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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비행기 낭만 시대의 아나키스트를 담은 애니 붉은 돼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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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낭만 시대의 아나키스트를 담은 애니 붉은 돼지

썬도그 2020. 2. 8. 21:31

넷플릭스가 지난주부터 일본의 대표 문화 콘텐츠 중 하나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를 공개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천공의 성 라퓨타>, <추억은 방울방울>, <붉은 돼지>, <바다가 들린다>, <게드 전기 어시스의 전설>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지브리의 모든 애니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70~90년대 지브리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네요. 이 중에서 <게드 전기 어시스의 전설>만 보지 못하고 다른 애니들은 다 봤던 애니입니다. 

봤던 애니도 영화도 책도 10년 단위로 다시 보면 색다르게 다가온다고 하죠. 영화는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경험이 쌓이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나이가 변해서 영화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그래서 본 영화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혐오스러워 돼지가 되다

1992년 제작된 <붉은 돼지>는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고 너도나도 보고 싶어하는 애니였습니다. 그러나 1992년 당시는 일본 문화를 개방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일본 문화를 막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일본 장교 출신인 대통령을 지나 머리가 벗겨진 청와대 금고의 금괴를 턴 대통령을 지나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되었지만 IMF로 나라 말아드신 대통령까지 일본 문화를 막았습니다. 

왜색이 짙다면서 일본 문화가 조금이라도 한국에 유입되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이런 일본 문화 배척 정책 때문에 좋은 일본 영화들까지 수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몰래 보는 문화는 그때도 있었고 불법 복제 비디오로 많은 사람들이 이 <붉은 돼지>를 봤고 꽤 재미있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이야기는 약간의 동화가 섞여 있습니다. 

애니의 배경은 1920년대 이탈리아입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공군이었던 포르코 롯소는 인간 세계에 환멸을 느껴서 돼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돼지가 된 포르코는 자신의 친구들을 다 하늘나라로 데리고 간 전쟁을 경멸하며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전체주의인 파시즘을 혐오합니다. 그러나 돈을 벌어야 하기에 경찰과 군대를 대신해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수고비를 받으면서 삽니다.

악당들은 공적이라고 하는 연합체인데 아드리아 해를 지나는 유람선을 급습해서 인질극을 벌여서 돈을 버는 지중해의 무법자입니다. 이런 공적들을 두려워한 유람선 선장들은 포르코에게 연락을 해서 공적을 물리쳐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공적들은 이 포르코를 무척 싫어합니다. 결국 미국인 조종사인 도날드 커티스라는 용병을 영입해서 포르코를 막아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마침 포르코의 낡은 나무로 만들어진 전투기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하러 이동 중에 미국인 커티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투기가 반파됩니다. 커티스는 자신처럼 인간 대신 두더지로 변한 아는 정비소 사장에게 목재 전투기 수리를 맡깁니다. 

이곳에서 정비소 사장 손녀인 피오를 만납니다. 피오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는데 전투기 정비를 아주 잘 합니다. 피오는 자신의 첫 작품으로 포르코의 전투기를 맞게 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전투기 조종사와 정비사로 만납니다. 피오는 포르코의 전투기 앞에 타고 포르코와 여정을 같이 합니다. 포르코의 아지트로 돌아왔는데 아지트에는 공적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공적들은 이 두 사람을 체포합니다. 그러나 피오의 당찬 말로 모든 관계를 뒤집고  자신과 결혼 하고 싶어하는 커티스와 포르코의 재대결이 펼쳐집니다. 

주된 줄거리는 별 거 없고 특색있거나 장엄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가 거대한 세계전쟁을 치루고 대량 살상의 현장을 목도한 후에 인간이 만든 세상에 환멸을 느낀 사람이 돼지가 되면서 아나키스트가 된 시선이 이 애니 <붉은 돼지>의 주된 시선이고 이 시선으로 애니 전체를 띄우는 양력이 됩니다. 

