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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현대 팰리세이드 전복사고의 이상한 풍경 3가지

by 썬도그 202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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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얼핏 봤습니다. 자동차 팰리세이드 급발진 영상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워낙 급발진 사고가 많아서 안 봐도 뻔한 결과라서 스킵했습니다. 아시잖아요. 한국에서 급발진은 현상은 모두 소비자 책임인 것을요. 분명 여러가지 증거가 있지만 모두 운전자 미숙으로 넘어갑니다. 한국은 제품 결함을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는 제조사 우대 주의 정책이 강해서 소비자가 멀쩡히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급발진 사고로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어느날 보니 '김여사'사건으로 둔갑되어 있더군요. 한국에서 여성 운전자는 집에서 밥이나 하라고 하는 분들이 집단 다구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운전 실수 사건으로 가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어디 이런 풍경이 한두 번이어야 죠. 

그런데 오늘 MBC 뉴스를 보니 자동차 설계 결함이라는 소리가 보였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200128202842021

 

'후진' 버튼 실수했다고..내리막길 엔진 꺼지다니

[뉴스데스크] ◀ 앵커 ▶ 산길 내리막길을 달리던 현대 자동차의 팰리세이드가 전복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대 자동차는 사고 원인을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결론 내렸는데, 운전자는 기어를 후진에 넣자 엔진이 꺼졌다면서, 현대차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장인수 기자가 자동차 명장과 함께 직접 실험을 통해서 확인해 봤

news.v.daum.net

이 뉴스를 보니 자세한 내막이 나왔습니다. 좀 설명을 하자면 지난 연말 한 아주머니가 어린 아들을 태우고 팰리세이드를 운전을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후진 기어를 넣고 차를 후진을 했습니다. 후진을 하고 다시 전진을 위해서 D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요즘 자동차 중에는 스틱이 아닌 버튼 식으로 전진 D 버튼, 중립 N 버튼, 후진 R 버튼을 누르는 버튼식 차량이 많고 팰리세이드도 스틱이 아닌 버튼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후진을 끝내고 전진 버튼인 D를 누르고 내려가야 합니다. 그런데 R을 눌렀습니다. 후진 버튼을 눌렀습니다. 예전 차량들은 후진 기어 넣으면 엘리제를 위해서 같은 소리로 후진임을 알려주는데 요즘 차량은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D 버튼을 누른 줄 알고 내려갑니다. 후진 기어를 넣었지만 길이 내리막길이니 차량은 후진 상태에서도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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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는 R 후진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차가 밀려 내려가자 자동차 미션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동을 꺼버립니다. 시동이 꺼지면 보통 조향 장치가 묵직해져서 핸들을 좌우로 꺾기가 쉽지 않은데 팰리세이드는 조향장치가 잘 작동합니다. 게다가 와이퍼도 작동하고 계기판 불도 들어오니 시동이 꺼진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좀 내려가다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잠시 차를 멈춥니다. 시동이 꺼져도 브레이크는 처음에는 작동합니다만 계속 밟으면 진공 상태가 해제 되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자 아주머니는 일부러 길 옆으로 차를 돌려서 차량이 전복되었습니다. 만약 반대 쪽으로 갔으면 경사가 있는 곳으로 떨어져서 더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 나서 2002년 의문의 시동 꺼짐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2002년도였습니다. 서울미술고에 서버 점검을 끝내고 기아 카니발을 몰고 정문을 나섰습니다. 보시면 정문에서 좌회전을 하면 내리막 길이 나옵니다. 그렇게 정문을 지나서 좌회전을 했는데 바로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더군요. 그냥 돌리면 접촉 사고가 날 것 같아서 브레이크를 밟고 후진 기어를 넣고 엑셀을 옮겨서 살짝 힘을 주었고 차가 살짝 위로 올라가는가 싶더니 시동이 꺼졌습니다.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작동을 하긴 하지만 한 번에 꽈악~~~ 눌러줘야 하는데 살짝씩 밟아서인지 브레이크가 작동을 안하고 쭉 내려갔고 브레이크를 꽉 눌러도 작동을 안 했습니다. 결국 주차되어 있던 차량 옆문을 박았습니다. 회사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자동차 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먼 곳에 있더군요. 그래서 제 전화번호와 보험사 알려주고 처리하시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전화를 해보니 보험 처리 잘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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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회사에 가서 아침 회의 시간에 자세히 설명을 했습니다. 회사에는 카레이서급 운전 실력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 시동이 왜 꺼졌냐고 물으니 아무도 모르더군요. 뭐 큰 사고도 아니여서 그냥 넘어갔지만 만약 내리막길에 꺼졌다면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고 2002년의 서울미술고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알았습니다. 내리막길에서 후진기어 넣고 그냥 있거나 엑셀을 살짝 밟으면 시동이 꺼진다는 것을요. 

