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골목길이 많은 창신동은 옷공장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실핏줄 같은 골목길을 지다다보면 옷 원단을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창신동은 서울 성곽 때문에 다른 동네처럼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경관지역이라서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없나 봅니다. 게다가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뉴타운 지역이 해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이 창신동을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하고 세금을 투입해서 경관 꾸미기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바느질 선이 담긴 도로가 생겼습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움피움봉제박물관'과 최근에 생긴 '채석장 전망대' 등이 이 창신동 도시재생의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귀동냥으로 들어보니 주민들은 이런 서울시의 도시재생의 온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지 아는 주민들도 많지 않고 저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쇠락해 가는 동네에 도로를 깔끔하게 하고 주변 경관을 다듬고 가꿔서 새로운 활력을 넣는 것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와 닿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도로 닦고 경관 가꾸고 편의 시설 넣으면 건물주들만 어깨춤을 추면서 가게 월세 올리기 좋죠. 월세나 임대료에 대한 동결이 없는 상태에서 주변 경관 좋게 해봐야 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이런 '이움피움봉제역사관'이 있어도 찾지 않고 저 같은 외부인만 주로 찾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런 박물관 같은 공간 대신에 대규모 도서관을 더 많이 세워야 합니다. 공부방도 제대로 없는 아이들도 많을텐데 근처에 공부하기 좋은 도서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상업지역 재생 느낌이 강한데 삶의 재생도 좀 신경 썼으면 합니다.
창신동 골목 여행을 하는데 새로 생긴 산마루 놀이터를 가보라는 추천을 받았습니다. 지도앱에 산마루 놀이터를 찍고 올라가 봤습니다.
가는 길에 만난 골목길입니다. 골목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창신동 골목은 요즘은 거의 찾기 힘든 사람 1명 지나갈 정도의 작은 골목이 꽤 많습니다.
골목길을 지나서 드디어 산마루 놀이터를 만났습니다. 여느 놀이터와 많이 다릅니다. 이 산마루 놀이 한 가운데는 큰 테라코타 화분을 뒤집어 놓은 모습이 보이네요. 2019 대한민국 국토대전 공공디자인 부분 대통령상을 받은 이 산마루 놀이터는 저 가운데 거대한 구조물이 화분을 뒤집어 놓은 것이 아닌 골무를 형상화 했다고 하네요
이 창신동에 많은 봉제 공장을 형상화 했네요. 그러나 골무 느낌은 없습니다. 색이라도 검은색으로 하면 좀 비슷한데 테라코타 화분 색이네요.
여느 어린이 놀이터에 있어야 할 놀이 기구는 하나도 없습니다. 흔한 미끄럼틀도 없고 그네도 없네요. 대신 잔디와 모래가 있습니다.
그 뒤에는 작은 스캔드가 있는데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네요.
모래놀이 공간 옆에는 작은 전망대 비슷한 것이 있네요. 그 옆에 나무 판자들을 놓고 아이들이 건너가고 있습니다. 저게 건축 자재는 아닌 것 같고 혹시 저걸 이용해서 아이들끼리 알아서 놀라는 창의 놀이터인가요? 독특하긴 한데 안전 사고 위험이 먼저 떠오르네요. 그래도 아이들이 잘 놀 것 같네요.
골무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나선형 길이 있어서 꼭대기까지 비탈진 경사로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안에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습니다. 80년대 초등학교 놀이터마다 있던 정글짐 같은데 직물로 된 그물도 있고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칸막이도 있네요.
이렇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어른들은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용 놀이터 같네요.
경사로 중간에는 문이 있어서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두꺼운 직물과 구멍난 철로 되어 있네요. 비나 눈이 오면 밑으로 빠질 수 있게 해 놓았네요.
또 천장은 막혀 있고요. 정말 독특한 구조네요. 아이들의 만족도가 어떨지 궁금하네요. 정말 창의적인 놀이기구입니다.
놀이기구 역할만 하는 건 아니고 전망대 역할도 합니다. 꼭대기에는 작은 전망대가 있습니다.
남산과 동대문을 볼 수 있는데 비나 눈이 오면 출입이 제한되네요.
전망대에 올라서서 바라봤습니다.
낮 보다는 야경이 볼만한 곳이네요. 다만 낙산 공원 쪽 야경이 더 좋네요. 일부러 야경 구경 하러 올라올 것 같지는 않네요.
산마루 놀이터 근처에는 드라마 촬영장소로 나온 집도 있네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 하지원 집이라고 하네요.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즐겨보는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서 소개되었습니다. 근처에 납득이 계단이라고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도 있고 최근에 개봉했던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두 주인공의 옥탑방 집도 창신동에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창신동은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네요.
아무래도 서울에서 보기 드문 골몰길과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은 동네라서 인기가 많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