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거짓이 세상에 난무하니 정직이 차별화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 '와썹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GOD 출신의 박준형이 거침없는 솔직한 입담과 재미있는 자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와썹맨의 솔직함을 2시간으로 연장한 영화가 바로 <정직한 후보>입니다.
코로나 19 사태에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
2월 12일에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 사태가 폭발하기 바로 전에 개봉을 했습니다. 2월 21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터지면서 영화관은 초토화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잠시 영화관에 들렀는데 새로 개봉한 영화들이 반도 안 되고 재개봉하는 영화들이 더 많아서 무슨 DVD 방 같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가 바로 여행, 항공, 카페, 식당과 바로 영화관입니다. 결국 CGV는 많은 영화관을 휴관하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영화 좋아하는 저도 영화관을 피할 정도니까요. 그나마 <정직한 후보>는 직격탄은 피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개봉 예정작들이 다 개봉을 연기하다가 결국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등 많은 영화들이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도 몰라서 계획도 잡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직한 후보>는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지 않았어도 쉽게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영화가 재미있습니다. 특히 라미란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애드리브와 개방정의 대가답게 몸과 대사로 수시로 잘 웃깁니다. 웃음 타율이 꽤 높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거짓말을 못하는 4선 의원을 통한 정치판을 비꼰 블랙 코미디 <정직한 후보>
<정직한 후보>는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 전에 개봉한 전형적인 기획 코미디 영화입니다. <정직한 후보>는 하나의 상황을 끝까지 이어가는 콘셉 유머 영화입니다. 그 콘셉이란 가장 정직해야 할 사람들인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현실을 뒤집어서 거짓말을 못하는 정치인이라는 형용 모순을 배치합니다.
여러 직업 중에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직업이 사기꾼과 정치인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의 전 국회의원, 구청장을 봐도 거짓말을 참 잘합니다. 다만 그 거짓말이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 퇴임 후에 드러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뭐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현역 국회의원들의 대놓고 하는 거짓말을 매일 같이 봅니다.
주상숙(라미란 분)은 3선 의원으로 4선에 도전합니다. 주상숙은 초선 때의 초심을 다 잃고 능구렁이 국회의원을 넘어서 거물주인 건설회사 회장을 낀 부정부패가 일상인 저질 정치인입니다. 이 주상숙 3선 의원을 그나마 버티게 해 주고 각종 안 좋은 스캔들을 막아주는 건 박희철 보좌관(김무열 분)입니다.
주상숙 의원은 4선에 도전하기 위해서 폐지 주운 돈 수십 억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친할머니 김옥희 여사(나문희 분)를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고 보험 소송을 하는 청렴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위장하빈다. 이런 범죄급 거짓말에 실망한 친할머니 김옥희 여사는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하늘에 빕니다. 그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백수인 남편과 함께 정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대권의 꿈을 솔직히 밝히고 각종 질문에 솔직하게 말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비리 연루된 사건에도 솔직하게 말하며 유권자를 섬기는 것이 아닌 유권자가 자신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모두가 부자 되게 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 말합니다.
이런 변화에 놀란 것은 주상숙 의원도 놀라지만 남편에게 대놓고 백수라고 말하고 시부모에게도 대놓고 진실만 말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온갖 치부를 다 드러내면서 주상숙은 몰락하게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좌관 박희철이 겨우겨우 수습을 합니다. 그리고 선거 전략의 귀재인 이운학(송영창 분)을 영입해서 이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 주상숙을 케어하게 합니다.
이운학은 이렇게 된 거 솔직한 정치인, 정직한 후보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솔직함을 무기로 다시 뛰기 시작하고 주상숙의 진솔하고 솔직하다 못해 심한 직설과 속마음 내뱉음은 오히려 지지율을 더 끌어 올리는 기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친할머니가 살아 있음이 발각되면서 주상숙 의원은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라미란 원맨쇼 같은 영화 <정직한 후보>
라미란은 씬 스틸러 조연으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만년 조연 배우로 라미란만 나왔다하면 그 시퀀스를 라미란이 다 씹어 먹습니다. 주인공이랑 라미란이 붙어도 주인공보다 라미란의 입을 더 주목하게 됩니다. 뛰어난 연기와 애드리브와 생활 연기와 코믹 연기는 국내 톱클래스입니다. 가끔 라미란이 나오는 코미디 영화를 보면 차라리 라미란이 나오는 장면을 2시간으로 늘리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가 보수적이라서 한번 조연인 배우는 주연이 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라미란이 주연이 됩니다. 2018년 <걸캅스>에서도 주연을 하긴 했지만 2명이 주연이었다면 이 <정직한 후보>는 단독 주연입니다. 김무열이나 여러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워낙 라미란이 독보적이어서 라미란만 보입니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 원맨쇼라고 할 정도로 라미란의 연기가 시종일관 입꼬리를 올라가게 합니다. 특히 애드리브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애드리브 수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거짓말 못하고 팩트 폭격질을 하는 라미란에게 남편이 뽕 맞았냐?라는 대사에 손으로 가슴을 덮습니다. 순간 풉하고 뿜었네요. 남편이 말한 뽕하고 브래지어의 뽕하고 다른 의미지만 같은 단어인데 이걸 살립니다. 역시! 라미란이라고 할 정도로 라미란은 표정과 대사로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이라는 모순을 웃음으로 잘 이끌어냅니다.
이 역은 라미란만이 할 수 있고 라미란 아니면 이렇게 잘 살릴 수가 없습니다.
라미란에 있고 스토리는 진하지 않던 영화 <정직한 후보>
한국 영화 특유의 코믹으로 계속 관객을 때리다가 후반에 감동 모드로 전환하는 식상한 흐름을 <정직한 후보>도 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대박난 코미디 영화는 신파와 억지 감동 코드를 제거하는 트렌드인데 영화 <정직한 후보>는 여전히 선 코미디 후 감동 드라마를 넣었습니다. 다만 후반 감동 드라마가 너무 작위적이고 인위적이어서 잘 작동하지 않아서 오히려 영화에 도움이 됩니다.
스토리가 단순합니다. 단순해서 라미란의 연기에 더 기대고 그 기대 이상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라미란 때문에 영화 <정직한 후보>는 무너지지 않고 2시간을 달립니다. 보다 보면 인기 유튜브 채널 와썹맨을 보는 느낌도 주네요. 입과 눈은 웃고 있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약한 점은 무척 아쉽네요.
전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을 통해서 정치인들를 비꼬는 블랙 코미디를 담을 줄 알았지만 그 농도가 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감동 스토리를 잘 엮어서 정치인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진하게 담지 않습니다. 뭔가 뜨드 미지근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스토리가 진하지 않은 것 라미란의 맹활약도 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코미디 영화 기근의 시대에 코로나19로 웃을 날이 없는 이 하수상한 시절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정치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라미란만 보이는 정치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