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올라가면 예쁜 단풍 많이 볼 수 있지만 등산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등산 좋아하는 분들이야 등산 겸 단풍 구경을 하지만 등산복도 없고 등산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낮은 고도에서 단풍을 보고 싶어합니다. 서울에는 예쁜 단풍길이 꽤 있지만 4대 고궁의 단풍만은 못합니다.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는 덕수궁, 경복궁, 단풍나무가 예쁜 창경궁, 창덕궁이 단풍 구경하기 좋습니다. 그러나 어제 본 남산둘레길은 제가 몰랐던 서울의 단풍 맛집입니다.
단풍을 촬영하러 고궁으로 가려다가 너무 매번 고궁만 촬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다 남산을 보니 단풍이 예쁘게 들었습니다. 서울은 이번 주가 단풍이 절정일 듯 한데 아직까지 단풍이 다 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도가 높은 산은 단풍이 많이 익어서 남산을 올라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올라갈 생각을 하니 또 힘이 쪽 빠지네요.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일단 올라갈 수 있을때까지 올라가보자 했습니다. 남산 돈가스가 있는 길가에 노란 은행나무가 가득하네요. 단풍도 잘 익었고요. 같은 서울이지만 여긴 단풍 맛집이 열렸네요.
그러나 몇몇 은행나무는 앙상하네요. 많은 분들이 눈치 못채셨겠지만 올해 가로수들이 병충해를 심하게 앓았고 제가 사는 집 근처 벚나무는 많이 죽었어요. 서울시가 나무 많이 심겠다고 하지만 정작 가로수는 죽은 나무 방치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네요. 죽으면 새로 심어야 하는데 심지 않은 곳도 많아요.
남산N타워를 보면서 남산타워로 올라가려고 한국의 조커 계단인 남산도서관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왔습니다. 힘들 것 같아서 빠르게 포기했습니다.
계단 말고 경사진 도로를 통해서 올라갈 생각이었습니다. 남산도서관 계단에서 내려와서 오른쪽 길로 쭉 가보니 남산둘레길이 나왔습니다.
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내가 몰랐던 단풍맛집, 단풍맛길이 여기 있었네요. 걷기 좋고 새소리 많이 들리고 무엇보다 단풍 나무가 많습니다. 여기는 봄에는 벚꽃길로 유명한데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중간에 한옥 전각으로 된 곳이 있는데 여기 식당이네요. <남산도식후경>입니다. 한식집으로 가격은 싸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싸지도 않네요.
<남산도식후경>위로 남산케이블카가 지나갑니다.
둘레길이지만 남산 중턱이라서 그런지 지상보다 단풍이 더 많이 곱게 들었네요. 이번 주말이 피크가 아닐까 합니다.
특이한 점은 둘레길에 실개천이 흐릅니다. 처음에는 자연이 만든 실개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인공 실개천이네요. 청계전을 벤치마킹했네요. 한국은 봄, 가을에는 비가 덜 오고 여름에는 너무 많이 와서 강수량이 일정하지 않아서 이런 하천들이 대부분 건천인데 물이 흐르기에 신기했는데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 올려서 경사를 이용해서 이동하네요. 그래서 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시작되었다 합니다. 인공이지만 눈에 보기에는 아주 좋네요.
남산 둘레길은 남산 중턱을 도는 길입니다. 따라서 햇빛을 볼 수 있거나 없거나 합니다. 저는 오후 3시 넘어서 도착했는데 아침 일찍 도착하면 더 찬란한 빛을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길이 완만해서 조깅하는 분들도 꽤 있네요.
남산 둘레길에서 신기한 곳을 봤습니다. 와룡묘라는 곳입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을 하는데 뭐하는 곳인가 하고 올라가 봤더니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이네요. 남산 중턱에서 이런 사당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곳곳에 사진 찍지 말라고 적혀 있는데 물어보니 사당 안을 촬영하지 말고 외부 전각은 촬영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다시 햇빛이 닿는 길이 나왔습니다. 단풍은 빛이 있어야 완성이 됩니다. 따라서 단풍은 흐린 날 보다는 맑고 밝은 날 햇살과 함께 봐야 더 좋습니다. 특히 역광으로 보면 가장 반짝이죠.
위 사진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HDR 사진으로 담으니 역광도 아주 잘 표현하네요.
정말 우연히 들린 길인데 멋진 서울 단풍길을 알게 되었네요. 남산둘레길 주말에 또 가볼까 합니다. 이렇게 길게 단풍을 많이 길게 볼 수 있는 곳도 드무네요. 서울에 이렇게 예쁜 단풍길이 있었네요 늦은 나이에 알게 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