현대 팰리세이드 전복사고의 이상한 풍경 3가지

1. 사람 생명보다 자동차 미션이 더 소중한 자동차 설계? 

내리막길에서 후진 기어 넣을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많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언덕길에서 내려가던 차와 올라가던 차가 좁은 언덕길에서 만나면 둘 중 1차량은 후진 기어를 놓고 올라가던 내려가던 해야 합니다. 만약 내려가던 차량이 후진 기어를 넣고 후진을 제대로 안 하면 시동이 꺼질 수 있습니다. 시동이 꺼지면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세울 수 있습니다. 단 힘껏 밟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동은 함부로 꺼지면 안 됩니다.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작동 안 할 수 있고 이러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고 잘못하면 인명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미션이 갈리는 걸 막기 위해서 시동을 꺼버린다? 어떻게 이런 설계를 할 수 있죠? 사람 생명보다 자동차 미션이 더 소중합니까?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명장도 이걸 잘 몰라서 각종 차량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자동차 명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는지 각종 국내외 차량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현대 차량들은 팰리세이드 처럼 내리막길에서 후진 기어 넣고 그냥 두면 시동이 꺼집니다. 반면 쌍용차들은 어느 정도 방어를 해줍니다. 자기가 알아서 RPM을 올려서 버텨줍니다. 그러나 경사가 좀 가파르면 쌍용차도 시동이 꺼집니다. 

쉐보레 말리부도 테스트를 했는데 말리부는 경사와 좀 더 가파른 경사 모두에서 시동은 켜져 있고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가 작동을 했습니다. 이 영상 말고 다른 영상을 보면 말리부도 더 급한 경사에서는 시동이 꺼진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현대차처럼 그냥 꺼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노력은 합니다. 

BMW 520은 후진 기어 넣고 중력의 힘이 더 커서 내려가자 자동으로 N으로 중립 기어를 넣습니다. 그리고 시동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정석입니다. 미션도 보호하고 시동이 안 꺼지기에 운전자가 이상을 느끼고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제동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우디도 테스트를 한 분이 있는데 아우디는 미션 갈리던 말던 후진 기어 넣고 밀려 내려가도 시동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만 유독 이런 안전장치가 약하네요. 

이건 설계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팰리세이드 사건은 여러 안전 장치나 알림 장치가 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먼저 내 차가 후진 기어를 넣었는지 전진 기어를 넣었는지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나 기어를 버튼으로 누르는 차량들은 음성이나 소리나 계기판 등등으로 운전자에게 지금 후진 기어 상태임을 알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팰리세이드에는 없었습니다. 우스게 소리로 후진할 때 나오는 '엘리제를 위하여'만 넣어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동차가 발명된지 100년이 넘었는데 운전자보다 자동차 미션 걱정하는 설계를 하는 걸 보면서 에어백이다 충돌 실험이다 뭐다 뭐다 해서 안전을 그렇게 우선시 한다면서 정작 이 문제는 자동차 걱정하는 기술을 넣었네요. 현기차, 쉐보레, 쌍용 모두 이런 부분은 앞으로 수정했으면 합니다. 이 문제가 수십 년이 지난 문제인데 이제야 문제 인식을 했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무척 놀랍네요. 

수동 자동차는 시동이 꺼지면 운전자가 바로 압니다. 그래서 바로 클러치 밟고 중립 기어에 넣고 브레이크와 사이드 올려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방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토 차량들은 시동 꺼지면 브레이크도 안 밟아집니다. 이야길 들어보니 빠르게 중립으로 기어 변경하고 시동 걸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하는데 차가 밀려내려가는데 브레이크는 안 밟히는데 그렇게 할 경황이 있을까요?

2. 자동차 제조사를 알뜰하게 챙기는 소비자들

자동차 설계가 안전을 등한시 했다면 소비자들이 압력을 넣고 항의를 해서 다음 신차에는 안전에 좀 더 신경을 쓴 차량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2013년 니콘은 D600 내놓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니콘 D600이 셔터막이 갈리고 오일 스팟이 튀어서 사진에 잡티가 생기는 일명 갈갈이 사건이 터집니다. 니콘은 처음에 소비자들의 불만과 문제 제기를 무시하다가 결국 소비자 보호원까지 이 사건에 관여를 하게 되자 D600 무상 수리 및 보상을 약속하고 계속 소비자들에게 사과를 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깐깐함에 일본 니콘은 쓴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정반대 현상이 일어납니다. 

처음에 소개한 MBC 뉴스 댓글에 깜짝 놀랐습니다.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 보세요. 여성 운전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1위를 하고 있습니다. 놀랬습니다. 피해자는 소비자인데 여성 운전자의 운전 미숙을 비난하네요. 

