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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직장 내 일상 연애사를 담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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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일상 연애사를 담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썬도그 2020. 1. 16. 11:12

딱 봐도 재미없을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흔한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고 김래원, 공효진이라는 두 배우도 딱히 끌리지 않아서 안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을 훌쩍 넘어서 292만 명이 봤습니다. 아무리 관객수가 영화를 판단하는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고 해도 참고는 해볼 만한 척도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에 어제 떴기에 바로 봤습니다. 

홍상수 영화인가? 소주병 나부끼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술 엄청 마십니다. 엄청 마셔요. 홍상수 영화가 아닌데도 이렇게 술병이 많이 나오는 영화도 드문데 정말 술병 많이 나오고 술 먹는 장면과 취한 장면도 참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알코올 중독자는 아니지만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사람이기는 합니다. 다만 술 먹는 이유가 이해가 가긴 합니다. 

주인공 재훈(김래원 분)은 영상 광고 제작사의 팀장으로 얼마 전에 결혼 직전에 파혼을 했습니다. 파혼 후에도 사랑하는 연인을 잊지 못해 술만 취하면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 '자니?'라는 카톡을 보냅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으로 이별을 너무 힘겨워합니다. 

반면 새로 입사한 경력직원 선영(공효진 분)은 입사 축하 회식에서도 남친과 헤어지고 첫 출근 날에도 재훈이 보는 앞에서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당찬(?) 여자로 그놈이 그놈이다 식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입니다. 리얼리스트로 할 말은 다 하고 가식이 없습니다. 또한, 남자 여자 구분하지 않고 공평한 세상을 바랍니다. 

팀장 재훈은 새로온 사원인 선영을 보자마자 반말을 합니다. 이에 선영도 반말로 대답을 해서 재훈과 사장을 놀라게 합니다. 이에 선영은 농담이라고 말을 돌립니다. 선영은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미련 따위 없습니다. 이런 태도는 남자와 여자의 큰 차이이기도 합니다.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 사람이 많고 여자는 이 남자가 마지막 사랑이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런 남녀의 차이는 여러 가지로 불거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람을 펴도 남자는 실수라고 넘기지만 여자는 치명상을 입습니다. 이런 불공정한 룰을 선영은 이렇게 말합니다. 

"니들한테는 섹스 못한 그 첫사랑 그 쌍 x들 빼고 다 걸레니까"

복수로 말하는 걸 봐서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 같아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예상대로 감독이 김한결 여성 감독이네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네요. 사실 이런 시선은 남자라면 다 공감할 겁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쌍 x이 바로 첫사랑이니까요. 남자들은 첫사랑의 복제 사랑을 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리고 김한결 감독의 필모를 보니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가 있네요. 2011년 미장센 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술술>과 비슷합니다. 

팀장 재훈은 술을 좋아하지만 파혼을 당하고 술을 더 마시는 듯합니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주사를 부립니다. 그날도 선영과 술자리를 하면서 선영이 회사 앞에서 남자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꺼내는 주사 빙자 추태를 부립니다. 

재훈 입장에서 선영은 맞바람입니다. 그러나 선영은 전에 사귀던 사람과 끝났고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나서 맞바람이 아니라고 받아칩니다. 이렇게 재훈과 선연은 연애관이 확연히 다릅니다. 재훈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스타일이고 선영은 헤어진 후 바로 다른 남자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한 연애관이 다른 두 남녀의 티격태격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전 로코물과 다른 점은 대사들이 착착 감기는 구어체입니다. 딱 우리가 현실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을 그대로 녹여냅니다. 여기에 카톡 화면도 활용하는 등 현재 우리가 사랑 고백을 하고 달래고 싸우는 행동을 전화 통화와 문자가 아닌 카톡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딱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연애 풍경입니다. 여기에 구어체의 대사들이 귀에 착착 감깁니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영화 초반은 가식 없고 꾸밈없고 억지 설정 없이 실제 직장 내 연애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팀장 재훈과 선영은 직장에서는 재훈이 반말하고 선영은 존댓말을 하지만 퇴근 후에 둘이 있을 때는 반말을 하는 모습까지도 현실적입니다. 둘은 동갑이라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반말을 하는데 이런 관계가 실제로도 꽤 많이 있죠.

그렇데 서로는 서로 다른 연애관을 넘어서 남자의 연애관, 여자의 연애관의 다툼을 시작합니다. 그냥 흔한 로코물의 전개죠. 그러다 팀장 재훈이 술을 먹고 아무나 전화를 걸어서 주사를 부렸는데 그 아무나 가 선영이었습니다. 선영은 다른 직원과 달리 자신이 2시간 동안 선영에게 말한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에 재훈은 선영을 다시 보게 되고 고맙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뻔하고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초반의 구어체의 신선함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지루함이 피어오릅니다. 

직장 내 뒷담화를 후련하게 깐 <가장 보통의 연애>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연애에 대한 시선이 확 다른 두 남녀의 취중 진상 극처럼 보입니다. 이 자체는 크게 재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내가 소주를 먹고 이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 관계지만 퇴근하면 친구 관계처럼 지내는 재훈과 선영의 모습입니다. 이 자체는 흔하디 흔한 관계입니다. 

이러니 영화는 점점 재미가 떨어지다가 후반에 또 다른 소재가 튀어나옵니다. 바로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직장 내 뒷담화입니다. 선영은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악성 루머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그 악성 루머를 단톡방에서 직접 듣게 됩니다. 이에 선영은 퇴사를 결심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재훈은 선영이 떠난다는 소리에 사생활을 들춘 직장 동료들에게 불같이 화를 냅니다. 이런 경험들 참 많죠. 저도 경험을 해봤습니다. 우연히 저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 지를 알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면전에 못할 말들이니까 하는 것이겠죠. 그런 말들이 루머일 수도 있고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기정사실로 믿습니다. 

재훈도 그런 흔한 직장 내 험담 문화를 창달하는 한 몫했습니다. 그런데 선영은 뒷담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비밀을 나누고 후벼 파는 것이 아닌 꼭 닫아줬습니다. 그런 모습에 재훈은 선영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선영도 재훈의 선한 성품에 점점 빠져 듭니다. 그놈이 그놈인 줄 알았던 남자들 세계에서 사랑을 잊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선한 마음을 보게 됩니다. 

재훈도 변합니다. 선영의 당차고 당돌하고 직선 같은 모습에 영향을 받았는지 고양이처럼 정리되지 않았던 미련을 정리합니다.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두 사람은 동기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두 남녀 사이의 일 자체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사건 사고도 특별한 것이 없고요. 그러나 직장 내 뒷담화 문화를 후련하게 후려치는 장면은 아주 짜릿하네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직장내 흔한 뒷담화를 곁들인 수군거림의 연애사를 담은 흔한 직장 연애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직장 내 수군거림 속에 피어나는 연애를 잘 담고 있습니다. 이 자체는 꽤 흥미롭습니다. 직장 다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40자 평 : 직장 내 뒷담화 속에서 피어나는 연애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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