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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수 없는 이유

썬도그 썬도그 2020. 1. 6. 14:20

2019년 최고의 영화는 <기생충>이었습니다. 이는 제 개인적인 평가도 1위지만 전 세계에서 <기생충> 열풍이 불 정도로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대중들의 극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사로 잡기 쉽지 않지만 봉준호 감독 영화 특유의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성이 빛을 발하고 있네요. 

지금도 시상 중인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예상대로 외국어 영화상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을 했습니다. 골든글로브는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할 정도로 아카데미 시상에 큰 영향을 줍니다. 한국으로 치면 백상 예술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후보, 각본상, 감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 중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예상 대로 감독상은 선정되지 못했네요. 

외국인이라서 감독상을 못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9 골든글로브에서는 멕시코인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가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동시에 수상을 해서 외국인에게도 감독상 수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쿠아론 감독은 1998년 <위대한 유산>으로 할리우드 영화 연출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2013년 작 <그래비티> 등을 만들어서 할리우드 감독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나온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로마>가 미국 플랫폼인 넷플릭스 영화라서 더더욱 한 식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반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에서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한국어 영화입니다. 미국 자본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내 식구가 아닌 다른 나라 영화라는 인식이 강해서 골든글로브 작품상이나 각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아쉽지만 골든글로브 시스템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죠.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

기생충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습니다. 신기한 것은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의 '소주 한 잔'이라는 노래도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바라고 있지만 이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미국 현지 반응을 보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은 거의 받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작품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왜냐하면 이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은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 영화상과 수상 시스템이 다릅니다.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 영화상은 소수의 엘리트들인 심사위원이 심사를 하는 방식이라서 심사위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 심사위원에는 전 세계에서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들이 심사위원에 선정이 됩니다. 또한 전년도 수상자들도 심사위원에 위촉을 받죠. 그래서 2018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행복한 라짜로>의 각본가이자 연출가인 '앨리스 로르워쳐'감독이 자신의 영화와 비슷한 주제를 담은 <기생충>을 지지했고 수상을 하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감독과 배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국제 시상식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선정하는 상입니다. 따라서 국적, 자본, 언어 상관없이 전 세계 영화에 활짝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다릅니다. 

할리우드 관계자 8천명이 투표를 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 아카데미상 심사위원은 소수가 아닙니다. 무려 8천 명이나 됩니다. 할리우드에 관련된 관계자 8천 명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이 됩니다. 그럼 이 할리우드 관계자는 누구냐?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에서 밥을 먹는 감독, 배우, 스텝, 제작자 등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할리우드에서 밥을 먹는 이해 관계자여야 합니다. 

이들이 총 17개 부분의 심사를 해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8천 명의 아카데미 심사위원은 자신의 전문분야에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은 지난 10년 간 최소 2 작품 이상을 연출한 감독이어야 심사위원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상은 8천 명 모두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밥을 먹는 스텝과 관계자 8천 명이 투표하는데 외국 자본으로 만들고 외국어로 된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외국어 영화라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못 오른다고 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는 그게 맞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받은 영화 중에 영어가 아닌 작품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미국 자본이 들어가고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할리우드에서 만든 한국어 영화라면 수상이 가능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자막까지 넣어서 만들어야 하는 한국어 영화를 만들 리가 없죠. 따라서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만든 영화들만 지금까지 수상을 했습니다. 

이래서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기생충>을 거론할 때 아카데미는 '로컬'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마치 한국의 청룡영화상에서 뜬금 없이 영화 '조커'가 작품상 받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8천 명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8천 명 각자 올해의 작품상을 받을 만한 작품을 제출합니다. 그렇게 1차 투표를 하고 최저 추천을 받은 작품을 제외합니다. 최저 투표를 받은 심사위원에게는 다른 영화에 투표할 권리를 줍니다. 그렇게 최저 투표를 받은 작품을 계속 지우면서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를 추려갑니다. 

그렇게 최저 투표를 받은 작품을 지우면서 계속 진행하다가 8천 명 중 4천 명 이상이 투표한 과반수 이상을 받은 작품에게 작품상을 줍니다. 이는 프랑스 대선의 결선 투표 방식과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표가 갈려서 어부지리로 당선이 되는 후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작품상은 항상 과반의 지지를 받은 영화들이 수상을 해서 불만이나 뒷 이야기가 안 나옵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는 최초의 한국 영화가 될 것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놀라운데 이미 2020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은 따 놓은 것이라고 말하는 외신들의 뉴스를 보면 기분이 너무 좋네요.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축하합니다.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작 선정방식 내용은 https://youtu.be/LjhoSv4Ood0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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