경고음이 울렸답니다. 경고음이! 그리고 계기판 안 보고 운전했다고 여성 운전자를 비난합니다. 여러분은 운전할 때 계기판 보고 운전합니까? 전방을 주시하다가 가끔 계기판을 보죠. 거의 안 봅니다. 계기판 보고 운전하면 전방주시 태만으로 오히려 사고 날 위험이 더 높습니다. 

경고음이 나왔다는 소리에 영상을 봤습니다. 경고음이 들리나요? 제 귀가 이상한 것인가요? 경고음 안 들리는데요. 띵하고 시동 꺼지는 소리도 이게 시동 꺼지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성 운전자는 오히려 아들에게 무슨 소리냐고 묻습니다. 

이게 한국 자동차 문화입니까? 물론 저 댓글 단 사람이 한국 자동차 운전자들을 대표하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여기 말고 여러 자동차 커뮤니티의 글들을 보면 저 여성 운전자를 '김여사'라고 폄하하면서 엄청난 욕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운전자가 억대의 보상과 현대차 직원 3명을 해고시키라는 글 때문에 더 분노가 치민 것을 감안해도 현기차를 비난해야지 어떻게 운전자를 비난합니까? 게다가 그 글은 오해를 한 것이더군요. 네 오해를 하던 비난을 하려면 하세요. 말리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그런 문화가 바뀔 리 없습니다. 

그러나 현기차의 이런 안전 무시 설계는 고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쌍용도 말리부도 그런다라면서 현기차만 욕하지 말라고 하는 건 뭔가요? 그럼 다 고쳐야죠. 쌍용도 쉐보레도 현기차도 앞으로 나오는 차량은 BMW 520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후진 기어 상태임을 인지할 수 있게 소리나 계기판의 경고등이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지하게 해야죠. 시동 꺼졌는데 조향장치도 계기판도 와이퍼도 작동하니 시동이 꺼진 지 인지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3. 후진 기어 넣고 내려가면 시동 꺼지는 것도 모르는 무식한 운전자들?

2002년 일어난 미술고 앞 시동 꺼짐이 왜 일어났는지 2020년 1월 28일 알았습니다. 주변에 물어보세요. 내리막길에서 후진기어 넣고 그냥 두면 시동이 꺼지는 지 몇이나 알고 있을까요? 얼마나 사람들이 모르면 유튜버들이 테스트를 한 영상을 올리겠습니까? 상식이면 누가 테스트를 해요. 그렇다고 차량 매뉴얼에 이 내용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동차 전문 변호사 한문철은 이번 팰리세이드 사건을 다루면서 댓글을 사용 중지시켰습니다. 악플이 많이 달려서 막아 놓았습니다. 댓글들은 대부분이 아니 내리막길에서 후진 기어 넣고 브레이크에서 발 떼면 당연히 시동이 꺼지는 걸 모르냐고 욕을 했습니다. 

이에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은 몰랐고 주변 50명 물어봐도 1명 빼고 다 몰랐다고 합니다. 그 1분도 경험이 있었던 분이였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런 증상을 얼마나 알까요?

내리막길에 후진기어 넣으면 시동이 꺼지는 걸 알았다 14%, 몰랐다 85%였습니다. 저는 경험을 했어도 주변에 다 모르고 급작스러운 차량 결함인 줄 알고 넘어갔습니다. 

이번 팰리세이드 사건을 보면서 한국 자동차 문화가 이렇게 저질이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새로운 자동차 상식을 알게 되었고 자동차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 이 모습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안다는 분, 관심 많고 열정적인 분들 중에 여성 운전자의 운전 미숙만 집중 질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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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설계 결함이고 이걸 앞으로 고쳐가도록 힘을 합쳐야 하는데 자동차 제조사는 비난하지 않고 운전자면 비난하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요? 바로 자동차 제조사입니다. 이렇게 운전자끼리 싸우는데 현기차, 쉐보레, 쌍용이 자신들의 설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까요? 그래 역시 한국 자동차 구매 소비자들은 호갱이구나 하고 신경도 안 쓰죠. 

제가 또 화가 나는 건 이상하게 한국 운전자들은 김여사라고 해서 여성 운전자를 마녀 사냥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네 이해는 합니다. 여성 운전자들이 공간 감각이 떨어지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기도 하죠.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남성 운전자들의 과속을 더 많이 하는 건 어떻게 비난을 피하실 건가요?

위 보상내역은 오해였고 자세한 내용은 한문철TV에 나와 있습니다. 이번 팰리세이드 사건으로 한문철 변호사는 온갖 악플과 구독 취소를 당했습니다. 유튜버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구독 취소입니다. 그런데 한문철 변호사는 옳고 그름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장사하고 제조하기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에서 판매하는 팰리세이드도 이렇게 내리막길에서 후진기어 넣으면 시동이 꺼질까요? 꺼지면 미국 소비자들이 들고일어나기 전에 미국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안 꺼진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또 호갱 취급당하는 것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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