구가 없는 20대 청년을 총을 들고 저항하는(?) 모습으로 담은 암울한 청춘 드라마인 것을 감안해도 총격 장면 연출이 너무 재미없습니다. 총기 소리나 탄피 떨어지는 소리는 일품인데 액션 전체가 흥미롭지도 재미있지도 세련되지도 못하네요. 영화 중반이 지나면 <사냥의 시간>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헛깔리기 시작합니다. 

20대 청년 4명이 턴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CCTV 영상이 담긴 하드디스크도 털었습니다. 이 하드디스크에는 VIP들의 불법 거래 장면이나 도박 장면 등등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장면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 하드디스크 회수를 위해서 한이라는 킬러가 이 4명의 청년을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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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격이 이 영화의 핵심 내용입니다. 4명의 청년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터미네이터 같은 킬러 한의 추격이 시작됩니다. 박해수는 영화 <양자물리학>에서 처음 봤는데 이 영화에서는 180도 변신해서 습기 하나 없는 킬러 연기를 제대로 합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한이 이 4명의 청년을 추격하는 내용이 1시간 이상 나옵니다. 영화를 보다가 영화 제목을 잠시 생각해보니 그럼 한이 주인공이고 4명의 청년이 사냥감인가?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영화에 대한 정나미가 뚝뚝 연속 하한가를 치기 시작합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정도로 이상한 영화가 되어갑니다. 영화 <파수꾼>처럼 출구 없는 20대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담은 영화인가 싶다가도 무시무시한 킬러 한이 주인공일까? 정체성이 희미해지기 시작합니다. 

킬러 한은 한번 물은 사냥감은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4명의 청년에게서 하드디스크를 회수한 이후에도 이들을 추격합니다. 경찰에 잡히지만 고위층과 연줄이 있는지 금방 풀려납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점점 자욱한 안개속으로 들어갑니다. 액션 영화도 아니고 사회 고발 영화도 아니고 감독 윤성현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고 맙니다.

이런 감독이 또 있습니다. 영화 <한공주>로 주목을 받았던 이수진 감독은 독립영화로 성공하고 상업영화를 만들었는데 너무 자기 멋을 부리다가 일부러 대사가 안 들리게 만들었다는 다소 당혹스러운 연출로 영화의 재미를 뚝 떨구었습니다. 물론 그 자체가 놀라운 시도라서 일부 영화 마니아에게서는 놀라운 연출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영화에서 너무 감독 멋이 가득한 시도라서 철저하게 망했습니다. 이는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연출이죠. 물론 대중 입맛에만 맞는 기획 영화가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중도 생각해 줘야 합니다. 영화가 관객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요?

파수꾼으로 큰 인기를 끌고 주목 받은 윤성현 감독도 비슷한 길을 걷습니다.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를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양아치 같은 20대 청년들이 한탕하고 튀려다가 잔혹한 킬러에게 쫓기게 된다는 자체에서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터미네이터의 헬조선 버전이라고 하기에도 영화는 쫓기는 청년들도 쫒는 킬러 모두 집중할 수 있는 스토리가 없습니다. 

시간 사냥에 실패한 사냥의 시간. 그럼에도 2부 예고?

경박단소한 세상 하나에만 집중하고 디테일만 잘 살려도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그리고 싶은 세계관은 알겠습니다. 암울한 헬조선에서 20대 청년들이 이상향을 꿈꿀 수 있는 방법은 한탕하고 튀는 것 밖에 없는 듯한 지옥도를 그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럼 그걸 잘 그리면 되는데 갑자기 어마 무시한 킬러 한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주인공을 투입합니다.

왜 한이 이들을 살벌하게 추격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나오지 않습니다. 터미네이터처럼 그냥 마냥 추격합니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는 단순한 미션이라도 있었지만 한은 목적을 완료해놓고도 사냥감을 재미삼아서 추격합니다. 그래서 준석을 잡고서도 5분 시간 줄테니까 튀라고 합니다. 

한이라는 인물이 태어난 과정 설명도 없습니다. 더 웃긴 것은 이 한이 준석의 감빵 형님이자 자신에게 무기를 제공해준 무기상을 죽이는데 그 무기상 형이 이 한을 추격합니다. 이 모습에 한 숨이 절로 나오네요. 이건 뭐 하자는 이야기인지. 

그나마 볼만한 건 라스트 5분입니다. 마치 2편를 예고하는 듯한 모습으로 끝나는 모습에 더 황당했습니다. 1편이 성공해야 2편이 있는 건데 2시간 14분 투자해서 시간을 사냥할 줄 알았는데 2시간 14분 거의 다 지날 때쯤에 이건 연습게임이야라는 소리 같더군요. 

<사냥의 시간>은 시간 사냥에 실패했습니다. 4명의 한국 영화계에서 뜨고 있는 청년 배우들의 얼굴 보는 재미빼고는 볼만한 이유가 거의 없네요. 강력히 비추천합니다. 원했던 액션은 없고 9할은 쪼고 1할 쏘는 액션도 넌더리가 나네요. 시종일관 쪼기만 합니다. 쪼고 쏘고 쪼고 쏴야 긴장감이 있지 이건 시종일관 쪼기만 하네요. 쪼다가 질려버리게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가 동앗줄을 내려준 것을 감사해 해야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스토리 사냥도 액션 사냥도 시간 사냥도 모두 실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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