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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이음동의어인 추억을 진하게 담은 애니 추억은 방울방울

by 썬도그 2020.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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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다시 찾아본 애니가 <추억은 방울방울>입니다. 지브리 애니들을 보면 판타지가 가득한 애니가 있는가 하면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적인 묘사와 이야기로 담은 애니들이 있습니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이걸 왜 애니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큐멘터리 같은 애니입니다. 환상의 장면 대신 약간의 상상의 장면은 있지만 이야기 전체는 한 편의 단편 소설 또는 에세이 느낌입니다. 따라서 호불호가 크게 갈립니다. 조용한 애니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지만 일본 특유의 뛰어난 감수성이 좋다면 추천합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 애니를 지루하지 않게 보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추억입니다. 

기억은 다르지만 추억은 항상 비슷하다고 말하는 추억은 방울방울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27살 다에코는 형부의 고향인 야마가타로 여름 휴가를 떠납니다. 작년에도 10일간의 긴 여름휴가를 야마가타에서 보낸 다에코에게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다에코는 호기심이 참 많아서 여러 가지를 참 궁금해합니다. 그 궁금함은 홍화꽃으로 염료를 만드는 것까지 이릅니다. 

그렇게 두 번째 여름휴가도 야마가타에서 보내기 위해서 준비를 합니다. 이 여름 휴가 여행에는 또 하나의 여행이 동참합니다. 바로 다에코의 초등학교 5학년 추억 여행입니다. 

우리들의 기억은 우리들의 이름처럼 다 다릅니다. 그러나 추억이라는 단어로 바라보면 참 비슷비슷합니다. 이음동의어라고 할까요? 애니 <추억은 방울방울>은 그 추억이라는 공감대를 담은 이야기가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갑니다. 

어린 초등학교 5학년인 다에코는 근엄한 아버지와 2명의 언니와 할머니와 사는 도쿄의 평범한 집입니다. 때는 1969년인데 한국의 70년대 말 80년대 초 풍경이라고 할 정도 부국인 일본의 모습이 살짝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초등학생인 다에코가 학교 급식을 남기지 못하게 하자 짝꿍과 급식 음식을 바꿔 먹으면서 서로 급식을 다 먹는 모습이나 파이애플 먹는 모습입니다. 

한국에서 학교 급식이 처음 시작된 것이 1982년으로 시작됩니다. 제가 다니던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는 급식시범학교로 지정되어서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빵 하고 국 하고 트라이 등을 교실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1969년에 이미 급식을 시행했던 도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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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추억은 방울방울>은 다에코가 겪은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추억의 앨범을 농촌 생활 중간 중간 꺼내 듭니다. 이 추억 여행에는 공감이 가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 파인애플 먹는 장면입니다. 식구들과 함께 온천 여행을 갔다 오다가 다에코가 아버지를 졸라서 당시에는 보기도 먹기도 희귀한 파인애플을 사 왔는데 먹는 방법을 모릅니다. 다음날 큰 언니가 먹는 방법을 알아와서는 온 식구가 모여서 먹는데 과일의 왕은 바나나라면서 좀 먹다가 내려놓습니다. 

정말 공감 가는 장면입니다. 파인애플을 아이스바나 가공 주스로 마시면서 파인애플이 과일의 제왕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파인애플은 그 맛보다 못합니다. 이와 함께 첫사랑이나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흔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깁니다. 

이 추억 놀이가 어느 세대까지 공감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부분이 공감 가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소재 자체가 너무 흔한 맛이라서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이 애니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공감 놀이만 있을 뿐 그걸 통해서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가 거의 없습니다. 

다에코의 추억 여행만 볼만할 뿐 농촌에서의 여름휴가는 너무 지루하다

1991년 제작된 애니 <추억은 방울방울>은 지브리 스튜디오를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설립한 '다카하타 이사오'감독의 작품입니다. 대표작으로는 1978년 <미래소년 코난>과 1988년의 <반딧불이의 묘>, <빨간 머리 앤 : 네버엔딩 스토리>등이 있습니다. 이 <추억은 방울방울>은 아사오 감독의 대표작들에 비하면 너무 지루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의 추억 여행은 다에코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수채화 빛 배경으로 그려져서인지 생기가 넘칩니다. 그러나 농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네는 다에코의 모습은 흥미가 뚝 떨어집니다. 홍화씨로 염료를 만드는 장면을 애니로 정밀 묘사하는데 그 뛰어난 묘사력에 놀라면서도 이걸 왜 애니로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돈이 많으니까 이런 별 흥미도 없는 이야기를 애니로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합니다.

게다가 가끔 유치한 장면이 튀어나올 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게도 합니다. 뜬금없이 E.T의 손가락 키스라든지 퓨마 운동화 사달라는 10대 소녀의 말에 퓨마가 그려지는 등 뜬금없는 장면이 나오네요. 

애니 <추억은 방울방울>은 다에코의 농촌에서의 삶과 그곳에서 떠올리는 초등학교 5학년 추억 이야기를 꺼내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차라리 추억 이야기를 9할로 확장하고 농촌 이야기를 확 줄였으면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농촌 청년 토시오와 함께 농촌 생활을 하면서 그의 매력에 빠지는 설정을 가지지만 그 보다는 농촌 생활의 목가적인 풍경만 담고 있습니다. 

가끔 토시오를 통해서 농촌의 위기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게 크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스토리가 많이 빈약합니다. 마치 한 여성이 자신이 겪은 초등학교 추억을 애니로 담은 느낌입니다. 이게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래서 이 애니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추억 이야기 말고 그 이상의 이야기나 메시지나 이야기가 주는 흥미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시절 다양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내 추억의 얼굴들을 비추어 보는 힘은 아주 좋은 애니가 <추억은 방울방울>입니다. 보다 보면 초등학교 시절 나와 웃고 떠들고 즐거워했던 그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사진 앨범처럼 넘겨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무엇이든 처음이었던 그 시절, 처음 경험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아련함이 좋은 애니입니다. 이 <추억은 방울방울>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작화입니다.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다에코의 얼굴 표정이 변하는데 그 변화하는 모습이 실제보다 더 실제 같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묘사를 합니다. 농촌 풍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사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정밀한 묘사력이 뛰어난 애니입니다. 

그런데 추억이라는 것도 떠올리는 시기가 따로 있는 건지 이 애니를 처음 봤던 20대에는 추억에 뭉클해하면서 참 재미있게 봤는데 나이를 훌쩍 먹고 중년이 되니 초등학교 시절 추억이 많이 사라지고 점점 감흥도 떨어지네요. 그래서 다에코처럼 20대나 30대 분들이 보면 초등학교 순수했던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애니입니다.

애니를 보다 보면 성인 다에코의 팔자 주름이 참 거슬립니다. 팔자 주름이 그려지니 무슨 할머니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성인 장면이 더 별로 였습니다.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20대에 팔자주름이 생기는 아이가 되다니. 솔직히 실망스러웠는데 이게 일부러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다에코의 성우 이마이 미키의 모습에서 참고했다고 하는데 참 쓸데없는 것까지 고증했네요. 

볼만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추억 장면은 한순간에 수채화 빛 추억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별점 :

40자 평 : 추억이 방울방울 올라올 때만 빠져드는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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