아나키스트 돼지의 인간에 대한 혐오와 희망

1차 세계대전 후에 많은 동료를 잃은 포르코는 스스로 돼지가 된 후에 파시즘이라는 전체주의를 경멸합니다. 무기 판매상 직원이 새로운 총알이 나왔다고 소개하지만 자신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비록 먹고 살기 위해서 총을 단 전투기를 몰지만 어디까지나 자경단으로 활약할 뿐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공적들도 총으로 위협하고 항복을 받아낼 뿐 살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포르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여인이 지나입니다. 지나는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운 섬의 호텔을 운영하는 귀부인으로 3번의 결혼을 했지만 3명 모두 조종사였고 3명 모두 전투로 사망합니다. 어린시절부터 두 사람은 친구 사이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압니다. 당연히 포르코가 돼지가 된 선택도 잘 알고 이해합니다. 

애니 <붉은 돼지>에서 어떻게 돼지가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마법에 걸렸다는 식으로 비추어지긴 하지만 누구하나 돼지가 된 포르코를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돼지에서 다시 사람이 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포르코가 인간의 세계를 동경하고 인간 혐오가 사라지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르코는 인간 세계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당찬 정비사인 피오를 만나면서 변합니다. 피오는 포르코를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포르코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죠. 포르코는 자신이 돼지가 된 계기를 소개합니다. 독일 전투기와 혈투를 벌이다가 모두 추락한후 구름 위를 나는데 친구들이 탄 이탈리아 공군기와 독일기가 모두 하늘로 올라가는 광경을 봅니다. 이를 계기로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돼지가 됩니다. 

그러나 당차고 활기찬 피오를 보면서 점점 인간 세상에 대한 경멸과 환멸이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 다시 인간으로 인해 치유가 됩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좀 낯선 결말이지만 흔하지 않은 결말이라서 오히려 이 애니가 매력적인 이유 1개를 더 추가한 느낌입니다. 

비행기 관련업을 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뛰어난 비행기 액션 활극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 최강의 애니 감독입니다. 이 감독의 애니들의 특징을 보면 절대악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붉은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적이라는 악당 세력이 나오지만 당찬 피오에게 설득을 당하고 나름 공평함을 잘 유지합니다. 악당이지만 귀여운 구석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야오 감독은 어린 시절 항공기 제조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항공기 관련 애니를 잘 만듭니다. 우리가 본 수 많은 하야오의 애니들에서 다양한 날것들이 그 방증입니다. 2013년 개봉한 <바람이 분다>는 아예 일본 전투기였던 제로센을 설계한 주인공을 애니로 만들었다가 전범기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하야오 감독의 비행기 사랑이 가장 많이 담긴 애니는 <붉은 돼지>입니다. 이 애니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2차 세계대전 전의 다양한 수상기와 쌍엽기 등이 등장합니다. 이탈리아 자동차 공업처럼 항공기 제조 공장들이 만드는 수제 전투기 또는 항공기 제조 과정도 볼 수 있고 항공기들의 전투도 아주 볼만합니다. 물론 현재 기준으로 보면 투박한 액션이 많이 있긴 합니다. 지금 같이 컴퓨터 기술으로 양력을 얻어서 나는 방식이 아닌 모든 액션을 셀 애니로 그려야했으니 투박할 수 없습니다. 그걸 감안하면 비행기 전투 액션은 꽤 정교합니다. 

특히 바람에 대한 표현은 인류 최고급이라고 할 정도로 바람 표현력은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다른 애니보다 하아요의 애니는 바람이 부는 장면이 참 많고 치마가 펄럭이는 장면도 참 많습니다. 그 바람을 일으키는 비행기는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애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애니 <붉은 돼지>를 보다 보면 또는 보고 나면 비행기 낭만 시대가 아닐까 할 정도로 비행기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납니다. 조종사끼리 수신호로 인사를 하고 서로 경쟁 관계이지만 동시에 동료 의식이 있어서 서로를 경쟁 상대이자 친구 사이로 그려집니다. 공적도 커티스도 붉은 돼지 포르코도 다 바다를 침대로 삼고 하늘을 무대 삼아 나는 솔선수범하는 귀족 같은 조종사들의 삶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톤은 유쾌입니다.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한 톤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세계대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도 잘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밝으면서도 동시에 인간 세계의 어두운 면을 잘 담기도 쉽지 않은데 낭만 기사 같은 포르코는 이 두 이미지를 돼지로 잘 담아냅니다. 아름다운 애니이고 실제 하늘을 나는 듯한 공중 장면들은 청량감도 줍니다. 

추천하는 애니 <붉은 돼지>입니다. 

https://www.netflix.com/kr/n/6YXMZL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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